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국민의힘, 이 와중에 '차기 당권' 놓고 집안싸움?

한동훈 "친윤은 부끄러움 모른다" vs 나경원 "우리 허물에 소금 뿌리나"…공개 설전

6.3 대통령 선거전 와중에 국민의힘에서 차기 당권 경쟁의 전초전이 동시에 진행되는 모양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부정선거' 영화 관람, 김대남 전 대통령실 행정관의 김문수 후보 지지선언,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후보와 친윤(親윤석열)계의 '당권 거래 의혹' 등을 놓고 당내 계파 간 공개 설전이 벌어지면서다.

당내 계파 간의 이견은 역시 '탄핵의 강'을 사이에 놓고 먼저 불거졌다. 윤 전 대통령이 전날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에 공개적으로 나선 것이 꺼져 가던 당내 논쟁에 재차 불을 당긴 형국이 됐다.

한동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부정선거 음모론 영화"를 관람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며 "김문수 후보가 부정선거 음모론과 단호히 절연한다고 선언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연결 고리를 끊지 못하고 극우세력과 모호한 동반 관계를 유지하는 김 후보의 태도에 반발, 선거대책위원회 합류를 거부하는 대신 개별적으로 지방을 다니며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친한(親한동훈) 계 정치인들도 일제히 한 전 대표의 주장에 목소리를 보탰다. 친한계 조경태 의원은 "본인 때문에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 반성은커녕 저렇게 뻔뻔할 수 있는지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한심하다. 자중하기 바란다"고 윤 전 대통령을 공개 비판했다.

친윤계와 가까운 나 의원은 이에 대해 페이스북 글에서 "지금 이재명의 위선과 거짓, 범죄보다 우리의 과거와 허물, 상처에 소금 뿌리는 데 집중하는 것이 진정 국민과 나라를 위한 길인가"라며 "후보의 이름은 뒤로 감추고, 개인의 정치적 계산이나 당내 이견에만 몰두하며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라고 한 전 대표 측을 겨냥했다.

전날 이준석 후보 측이 주장한 '친윤계의 국민의힘 당권과 대선후보 단일화 맞교환 제안' 의혹도 공방 소재로 떠올랐다.

한 전 대표는 이날 "승리를 위한 단일화에 찬성한다. 그러나 친윤 구태들의 숙주 찾기용 단일화는 반대한다"고 메시지를 냈다. 한 전 대표는 "아직도 친윤들은 국민의힘이 윤석열·김건희 사당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며 "부끄러움을 모른다"고 직격했다.

친한계도 친윤계의 '당권 거래' 의혹 비판에 화력을 집중했다. 배현진 의원은 "이준석 후보 측 인사가 지목한 친윤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이상 사실을 알 수 없으나 한덕수를 당권의 숙주로 삼아보려던 일부 친윤의 '새벽 쿠데타'가 불과 얼마 전 일인지라 (당권 거래는) 그러고도 남을 자들"이라고 주장했다.

박정훈 의원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의 퇴진과 함께 친윤도 퇴진 절차를 밟는 것은 불가피하다. 그게 시대적 흐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연욱 의원도 불교방송(BBS) 라디오에 나와 "당권 거래를 어떻게 하나. 그건 당심"이라며 "협상 자체를 정상화시켜야 하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한 전 대표는 지난해 전당대회에서 '나경원 캠프' 일원이던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캠프에 갔다가, 이를 철회하고 김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는 언론보도를 공유하며 나 의원을 거듭 겨눴다.

한 전 대표는 "김대남 씨는 지난해 국민의힘 대표 경선 당시 나경원 경선후보 캠프에서 중책을 맡고, 극좌 유튜버에게 저에 대한 공격을 사주했다"며 "나 의원은 지난해 10월 제가 당 대표로서 김대남의 공격 사주에 대해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하자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해당 행위'라고 저를 공격했다"고 당시 상황을 상기했다.

반면 나 의원은 "당의 대표를 지내고,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인사라면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당과 국가의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라며 재차 날을 세웠다. 그는 "과거의 실책을 반복해 당과 국가를 더 큰 위태로움으로 밀어 넣는 원죄를 다시 짓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스스로 이재명의 트로이 목마가 돼서는 안 된다. 이제 그만하고, 부디 김 후보와 '원팀'으로 국민과 나라를 구하는 데 함께 총력을 다 해주길 촉구한다"고 했다.

김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은 당내 논란에 대해 "당권(거래 의혹)에 대해 저는 잘 모르겠다. 그런 이야기도 못 들어봤고, 지금 당권은 김용태 비대위원장께 있다"고 거리를 두는 태도를 취했다. 김 전 행정관 관련 논란에도 김 후보는 "저는 김대남이라는 분을 잘 알지도 못하고 그 경과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며 "기본 인포메이션(정보)이 없다"고 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권성동 원내대표(자료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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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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