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나가며 최상목 사표수리…초유의 '대통령 대행 사회부총리'

崔, 국회 본회의 탄핵소추안 상정 직후 사의…한덕수, 사표 수리하며 이주호에 '국정운영 안정' 당부

한덕수 국무총리에 이어 최상목 경제부총리까지 1일 중 연달아 사직하면서 이주호 교육·사회·문화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일부터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게 됐다. 한 총리의 대선 출마를 위한 사퇴나 최 경제부총리에 대한 급작스러운 탄핵소추 추진, 국회의장의 탄핵소추안 본회의 표결 상정, 최 부총리의 반발성 전격 사퇴까지, 한국의 행정부·입법부가 총체적 난국을 드러낸 상황이다.

한 총리 사퇴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을 예정이던 최 경제부총리는 1일 밤 10시 28분 사의를 표명했다고 기획재정부가 그 직후 언론에 밝혔다. 이 시각은 국회 본회의에 최 부총리 탄핵소추안이 상정되기 직전이다. 기재부는 약 15분 후 재차 공지에서 "최 부총리 사표가 수리됐다"고 밝혔다.

국회는 본회의에 탄핵소추안을 상정, 무기명 투표로 표결을 진행하던 가운데 최 부총리의 면직을 통지받고 즉각 우원식 국회의장이 "탄핵소추 대상자가 없으므로 투표를 중지하겠다"고 투표 불성립을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앞서 이날 저녁 8시 30분 예정에 없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최해 최 부총리 탄핵소추안 조사결과보고서를 상정, 의결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에 반발해 퇴장했고 법사위 의결은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 11명만 참석한 가운데 참석자 전원 찬성으로 이뤄졌다. 이후 민주당은 이날 추경예산안 처리를 위해 열릴 예정이던 본회의에 탄핵소추안 표결 상정을 추진했고, 우 의장은 이를 받아들였다.

갑작스런 최 부총리 탄핵소추안 조사보고서의 법사위 처리와 본회의 상정·표결과 관련, 국민의힘은 "(이는) 오후 3시에 있었던 대법원 판결에 대한 민주당의 대응이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분풀이하는 격"(유상범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이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이재명 후보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됐다고 갑자기 발작을 일으켜서 법사위를 긴급 개최해 통과시키고 본회의에 긴급 상정하는 것이 과연 상식으로 납득할 수 있느냐"고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최 부총리는 탄핵소추안 표결이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기대를 갖고 기다렸지만, 표결이 이뤄질 것이 확실해지자 바로 부총리직에서 사퇴한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 정족수는 국회 재적 과반(151명)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계엄 선포에 명시적으로 반대했던 국무위원 2인 중 1명이자 가장 강력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이였으나,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회 추천 몫 마은혁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해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이는 민주당의 탄핵소추 추잔의 명분이 됐다.

최 부총리는 "대내외 경제 여건이 엄중한 상황에서 직무를 계속 수행할 수 없게 돼 사퇴하게 된 점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기재부 대변인실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자신에 대한 탄핵소추가 부당하다고 생각됐다 해도, 헌법재판을 통해 이를 끝까지 다투지 않고 바로 사퇴하는 것이 부총리로서 책임 있는 처신이냐는 지적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 부총리의 사표를 수리한 것은 앞서 이날 오후 4시경 사임 의사를 밝힌 한덕수 총리였다. 한 총리는 법규 규정에 따라 사의를 밝힌 당일인 이날 자정까지는 총리직을 유지한다. 총리실은 "한 총리는 1일 밤 최 부총리 사임안을 재가한 뒤 이주호 교육부총리와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만나, 어떠한 경우에도 정부가 흔들림 없이 유지되도록 안정된 국정운영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의 사퇴로 국무회의 구성도 위기를 맞았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헌법 88조는 "국무회의는 대통령·국무총리와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대통령·국무총리는 공석이고, 전체 19석인 국무위원(장관) 가운데 국방부·행정안전부·고용노동부·여성가족부 장관이 공석이어서 재임 중인 국무위원은 딱 15인이었다.

내란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작년 12.3 비상계엄 사퇴 직후인 같은달 5일 이미 사퇴했고,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도 내란 동조 혐의로 국회 탄핵소추가 추진되자 12월 8일 자진 사퇴했다. 여성부 장관은 12.3 사태 이전부터 공석이었고, 김문수 전 노동부 장관은 대선 출마를 위해 올해 4월 8일 사퇴했다.

다만 국무회의 규정에 따르면 국무회의 개의 정족수는 총원 21인 중 11인, 의결정족수는 8인이다. 대통령령 '국무회의 규정'은 "국무회의는 구성원 과반수의 출석으로 개의하고, 출석구성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재직 중인 국무위원이 15인에 미달하더라도 11인 이상이면 국무회의를 개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헌정사상 초유의 '대통령 권한대행 교육·사회·문화부총리'가 된 이주호 부총리는 헌법 71조에 따른 대통령 권한대행에 더해 정부조직법 22조에 따라 국무총리 직무대행도 맡게 된다. 최 부총리의 사퇴로 장관이 공석이 된 기획재정부는 1차관이 경제부총리 및 장관 직무대행을 맡는 체제로 운영된다.

이 부총리는 이날 자정부터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를 시작하면서 "국정 공백이나 혼란 없이 국가 운영을 안정적으로 이어나가기 위해 정부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특히 "대통령 선거를 한 달여 앞둔 만큼, 공정하고 질서 있게 선거가 치러질 수 있도록 행안부를 비롯한 관계 부처와 지자체가 적극 협의해 필요한 모든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각 부처에 지시했다.

이 권한대행은 국방부에는 "군의 경계와 대비를 철저히 유지하고, 모든 도발 가능성에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라”고 지시했다. 외교부에는 "주요 우방국과 긴밀히 협력해 대한민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유지하고 외교 현안 관리에 빈틈없이 철저히 대응하라"고, 행정안전부에는 "사회질서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치안 상황을 철저히 관리해 국민 불안을 차단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획재정부에는 "금융시장 변동 상황에 대비하고 경제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했다.

한편 국회는 이날 오전 여야 원내대표 합의를 거친 13.8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민주당 의원 170명 전원 명의로 발의한 심우정 검찰총장 탄핵소추안도 본회의에 보고된 후 법사위에 회부해 조사를 수행하기로 본회의 의결이 이뤄졌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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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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