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조희대 대법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데 대해 현직에 있는 판사들도 '정치 편향성'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청주지법의 한 판사는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에 실명으로 글을 올리고 "'대법원이 선거판에 뛰어들었다. 대법관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따라 재판을 통해 정치를 한다' 등의 국민적 비판이 온라인, 오프라인 할 것 없이 거세지고 있다. 과거에는 DJ 정치자금 수사와 같이 선거철이 되면 진행 중이던 수사나 재판도 오해를 피하기 위해 중단했다. 도대체 이러한 사법 불신사태를 누가 왜 일으키고 있는지, 사상 초유의 이례적이고 무리한 절차진행이 가져온 이 사태를 과연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선거 후 사법부가 입을 타격이 수습 가능할 것인지 그저 걱정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판사는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 매지 말고, 오이 밭에서 신발 고쳐 신지 말라', '결론과 절차가 공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정해 보여야 하는 것 역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99명의 범죄자를 놓치더라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 법관생활 30여년 동안 참 많이 들어본 말이다. 워낙 자질이 부족한 저로서는 이를 제대로 지키며 살지 못했지만, 대법원에 계신 '저스티스'들께서는 적어도 저보다는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믿고 그 판결을 존중하였다"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6만 쪽이 넘는다는 방대한 기록을 이례적으로 항소심 선고 후 불과 2일 만에 정리하여 대법원으로 송부하고, 피고인의 답변서가 제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날인 4. 22. 소부 배당 후 즉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당일 오후 1차 합의기일을 갖고, 이틀 후인 4. 24일 2차 합의기일을 갖은 후 1주일 후인 5. 1. 판결을 선고했다. 30여년 동안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초고속 절차 진행"이라고 했다.
이 판사는 "1, 2심이 정반대의 판결을 선고하였고,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찬반이 갈리는 사안"이라며 "1, 2심의 결론이 다르고 그 심리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그만큼 사실관계 확정 및 법리 적용이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한 후 "하기야 6만 쪽 정도는 한 나절이면 통독하여 즉시 결론을 내릴 수 있고, 피고인의 마음 속 구석구석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관심법까지, 그야말로 신통방통하고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지신 훌륭한 분들만 모이셨을 것이니... 아무 일도 아닌 것을 우둔한 제 기준에만 맞춘 기우인가 보다"고 꼬집었다.
이 판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의 배경을 설명하는 보도자료, 차라리 내지 않은 것만도 못했던 것 같다. 느닷없이 적절한 비교대상도 아닌 미국의 부시-고어 재검표 판결을 끌어오질 않나, 1, 2심의 결론이 달리나온 것을 두고 '혼란과 사법불신의 강도가 유례 없어 신속한 절차진행이 필요했다'고 했다. 우리나라 다수의 평범하고 선량한 유권자들이 정말 그렇게 인식하고 있던가. 보도자료를 작성한 분은 평소 누구를 만나고 어떤 언론매체를 보고 들은 것인지"라고 지적했다.
부산지법의 한 판사도 역시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대법원 재판의 권위는 형식적으로는 최고법원이고 최종심이라는 소송법상 지위에 기인하는 것이지만, 불편부당, 절제, 공정, 중립의 미덕 하에서만 그 실질적 의미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며 "그런데, ‘이례성’이라는 것은 문언 그대로 통상적인 절차와 관례를 벗어난 돌출적인 사건의 진행을 의미하고, 이는 사물의 전개가 이미 통상적으로 예측가능한 경로를 벗어난 상태여서 어떠한 '의도'가 개입하였다는 의심을 살 수 있는 개념징표이므로, 재판을 담당하는 법관이라면 누구나 가장 듣기를 꺼려하는 단어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이 판사는 "대법원은 최근 특정 사건에 관하여 매우 이례적인 절차를 통해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이례성’은 결국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비판 자체가 법원의 신뢰와 권위를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판사는 "대법원은 지난 수십년간 끊임없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재판'을 실현하기 위하여 노력해 왔다. 그러나 대법원 스스로가 이번 한 건의 재판으로 스스로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자충수를 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스럽다"라고 했다.
이 판사는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상 심리기간을 준수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음을 주장하겠지만, 그 동안 수많은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에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사례가 거의 없음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명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사법부 내에서 이례적인 재판이 반복되고, 그 이례성이 특정 집단이나 세력에게만 유리하도록 편향되게 작용하는 모습이 거듭된다면, 일반인들은 더 이상 법원의 재판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법원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심각한 후과를 남길 것임이 분명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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