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온라인상 차별‧폭력을 선동하는 혐오표현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가 법안 내 '성적 지향' 표현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기독교계 등의 반발에 부딪히자 철회했다. 인권 단체들은 "성소수자를 뺀 인권은 없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5일 <프레시안> 취재에 따르면, 민주당 조인철 의원 등 11명의 국회의원은 지난 달 30일 인터넷상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가 5일 철회했다.
해당 법안은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며 그 내용으로는 "인종‧국가‧민족‧지역‧나이‧장애‧성별‧성적지향이나 종교‧직업‧질병 등을 이유로 특정 집단이나 그 구성원에 대하여 차별을 정당화‧조장‧강화하거나 폭력을 선전‧선동하는 내용의 정보"로 규정하고 있다.
인종‧국가‧민족 등을 이유로 차별‧폭력적 행위를 할 경우 이를 불법정보에 포함시키고,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신고시스템을 마련하도록 한다는 게 이 법안의 내용이다.

법안 내 차별‧폭력의 금지 사유로 '성적 지향'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조인철 의원실을 포함한 공동발의 의원 사무실로 반대 민원이 쇄도하기 시작했고, 의원들은 결국 발의 엿새 만에 법안을 다시 거둬들였다.
조인철 의원실 관계자는 5일 <프레시안>과 한 통화에서 해당 법안의 취지에 대해 "부정선거 의혹 등 가짜뉴스가 온라인상에서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어 이 법안을 통해 건전한 온라인 환경을 조성해 사회적 통합을 이루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초 법안 취지와 다른 면이 부각되면서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 모두 우려를 잘 아우를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 '성적 지향'인 만큼 법안에서 이를 배제하는 방향을 검토하되, 재발의 계획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성적 지향' 논란을 이유로 법안이 철회됐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번에는 인권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무지개행동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혐오표현을 방지하는 법안을 발의하면서도, 정작 혐오선동을 하는 사람들의 조직적인 민원에 놀라 그 취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이 비겁과 위선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이냐"며 "내란을 6개월 만에 수습하고,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한 새 정부가 시작하는 지금, 국회가 분열과 혐오의 언어에 굴복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보수 개신교의 반대로 '성적지향'을 빼고 재발의한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것은, 넘쳐나는 혐오표현의 부정적인 영향을 막겠다는 개정안의 취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며, 성소수자를 향한 보수 개신교의 혐오표현을 눈감아주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소수자를 뺀 인권과 민주주의는 없다"며 "조인철 의원을 비롯하여 국회가 새로운 민주주의와 사회통합을 위해 차별과 혐오를 종식하는데 앞장설 것을 요구한다. 혐오세력의 민원이 아니라, 평등시민들의 경험과 이야기를 경청하라. 혐오표현금지법안 철회를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내고 "정보통신방법을 통해 혐오표현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시도한 취지는 긍정적"이라면서도 "혐오와 차별을 막자는 법안에서 성적지향을 제외한다면 이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은 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마치 성적지향만을 빼면 법안이 통과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으나 보수개신교는 성소수자만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며 "이들은 이주민, 무슬림, 페미니스트 등 소수자에 대한 광범위한 혐오를 통해 성장해 온 이들이고, 평등과 인권의 언어가 들어간 모든 법의 제·개정을 막아 왔다. 그렇기에 혐오와 차별에 단호하게 대처하는 것만이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새정부에서 또 다시 혐오에 굴복하여 성소수자를 배제하는 시도가 펼쳐지는 것은 광장의 시민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라며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서 성적지향만을 제외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한고 법안을 다시 발의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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