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자 포용'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마지막까지 "가자·우크라 평화"

성소수자에 관용·'반이민 공약' 트럼프 비판…"외부 향한 사회 참여적 교회 만들어" 평가

라틴아메리카 출신 첫 교황으로 소수자에 대한 관용을 보여 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21일(현지시간) 바티칸의 교황 거처인 카사 산타 마르타에서 88세로 선종했다고 교황청이 밝혔다.

교황궁 궁무처장 케빈 페렐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오늘(21일) 아침 7시35분에 성부의 집으로 돌아가셨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교황은 평생을 주님과 교회를 섬기는 데 헌신했다. 그는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충실함과 용기, 보편적 사랑으로 복음의 가치를 실천하라고 가르쳤다"고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호흡기 질환으로 지난 2월14일부터 로마 제멜리 병원에서 38일간 폐렴 등 입원 치료를 받았고 지난달 23일 퇴원 뒤에도 카사 산타 마르타에 머물며 치료를 계속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선종 전날인 20일 부활절 미사를 직접 집전하진 못했지만 바티칸 성베드로 대성당 발코니에 잠시 모습을 드러냈고 이후 차를 타고 성베드로 광장을 돌며 군중에 인사를 건넸다. 대독된 메시지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가자지구와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촉구했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만나기도 했다.

1963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호르헤 마리오 베르골리오라는 이름으로 5남매 중 첫째로 태어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3월13일 266대 교황에 올랐다.

"안녕하세요"라는 소박한 인삿말로 대중에게 처음 모습을 드러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민자 및 성소수자 등 소수자에 대한 관용, 불평등에 대한 배격을 표현하며 비교적 진보적이고 개혁적인 종교 지도자로 평가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7월 첫 기자회견에서 남성동성애자(게이) 사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만일 누군가가 남성동성애자이고 그가 주님을 찾고 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내가 그를 심판할 수 있겠는가"라며 성소수자에 대한 열린 태도를 보였다. 2023년 1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동성애는 범죄가 아니다"라며 동성애를 범죄화하는 법률을 "부당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같은 해 12월 교황청은 동성 커플에 대한 사제의 축복을 허용했다. 다만 동성 결혼 자체엔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이민자 인권 옹호도 계속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6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선 후보가 멕시코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이민 정책을 내세우자 "기독교인이 아니다"라며 이를 비판했다. 2013년 7월 아프리카 난민의 주요 이주 통로인 이탈리아 람페두사섬을 방문해 이민자 목숨에 대한 "무관심의 세계화"를 비판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불평등의 관점에서 자본주의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2015년 7월 연설에서 "노동자와 빈곤층"에 대한 세계 자본주의의 횡포를 비판하며 체계적인 "돈에 대한 탐욕"은 "악마의 배설물"이라고 맹비난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러한 행보로 인해 교회 내 보수파들에겐 비난을 받기도 했다. 재임 전부터 지속된 문제인 사제들의 성학대 사건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 내 여성의 역할을 인정하고 고위직 여성 참여를 늘렸지만 여성 사제 서품에 대해서는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프란치스코 교황은 자신의 권한을 이용해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추기경 비율을 늘려 교회를 덜 유럽 중심적인 곳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그는 평신도들 사이 깊은 지지층을 확보했고 로마 가톨릭에 환멸을 느낀 많은 이들의 희망의 원천"이었다고 평가했다. 신문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다 외부를 향하고 관대하며 사회 참여적 교회"를 만들고자 했다며 "그 영향력이 얼마나 지속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21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했다. 사진은 2014년 9월17일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축복을 전하는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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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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