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러 밀반입 드론으로 시베리아까지 폭격…러시아 군용기 타격

국경서 4천km 떨어진 공군기지도 공격…러, 드론 약 500대 동원 대규모 공습·2차 회담 성과 없이 끝나

1일(이하 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국경에서 수천 킬로 떨어져 있는 러시아 내륙 시베리아 공군 기지 등을 무인기(드론)를 통해 원격 공격해 전략폭격기 등 군용기 40대 이상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무인기 거의 500대를 동원한 공습을 퍼붓는 등 양국이 강도 높은 공격을 주고 받으며 2일 예정된 2차 직접 협상 타결 기대가 더욱 낮아졌고 실제 협상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일 영상연설에서 1년 6개월 이상 준비한 작전을 통해 러시아 내 "세 개의 시간대에 걸친" 복수의 공군 기지를 공격해 전략폭격기를 포함해 군용기 40대 이상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무인기 117대를 동원한 이 작전을 통해 러시아의 전략순항미사일 운반기의 34%가 타격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작전을 도운 이들이 작전 시행 전 러시아 영토에서 철수해 현재 안전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쪽에 따르면 이번 작전에 사용된 무인기들은 우크라이나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미리 러시아에 밀반입돼 있던 상태에서 원격 조종을 통해 공격에 투입됐다.

우크라이나 보안국(SBU) 소식통은 영국 BBC 방송에 지난 18달 간 먼저 무인기를 러시아 내부로 밀반입한 뒤 이를 숨길 이동식 목조 주택 또한 반입했다고 밝혔다. 무인기는 그간 화물차에 실려 있던 이동식 주택들 지붕 밑에 숨겨져 있었다고 한다. 소식통은 "적절한 순간에 지붕이 원격으로 열리고 무인기가 이륙해 러시아 폭격기를 공습했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통은 이번 작전을 통해 국경에서 4500km 떨어진 러 내륙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지역 벨라야 기지, 국경에서 2000km 떨어진 최북서부 무르만스크의 올레냐 기지, 모스크바에서 남동쪽으로 200km 떨어진 서부 라쟌 인근 디아길레보 기지, 모스크바에서 북동쪽으로 300km 떨어진 이바노보 지역 이바노보 기지 등 4곳 공군 기지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작전에서 전략폭격기 Tu-95 및 Tu-22M3, 방공망을 탐지하는 정찰기 A-50 등이 파괴됐다고 주장했다.

우크라 보안국은 이번 공격으로 러시아 쪽에 70억 달러(약 9조 6200억 원)가량의 손실을 입혔다고 추정 중이다. 확인된다면 우크라이나가 이 전쟁에서 러시아 쪽에 가장 많은 피해를 입힌 무인기 공격이 된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작전을 위한 러 영토 내 사무실이 "러 연방보안국(FSB) 본부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쪽은 이번 작전명을 '거미줄(Spiderweb)'로 칭했다.

러 국방부는 1일 무르만스크, 이르쿠츠크 등 러시아 내 5곳 군 비행장이 우크라이나 무인기의 공격을 받았다고 확인했다. 국방부는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고 공격 가담자 중 일부를 구금했다고 덧붙였다.

<AP> 통신은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에 따르면 미국이 우크라이나 쪽으로부터 이 공격에 대한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같은 날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가 2022년 전면전 개전 이래 가장 큰 규모 무인기 공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무인기 472대에 더해 탄도미사일 3대와 순항미사일 4대도 발사됐다.

이날 별도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우크라이나 동부 군사 훈련 시설에서 12명이 죽고 60명 이상이 다쳤다. 미하일로 드라피티 우크라 육군 사령관은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러 접경지 연이은 교량 붕괴로 열차 탈선해 수십명 사상도…2차 회담 앞두고 '흉흉'하더니 결국 성과 없이 종료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인 러 브랸스크와 쿠르스크 지역에서 연달아 교량 붕괴로 인한 열차 사고가 일어나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러 국영 <타스>, <스푸트니크> 통신을 보면 5월31일 밤 10시50분께 브랸스크 클리모보에서 모스크바로 향하던 여객 열차 위로 고속도로 교량이 붕괴해 해당 열차가 탈선하며 기관사를 포함해 7명이 숨지고 66명이 다쳤다. 해당 열차엔 388명이 타고 있었다.

