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금기어' 취급하는 대선판…권영국 "페미니즘 없는 민주주의는 불가능"

"여성부→부총리급 '성평등부'로…포괄적 차별금지법, 비동의강간죄 도입"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선거운동 기간 이틀차인 13일 "페미니즘 없는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며 "페미니즘이 민주주의를 튼튼하게 만든다.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돼야 한다"는 선언을 들고 나왔다.

권 후보는 이날 여성분야 공약을 발표하며 "윤석열 정부는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반여성주의 포퓰리즘으로 탄생했다"며 "정치가 나서서 쌓은 혐오와 배제는 여성과 사회적 약자들의 삶을 더 많은 폭력과 차별로 몰아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상계엄·탄핵 국면의 상황에 대해 "광장을 채운 응원봉은 차별과 혐오에 맞서는 빛이었고, 안전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었다"며 "국회로, 여의도로, 남태령으로, 한남동으로, 거통고지회와 세종호텔 고공농성장으로 달려와 준 2030 여성들이 민주주의를 지켰다"고 기렸다.

그는 "그런데 막상 대선이 시작되자 여성의 목소리는 지워지고 있다"며 "이재명 후보는 광장의 주역이 여성이라는 말을 애써 회피하고, 김문수 후보의 여성 공약은 '군복무희망제' 하나뿐이고, 이준석 후보는 윤석열을 따라 '여성가족부 폐지'를 또 들고 나왔다"고 비판했다.

그는 "광장을 함께 지켰던 페미니스트 후보 권영국이 성평등 대한민국 만들겠다"며 "윤석열 정부가 파괴한 성평등 정책을 재건하겠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여성가족부를 부총리급 성평등부로 강화해 성평등을 모든 정책의 기조로 삼겠다"며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서 성평등부 장관을 성평등부총리를 겸임하게 하고, 모든 정부 부처의 업무추진 방향에 성평등 정책 기조가 자리잡을 수 있게 하겠다"고 권 후보는 공약했다.

또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 차별로부터 시민을 보호해야 하는 국가의 의무를 다하겠다"며 "더 이상 '나중에'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차별과 혐오는 민주주의의 적"이라며 "성별, 장애, 인종, 나이, 학력, 성적지향, 고용형태, 종교 등 어떤 이유로도 차별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시민동반자법', '혼인평등법', '비혼출산법' 등을 지원해 가족형태로도 차별받지 않도록 하겠다"며 "비동의강간죄와 낙태죄 대체입법을 추진해 여성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안전한 재생산권리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비동의강간죄 도입 필요성과 관련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를 따라 강간죄 성립요건에 상대방의 동의 여부, 심신상실 등의 상태를 이용하는 경우를 추가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 폭력에 대한 예방과 대응을 강화해 '여성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면서 "성평등부 산하에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스토킹범죄, 디지털성범죄 등 여성혐오 범죄 전담부서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는 "특히 급증하는 디지털성범죄에 대해서는 TF를 만들어 범부처 간 협력이 가능하도록 하며,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수사를 거부할 경우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을 입법하겠다"고 부연했다.

그는 "지난 2018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저지른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폭로를 필두로 현재까지도 각 정당 소속 정치인들에 의한 권력형 성폭력이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이에 따라 조직 내 2차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현행 '여성폭력방지 기본법'상 2차 피해 방지교육 의무 대상에 '정당'을 추가해, 정당 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과 이로 인한 2차 피해를 방지하겠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권 후보는 그밖에 △민법상 부성(父姓)우선주의 원칙 폐기 △2019년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방치된 입법 공백 보완 △모자보건법 전면개정 및 '미프진' 등 임신중지 의약품 허가 △성평등 임금공시제 도입 및 성별임금격차해소법 제정 △특수고용·플랫폼·자영업자 육아휴직 보장 △육아휴직 각부모 할당제 도입 △민간기업까지 관리직 여성비율 목표제 도입 △성적 동의와 자기결정권 등 인권 기반 포괄적 성교육 도입 △공직선거 여성 공천비율 의무화와 위반시 국고보조금 일부 환수 △특정 성별 공천비율 60% 이하 강제화 △남녀동수제 실현 로드맵으로 20년 내 모든 선출·임명직 고위공직 남녀동수 실현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대선 후보가 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입구역 인근에서 선거유세차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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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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