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가 TV토론에서 여성의 신체에 대한 폭력을 묘사한 발언을 한 것은 대선후보 검증을 위해 필요한 일이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불편함을 느끼는 국민에게 사과한다는 입장도 재차 밝혔지만, 자신은 "가치중립적 단어"를 사용했다며 표현에 불편함을 느끼는 역치는 사람마다 다르다고 주장했다. 29일자 조간신문 9개 종합일간지 중 8곳이 사설을 통해 자신의 발언을 비판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발언은 정당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은 것이다.
이 후보는 29일 국회에서 TV토론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는 시작부터 "해당 표현은 제가 창작한 것이 아니라 이재명 후보의 장남 이○○ 씨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직접 올린 글의 순화된 버전"이었다고 사실과 다른 주장을 폈다. 해당 발언의 원문에는 여성이 아닌 남성의 신체와 관련한 표현만 있다.
이 후보는 이어 "워낙 심한 음담패설에 해당하는 표현들이라 정제하고 순화해도 한계가 있었다"며 "그마저도 불편함을 느끼신 많은 국민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저의 질문은 단순한 자극이 아니라 단계적 검증이었다", "제가 한 질문 가운데 어디에 혐오가 있나"라며 자신의 질문에 잘못이 없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이 후보는 자신에 대한 비판 여론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는 저에게 혐오의 낙인을 찍으려는 집단 린치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민주당, 시민단체, 그리고 유튜버 등이 총출동해 저를 향한 인신공격에 나섰고, 사퇴를 겁박하는 시위까지 이어졌다"고 했다.
이어 "저는 굴복하지 않는다"며 "오늘 오후 2시까지 사실관계를 반대로 뒤집어, 저에 대해 방송과 인터넷 등에서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게시한 이들은 자진 삭제하고 공개 사과하시라. 그렇지 않으면 강력한 민형사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회견문 발표 후 질의응답에서 이 후보는 '문제가 된 표현을 TV토론에서 했어야 했나'라는 질문에 "표현은 역치 문제라는 생각"이라며 "역치에 대해, 저도 그런 표현을 할 때 비속어를 한 것도 아니고 굉장히 가치중립적 단어"를 썼다고 했다. 이어 "국민 일반적 역치를 넘어서는 발언을 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유감 표명을 한다"고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이 후보 장남 벌금형 기사를 공유하며 여성 연예인 얼굴 사진을 건 기사를 올려 2차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누구도 추가적 피해를 입기를 바라지 않는다"면서도 "해당 언론사가 가장 신속하게 그런 내용을 단독 보도"했고 "유권자의 알 권리, 사안의 시급성에 따라 그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이 후보는 '문제가 된 발언이 후보의 임기응변이었나 캠프 차원 전략이었나'라는 질문에는 "저희가 자료를 입수한 것은 오래 전이었지만, 최대한 절제되고 정제된 질문을 하기 위해 표현 같은 경우 단계별로, 이 후보의 아들 발언이라는 이야기를 명시하지 않고 어떤 상황을 가정해 기준을 묻는 방식"을 택했다며 "돌발상황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이 후보는 '심상정 전 의원이 과거 대선토론에서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관련 돼지발정제를 언급했다고 주장했는데, 심 전 의원이 한 말은 성범죄 공모 범죄자와 토론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는 민주노동당 반박이 나왔다'는 지적에는 "그 부분은 제가 심상정 후보가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을 이야기하겠다"고 했지만, 사과는 없었다.
이 후보는 자신에 대한 비판여론을 민주당, 시민단체 등의 "혐오 낙인을 찍으려는 집단린치"로 규정했지만, 이 후보의 TV토론 논란에 대해서는 이날 조간 종합일간지 9곳 중 <조선일보>를 제외한 8곳이 비판 내용을 담은 사설을 실었고, 그 중에는 보수지도 포함됐다. <중앙일보>는 "이준석 여성 혐오성 저질 발언, 제정신인가"라고, <동아일보>는 "여성 신체에 대한 폭력까지 서슴없이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소재로 이용됐다"고 이 후보를 질타했다. (☞관련기사 : 조간신문 일제히 이준석 비판…"시정잡배나 쓸 저속한 표현, 제정신인가")
진보지인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각각 "이준석의 경악스런 여혐 폭력, 왜 정치하는지 묻는다", "이준석 온국민 앞에 언어 성폭력, 대선후보 자격 없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이 후보의 대선후보 자격 자체를 문제 삼았다.
<한국일보>도 "공론장서 저질 성폭력 발언 이준석, 국민 모독이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다른 신문도 "본인의 주된 지지층인 20대 남성을 의식해 이른바 '남녀 갈라치기'를 시도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세계일보>), "귀가 의심될 정도의 저급한 표현"(<국민일보>), "여성 신체와 관련해 노골적이고 폭력적인 표현"(<서울신문>) 등 이 후보의 TV토론 발언을 비판했다.
이 후보가 공유한 이재명 장남 벌금형 기사에 대해서는 이날 온라인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여자연에인갤러리 일동이 "악의적인 방식의 2차 가해"라며 "보도를 낸 언론은 해당 피해자의 실명과 성희롱 문구를 그대로 기사 제목에 노출하며 최소한의 언론 윤리조차 져버렸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이 후보에 대해서도 "이같은 기사를 아무런 여과 없이 자신의 공식 SNS에 공유"했다며 "이는 피해자에게 또 한 번의 고통을 안기는 2차 가해일 뿐 아니라 정치적 목적으로 여성의 고통을 도구화하는 매우 비윤리적인 행위"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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