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들의 선호일까, 일본 책을 번역하거나 편집하는 우리 출판사들의 선호일까, 아니라면 일본의 독특한 출판 경향 중 하나일까. 일본 책의 분명하고도 특별한 특장 중 하나가 대담집이다. 사실은 나의 편향적인 선택 탓일지 모르지만. 그래서 일본 대담집이 소개되면 무조건에 가깝게 구입하는 쪽이다. 이번 책도 가슴을 뛰게 했다.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와 생물학자이자 작가인 후쿠오카 신이치와의 대담집. 모본은 NHK 교육텔레비전에서 방영된 대담에서 시작된 모양이다. 책 이름 자체가 아름답다. <음악과 생명>
"신기하게도 저희가 대화를 나누면 그 끝은 항상 하나의 이야기로 수렴됩니다. 바로 로고스logos와 피시스physis의 대립이라는 주제죠. 간단히 말하면 로고스는 인간의 사고방식, 언어, 논리 등을 뜻하고 피시스는 우리 존재를 포함한 자연 그 자체를 가리킵니다." (사카모토의 서문)
"책은 사카모토 씨가 연주하는 음악에 이끌려 가며 인공지능 만능론, 관리사회 등 로고스에 지나치게 편중된 세상의 폐해에 관심을 두고 피시스의 풍요로움을 회복하기 위한 새로운 사상을 추구했던 대화의 기록입니다." (후쿠오카의 서문)
예술이 영원하다면 음악도 영원할까. 생명도 신의 품 안에서 영생을 누릴 수 있을까.
"사카모토: 저는 그런 음악의 일회성을 무척 귀하게 여깁니다. 과학은 여러 번 반복해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재현성에 가치를 두지만, 음악은 그와 반대예요. 한 번밖에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벤야민이 말하는 '아우라'가 존재하고 바로 거기에 가치가 있는 겁니다."
"후쿠오카: 실은 반드시 재현성이 있어야 한다고 여겨지는 과학에서도 일회성과 재현성이 부딪치는 일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논문을 쓸 때는 아주 정확한 조건을 설정하여 동일 조건에서 실험할 경우 모두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러나 생물학 실험은 생물이라는 날것을 상대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매번 조금씩 다른 일이 벌어지죠. 과학에서는 그것을 '근사적 재현성'이 있다고 간주합니다."
"사카모토: 악보라는 건 '뉴턴적'인 절대공간, 절대시간, 균질한 시공간처럼, '그 점을 어디에 두든 똑같다, 그저 값이 다를 뿐'이라는 사고방식을 구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후쿠오카: 악보도, 유전자도 그저 '기술된 것'일 뿐이죠."
전혀 배경이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이토록 생명과 자연에 대한 아름다운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나누고 싶은 고마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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