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6.3 대선 패배 이후 국민의힘 상황과 관련 "내가 보기에 과연 전당대회를 빨리 여는 것이 당에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것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해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대위원장은 '9월 전당대회'를 예고했으나 그의 거취 문제에 대해 당내 이견이 있는 상태다.
김 전 위원장은 9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하고 비슷한 것이 2020년 선거(총선)에 대패하고 나서"라며 "무슨 비대위를 만드는데 '2달 후에 전당대회 하는 것을 관리하는 비대위를 만든다'고 하다가 결국 비대위를 한 10개월 동안 할 수밖에 없게 됐었다"고 했다. 선거 패배 직후에는 '관리형 비대위'보다 당 쇄신·혁신을 주도할 비대위를 세우는 게 맞다는 취지로 풀이됐다.
김 전 위원장은 "지금도 그때와 상황이 비슷하다. 당을 앞으로 어떻게 끌고 갈 거라는 것을 좀 냉정하게 판단하고 무엇이 잘못돼서 오늘날 이런 상황이 도래했는지 생각을 하고 당을 개편할 생각을 해야지, 그저 단순한 현재 상황만 가지고 논의를 했다가는 아무런 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차기 전당대회에 김문수 전 대선후보가 출마할 수 있다는 설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본인이 그런 욕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본인은 안 한다고 하는데, 그 분이 대통령 경선 과정에서 보면 '한덕수 단일화' 약속도 안 지킨 사람이기 때문에 신빙성을 부여할 수가 없다. 경우에 따라 주변에서 자꾸 부추기면 출마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내가 보기에는 국민의힘의 미래를 위해서는 그런 당 대표가 안 나오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동훈 전 대표의 전대 출마설에 대해서도 그는 "내가 보기에는 지금 당장 전당대회에 나와서 대표가 된다고 해도 별로 본인의 미래에 대한 장점으로 작용하지 않는다"고 불출마를 권유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국민의힘 당 주류, 특히 다선 중진 의원들에게 강하게 날을 세웠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완전히 당이 새로 태어나야 한다. 사실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 같은 사람을 만들어낸 것에 대해 국민에 사죄부터 먼저 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아직도 국민의힘 상당수 의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잊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기가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 사람들 생각을 보면 '지금은 그렇지만 적당히 지나가면 해결이 되지 않겠느냐'는 이런 사고가 팽배한 것 같다"고 했다. 또 "대단히 죄송한 말이지만 국민의힘의 중진 의원님들께서 정치 상황에 대한 판단이 굉장히 둔하다고 생각한다"며 "시대가 변천을 하면 정치도 거기에 적응을 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건데, 그것을 못 했기 때문에 오늘날 결국 국민의힘이 지금 이런 상황에 봉착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라고 그는 꼬집었다.
그는 다선 중진들을 겨냥해 "자기 지역구는 (대선 패배와) 관계도 없다. 사실 국민의힘에는 영남 출신 의원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분들은 솔직히 얘기해서 '공천만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러니까 당이 어떻게 되느냐에 대해서는 별로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하기도 했다.
한편 김 전 위원장은 출범 6일째를 맞은 이재명 정부와 이 대통령에 대해서는 비교적 호평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내가 보기에 이 대통령께서 정치를 굉장히 오래 한 분이기 때문에 정치 상황에 대한 진단 능력이 굉장한 것 같다. 그래서 지금 보면 우리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한 진단은 비교적 정확하게 잘했다"며 "그런데 문제는 과연 그것을 어떻게 실천할 것이냐, 어떻게 제대로 해결을 할 거냐 하는 것은 아직 미지수"라고 했다.
'정확한 진단'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재질문에 그는 "이 대통령께서 통합을 강조하지 않았느냐. 우리나라가 지금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아주 분할이 너무 심한 나라이고 갈래갈래 찢어져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이 대통령께서 취임사에서 발표한 통합 문제가 정상적으로 해결이 돼야만 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부연했다.
총리·비서실장·수석 인선에 대해 그는 "초기 인사는 대통령 당선되자마자 그 이튿날로부터 바로 정부를 운영해야 되기 때문에 별로 생각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자기 주변에서 그동안 호흡을 맞춰왔던 사람들로 인사를 하다보니 거의 정치인들이 총리도 되고 비서실장도 되고 정무수석도 되고 그렇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보기에 총리라는 것은 별로 할 일이 없는 사람이니까 그 자체에 대해서는 별로 누가 되는지 관심이 없다. 그러나 (강훈식) 비서실장이나 우상호 정무수석 같은 경우는 정치인으로서 국회에서 오랫동안 체험을 했기 때문에 정치적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데는 아마 굉장히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 시절과 비교하면 그때는 너무나 대통령실이 정치적으로 부재했고 지금은 너무나 정치적으로 강화되지 않았나"라고 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은 본인도 정치 경험이 없는 사람에다가 초기 대통령실 구성을 보면 전부 관료니 이런 사람들"이었다며 "그런데 여기는 지금 이 대통령 자기가 정치적인 경험이 풍부한데도 거기다가 정치인 비서실장, 또 정치인 정무수석을 갖다놨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정치적으로 굉장히 활발하게 운영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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