러시아철도공사(RZD)는 "운송 작업에 대한 미승인된 방해"로 인해 붕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브랸스크 주지사 알레산드르 보고마즈는 다리가 의도적으로 폭파됐다고 주장했다. 정확한 원인은 조사 중이며 책임을 주장한 주체는 없다.

몇 시간 뒤인 1일 새벽 2시21분께 쿠르스크 젤레즈노고르스크에서도 철도 교량이 무너지며 화물 열차가 탈선해 기관사 등 철도 노동자 3명이 다쳤다.

러 외교부는 1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 외교장관과 통화한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브랸스크·쿠르스크 철도 탈선 민간인 사상자에 대해 "진심으로 애도를 표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통화에서 러시아 쪽이 이 "폭발"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반드시 범인을 밝혀 마땅한 처벌을 받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또 두 장관이 2일 러·우 직접 협상을 포함해 합의 관련 여러 계획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덧붙였다.

양쪽이 2차 회담 직전 거센 공격을 주고 받으며 휴전 협상 타결 기대는 더욱 낮아졌다. <타스>는 2일 열릴 회담을 개관하며 1일 우크라이나의 러 공군 기지 공격을 "평화에 대한 저항"이라고 묘사했다.

이번 회담은 2일 튀르키예(터키) 이스탄불에서 오후 1시에 시작될 예정으로 지난달 28일 라브로프 장관 쪽에서 제안했고 1일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협상을 이끌었던 루스템 우메로우 국방장관이 이번에도 우크라이나 대표단을 이끌 것이라고 확인했다. 러시아 대표단도 1차 협상 때와 마찬가지로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크렘린(러 대통령궁) 보좌관이 이끈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우크라이나 쪽 제안서엔 최소 30일간 무조건적 전면 휴전, 현재 전선을 기준으로 한 영토 협상, 전후 우크라이나 군사력 제한 거부, 안보 보장 및 양국 정상회담 개최 등이 담겼다.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은 러시아 쪽에 이미 관련 구상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타스>에 따르면 러시아 쪽은 러시아의 입장을 담은 각서를 2일 회담 때 전달할 예정이다.

미 CNN 방송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까지도 전쟁의 "근본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요구에서 물러서지 않았다며 이번 협상에서 진전이 있을 가능성을 낮게 봤다. 러시아 쪽이 주장하는 '근본 원인'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확장부터 우크라이나 국가의 존재까지 포함된다. 방송은 러시아가 회담에 참여하는 이유는 "대부분 트럼프(미 대통령)를 달래기 위함"이라고 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휴전 중재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자 최근 푸틴 대통령이 "미쳤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인내심을 잃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양국은 지난달 16일 이스탄불에서 열린 3년 만의 직접 협상에서도 포로 교환 외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 협상 역시 별다른 성과는 나오지 않았다.

<AFP> 통신에 따르면 약 1시간 동안 만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협상단은 휴전을 비롯한 핵심 쟁점에서 합의하지 못하고 협상을 마무리했다. 다만 양측은 각각 협상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전쟁 포로 맞교환을 언급했는데, 러시아 측은 교환 규모가 1000명 이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은 이번 합의가 지난 1차 협상 때 성사됐던 포로 맞교환보다 규모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또 전사자 시신 6000구씩 각각 교환하는 합의 내용도 발표했다. 양측은 3차 협상에 합의했으나 구체적인 시기는 정하지 않았다고 튀르키예 측이 밝혔다.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보안국이 제공한 우크라이나 무인기(드론)가 러시아 영토 내 깊숙한 곳에서 러 항공기를 공습하는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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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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