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김동연 경기지사가 '응원봉 시위' 등으로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2030 여성들이 정치적 주목을 받았던 데 대해 "여성들께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며 "성평등은 상식이고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김 지사는 진보·보수 진영을 통틀어 젠더·여성 정책이 실종됐다는 시민사회 평가에 동감을 표하며 "젠더 이슈를 정치권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갈라치기하고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21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집담회 '제21대 대선주자와의 대화 - 모두의 성평등, 다시 만난 세계'에 참석해 "이 자리를 빌려 지난 12.3 계엄·내란 때 응원봉을 들고 함께 해준 2030 여성분들, 또 2030뿐 아니라 참 많은 여성분들께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며 "탄핵은 국민이 함께 만들었지만 국회로, 또 남태령의 차가운 도로로 와주신 '키세스 시위대' 같은 분들이 안 계셨으면 123일을 어떻게 버텼겠나"라고 했다.
앞서 계엄·탄핵 국면에선 2030 여성들이 주축이 된 '응원봉 시위', '키세스 시위' 등이 화제가 되며 청년세대 여성이 민주주의 복원을 위한 새로운 정치집단으로 주목 받은 바 있다. 다만 '빛의 혁명'에 찬사를 보내온 민주당에서도 여성 의제에 대한 언급은 신경써 피하는 등 (☞ 관련기사 : 이재명 '비전 발표회'…"지금도 내란 계속되고 있다") 여성 집단의 정치적 참여와 성과에 대한 정치·사회적 인정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일었다. 이런 가운데 비동의강간죄 공약 등 여성 정책행보로 주목받은 김 지사가 이번엔 탄핵 국면의 여성 정치를 조명한 셈이다.
김 지사는 "(저의 여성정책) 공약에 대해 보여주신 관심은 뜻밖"이라며 "선진국에서 성평등은 상식이고 평등의 근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성평등에 대해) 그렇게 얘기해주시는 분이 안 계셔서 그런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측은 최근 정치권 상황을 두고 "보수정당은 자신들이 만든 '젠더 갈등'이란 프레임 하에 이미 일찍이 여성을 지워버렸고, 진보정당들도 그 프레임에 편승해 여성의 존재와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평했는데, 이에 동감을 표한 것.
특히 김 지사는 최근 국회의 동향을 겨냥 "젠더 이슈를 정치권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갈라치기하고,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주 개탄을 금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동덕여대 남녀공학 전환 논란' 등 젠더 이슈 관련 국면에서 국민의힘 등 보수진영 정당들이 보인 태도를 지적한 것으로 풀이됐다. 김 지사는 이날 한 동덕여대 학생이 전한 최근 상황에 대해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갈라치기하고 자기 편향적으로, 의도적으로 이용하는 행태는 정말 나쁜 행태"라며 "우리 사회가 이래서는 안 된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 관련기사 : 한동훈, 그의 진심은 '선별된' 약자만을 향한다 / 이준석, 또 '안티페미' 찾기…동덕여대에 "비문명 래디컬 페미니즘")
민주당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김 지사는 이날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도 여성 의제에 소극적이란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 "민주당의 가치 추구를 위해서는 여성 문제에 있어서 보다 전향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한다"며 "혹시 그것이 선거 전략이나 또는 표를 의식한 그러한 결정이라고 하면 민주당답지 못하고 비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패널 토론에선 △여성가족부 역할 확대 △고용성차별 및 성별임금격차 해소 △디지털 성범죄 방지를 위한 디지털 안전위원회 신설 △여남동수(남녀동수) 국회의원 △이주여성 권리 보장 등 여성정책 제언이 참여 패널들로부터 제안되기도 했는데, 김 지사는 이들 의견들에 대해서도 "절대로 공감한다"고 했다.
그는 특히 성별임금격차 해소, 여성할당제 등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는 "이런 것들이 단기적인 사회 효율이 아니라 장기적인 사회 효율을 높인다"고 했다. 여성 안전 문제를 언급하면서는 최근 사회적 논란이 된 '스토킹 챌린지'를 언급하며 "여성을 스토킹하고 위협하는 장면을 오락거리 삼는 사회"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여성가족부 확대 이슈에 대해선 "정부부처가 다 같이 힘을 써서 해결할 과제가 저출생, 기후대응 그리고 여성평등 문제"라며 여성부 확대 및 전 국가부처 내 성평등 추진체계 확립을 제안했다.
한편 이날 김동연 캠프는 이번 주 예정된 호남권 및 수도권 경선 투표 과정과 관련, 당 선거관리위원회 측에 △권리당원들에게 각 후보에 대한 소개문자를 일괄 발송해 줄 것 △권리당원 여론조사 시 공정성 논란이 인 '시그널앤펄스'를 다른 조사업체로 교체할 것 △안심번호 국민여론조사 수행 시 각 캠프 참관인들이 조사수행 과정 자체를 보다 투명하게 볼 수 있게 할 것 등을 요구했다.
앞서 김 지사 측은 경선룰 세팅 및 여론조사 업체 '시그널앤펄스(구 리서치디엔에이)' 선정 과정에서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며 반발한 바 있다. 다만 김 지사는 기자들에게 "이번 경선룰에 대한 불공정성이나 또 문제는 여러 차례 지적을 해 왔다"면서도 "경선 사퇴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런 문제가 제기가 돼서 건전하게 받아들여지고 또 좀 치유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김 지사는 오는 26일 호남 지역 순회 경선을 앞두고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5.18 광주 민주항쟁으로 명칭 변경 △옛 전남도청 원형 완전 복원 △호남권 광역 교통망 화궁 △호남권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 등 호남권 공통 공약도 이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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