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자중지란…김문수, 당 지도부 공개 저격 "날 후보로 인정 않아"

한덕수 단일화 놓고 金측-지도부·주류 간 갈등 심화 양상…金에 "사기꾼" 비난까지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가 당 지도부와 주류 의원들을 겨냥해 "현재까지도 후보를 배제한 체 일방적 당 운영을 강행하는 등 사실상 당의 공식 대선후보로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공개 비난했다. 무소속 한덕수 후보와의 단일화 추진 방안을 놓고 국민의힘 내 김 후보 측과 기존 지도부·주류 그룹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김 후보가 5.3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지명된 지 불과 사흘 만이다.

김 후보는 6일 오전 언론에 배포한 '후보 입장문'에서 "국민의힘은 민주적 절차에 따라 여러 차례 치열한 경선을 진행했고, 그 결과 김문수가 당원과 국민의 뜻에 따라 정당한 국민의힘 후보로 선출됐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김 후보는 "지난 5일 20시 권영세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를 면담했고, 단일화 추진과 후보 지원을 위한 당의 협조를 요청했다"고 지도부와의 대화 경과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은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지만 이 약속이 지켜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특히 "더욱이 당은 단일화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 필수적인 선거대책본부 구성과 당직자 임명에도 아직 협조하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후보가 주도해야 할 단일화 추진 기구도 일방적으로 구성하고 통보했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당에서 단일화 과정을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 계속 발생하는 사실, 의구심을 짙게 하는 당의 조치들 때문에 단일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점에 대해 유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가운데 당은 의제와 안건도 공개하지 않고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 소집을 공고했다"며 "(소집) 이유를 분명하고, 명확하게 밝혀주기 바란다"고 김 후보는 요구했다.

앞서 김 후보 측은 지난 3일 후보 선출 직후, 경선캠프 총괄선대위원장을 맡아온 장동혁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내정했다고 밝혔으나 당 지도부는 이양수 현 사무총장 유임을 주장했고 결국 장 의원은 고사 의지를 밝혔다.

김 후보는 그러자 "3일 안에 일방적으로 단일화를 진행하라고 요구하면서, 대통령 후보에 (대한) 당무 협조를 거부한 점에 대해 유감"이라며 "단일화는 후보가 제안한 단일화 추진기구 구성을 중앙선대위가 신속히 받아들인다면 빠르게 추진될 수 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그는 "대통령 후보는 당헌 74조에 따라 당무우선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이미 대통령 후보가 수차례에 걸쳐 사무총장 임명을 요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당 지도부가 이를 이행하지 않아서 사실상 사무총장 임명이 불발된 것은 중대한 당헌당규 위반 행위이고 이 과정에서 단일화의 취지가 왜곡된 점에 대해 유감"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의원총회 등을 통해 자신에 대해 '막상 후보가 되니 한 후보와의 단일화를 머뭇거리는 것 아니냐'는 등의 의혹 제기성 공격이 나오는 데 대해 "중앙선대위에 단일화 추진 기구를 설치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단일화는 추진 기구를 통해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잘못된 사실에 기반해 대통령 후보의 진심을 왜곡하고 공격하는 행위는 즉시 중단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단일화는 반(反) 이재명 전선을 구축하고 보수 진영의 단일 대오를 형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덕수 무소속 후보,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 이낙연 새로운미래 상임고문 등을 포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과 5~6일 이틀 사이에 대선후보의 공식 입장에서 당 지도부에 대해 '유감'이 3차례 표명되는 이례적 사태는 한 후보와의 단일화 속도와 방법론을 둘러싼 이견 때문으로 보인다.

지도부를 포함한 당 주류는 김 후보가 대선후보 선출 직후부터 한 후보와 즉시, 빠르게 단일화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김 후보는 국민의힘 후보인 자신과 당이 단일화 주도권을 쥐어야 하며, 한 후보뿐 아니라 '반 이재명' 전선의 여러 후보들과도 동시적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 선대위 구성을 놓고도 김 후보는 즉시 국민의힘 대선 선대위를 꾸려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지도부·주류 측은 단일화 후 통합 선대위를 발족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이다.

휴일인 전날(5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당 소속 의원들이 이날 의총에 불참한 김 후보에게 '한 후보와의 단일화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총 결과 브리핑에서 "김 후보가 단일화 일정을 조속히 밝혀주길 바란다고 의원들이 공통적으로 요구했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 핵심관계자가 김 후보를 겨냥해 "사실상 김문수 후보가 단일화를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다. 경선 과정에서 '한덕수 단일화'를 내세우며 표를 받아놓고 이제와 적극적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은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고 전날 MBN 방송이 보도하기도 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아예 의총 모두발언에서 "당원들과 국민들께서 김 후보에 대해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신 이유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며 "(김 후보는) 경선 초반부터 '흔들림 없이 단일화를 주장한 후보'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즉시 찾아뵙고 신속하고 공정한 단일화를 성사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던 경선 과정에서의 다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작심 발언까지 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지금은 당과 나라의 미래, 우리 국민의 삶만 생각하면서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을 수 있다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시기"라며 "내가 먼저 희생하려는 모습을 보여줄 때, 국민들께서 오히려 더 큰 지지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고 김 후보를 압박했다.

김 후보는 이같은 자신에 대한 비난과, 특히 후보인 자신에게 상의 없이 당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전당대회 소집까지 공고한 데 대해 강한 불쾌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후보 측 김재원 비서실장은 이날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국위원회와 전당대회는 당헌당규를 개정할 때 필요한 기구"라며 "결국 후보단일화가 여의치 않으면 당헌당규를 개정해서 김문수 후보의 지위를 끌어내리려고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을 김 후보가 직접 지금 하고 계신다. 오늘 포항으로 내려갈 때도 '전국위와 전대 소집 공고를 띄운 것은 결국 나를 후보 에서 끌어내리려고 이미 시작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구심과 걱정을 갖고 출발을 하셨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 후보가 6일 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경북 영덕군 영덕읍 석리 따개비마을을 방문해 복구 현황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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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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