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에 도움 된다면 학생 휴대폰 사용 문제 없다'?

[청소년 인권을 말하다] 학생은 배움의 주체이지 대상이 아니다

지난 2월 25일, 울산에서 열린 제22차 울산인권포럼 '울산학생인권실태조사로 본 학생인권현황 및 발전방향'은, 지역 최초로 실시된 '2024 울산학생인권실태조사' 결과를 중심으로 학생인권의 현주소를 짚는 자리였다. 울산은 여전히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지 않은 지역 중 하나다. 그렇기에 이번 실태조사와 이를 바탕으로 한 공개 토론회는 울산 교육 현장에서 학생인권이라는 의제가 어떤 방식으로 다뤄지고 있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중요한 자리였다.

그러나 내가 이번 토론회를 지켜보며 든 첫 감정은 반가움보다는 아쉬움이었다. 실태조사는 울산광역시교육청 학생인권지원관실 주도로 처음 실시되었지만, 문항의 구성과 해석, 결과 발표의 관점 어디에서도 학생의 주체성은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다. 실태조사를 통해 무엇을 바꾸고자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부족해 보였다.

이번 칼럼에서는 '학생인권실태조사'를 중심으로 울산 교육 현장의 구조적 한계, 그리고 학생인권을 바라보는 지역 사회의 시선이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학생 당사자, 연구자, 시민사회활동가가 함께 참여한 토론회였던 만큼, 이들의 발언을 중심으로 학생인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조건들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교육에 도움이 되면 휴대폰 사용이 괜찮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생인권과 관련된 다양한 항목 중에서도 '휴식시간 휴대전화 사용 보장' 비율이 28.3%로 가장 낮았다. 이는 휴대폰 사용이 학생의 권리로 인식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휴식시간에조차 학교가 이를 강하게 통제하고 있는 현실을 보여 준다. 특히 토론회에서는 "교육에 도움이 된다면 사용해도 괜찮지 않냐"는 식의 주장이 참가자들에게서 반복해서 나왔다. 즉, 학습 도구로서의 용도라면 휴대폰 사용이 허용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제한되어야 한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이러한 시각은 학생의 권리를 철저히 '학습'이라는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관점을 드러낸다. 학생을 온전한 '주체'로 인정하기보다는 배움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것이다.

학생이 휴식시간에 휴대폰을 자유롭게 사용할 권리는 학습 효율과는 무관하게 존중되어야 할 기본적 인권이다. 그런데 토론회에서는 수업 시간 중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소음 유발'이나 '수업 방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처럼 실제 사용 여부와 무관하게 권리를 제한하려는 시도는, 과연 정당한가? 학교에서 어떤 소음은 허용되고, 어떤 소음은 제지당하는가? 그 기준은 누구를 중심으로 정해지는가?

'소음이 발생하면 수업에 방해된다'는 주장은 기존의 학교 규율이 특정한 학생들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예를 들어, 귀가 잘 들리지 않는 학생은 상대적으로 더 큰 목소리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으며, 시각장애 학생이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해 듣는 과정이 주변 학생들에게 '소음'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가 있는 학생의 경우,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 것이 필요할 수 있지만, 이는 학교에서 '산만함'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 나 또한 ADHD 진단을 받았으며, 수업 중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교실을 돌아다니고 싶었지만, 이러한 행동이 오해를 사며 '문제 행동'으로 규정되었던 경험이 있다.

학교의 규율이 특정한 기준에 맞춰진 상태에서 작동할 때, 이는 장애를 가진 학생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학습하고 소통하는 학생들에게 차별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핸드폰 사용 규제 또한 단순한 학습 방해 문제가 아니라, 어떤 학생들의 행동과 필요가 정당한 것으로 인정되고, 어떤 학생들의 행동은 규제의 대상이 되는가에 대한 구조적 문제와 연결된다.

학생과 교사 간의 학생 '존중' 인식의 차이

이번 실태조사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학생과 교사가 인권 존중을 받는다고 느끼는 공간이 달랐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가정에서 더 존중받는다고 느끼는 반면, 교사들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더 존중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는 학생과 교사가 각자의 위치에서 경험하는 차이를 반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학생의 입장에서 가정이 더 존중받는 공간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비교적 자율성과 개인의 목소리가 존중받는 환경이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학교에서는 규율과 규칙이 우선시되곤 하며, 학생의 의견이 제한되거나 무시되는 경험을 겪기 쉽다.

하지만 토론회에 참여한 한 교사는, 학생들이 "존중받는 것과 사랑받는 것을 혼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가정에서는 부모의 보호와 돌봄이 존중으로 느껴지는 반면, 학교의 존중은 보다 형식적이고 제도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기에 학생들이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실태조사에서 드러난 실제 학생들의 경험을 외면한 해석일 뿐이다. 지금도 학교 현장에서는 사생활 침해, 폭언, 체벌, 성희롱 등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사례들이 반복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이미 학생을 '존중하고 있다'는 결론을 미리 내려놓은 채 해석을 덧붙이는 태도는, 오히려 현실의 문제를 부정하고 책임을 학생에게 돌리는 것에 가깝다.

이는 학생의 목소리를 부정하는 태도일 수 있다. 존중이란 단지 '제도적으로 제공된 절차'가 아니라, 학생이 자신을 존엄한 존재로 느끼고 스스로를 표현할 수 있는 환경에서 비로소 가능하다. 학생들이 존중받는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그것이 곧 학교의 현실인 것이다.

'분리 조치'가 인권 의식의 문제인가?

이번 실태조사에는 '교육활동 방해 시 학생을 분리 조치할 수 있다'는 상황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응답자의 태도를 통해 인권 의식을 평가하려는 문항이 포함되어 있었다. 특히 해당 조치가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이유로 정당화되었을 때, 더 높은 점수가 부여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교육활동 방해 여부의 판단 기준이 불분명한 상황에서, 누군가를 교실 밖으로 내보내는 조치가 '인권적'이라고 평가되는 점은 역설적이다. 실태조사가 분리 조치에 관련해서 벌어질 수 있는 인권 침해를 문제 삼기는커녕, 오히려 분리 조치를 정당화하고 이를 '인권 의식'이라고 평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설계가 비판받을 만하다.

교육권 보장을 이유로 특정 학생을 분리하는 조치는, 그 자체로 인권침해일 수 있다. 특히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으로 간주되는 이들 중에는 발달장애 학생, ADHD를 가진 학생, 혹은 교실 안에서 차별과 배제의 경험을 겪는 소수자일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차별에 취약한 집단에게 불리하게 작동할 수 있는 조치를 '다수의 인권 의식'을 통해 정당화하는 방식은, 오히려 편견과 배제를 제도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인권실태조사라면 이 조치가 실제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분리되는 학생의 입장과 경험은 어떤지부터 살펴야 하지 않았을까.

이 문제는 결국, 학교라는 공간을 어떻게 상상하느냐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많은 교사가 그리는 이상적인 학교는, 학생들이 교사의 질문에 성실히 대답하고, 수업 시간에 졸지 않으며, 조용하지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간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모두가 조용히 앉아 있는 공간이 과연 학교인가? 아니면, 각자의 사정을 이해하고 함께 고민하며 배움을 지속해 나가는 공간이 학교여야 하지 않을까? 학교는 학생들이 획일적인 규율에 맞추어 행동하도록 강요하는 곳이 아니라, 다양한 배경과 필요를 가진 학생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존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태조사 문항이나 토론회 발언에서는 학생의 권리를 여전히 '학습 효율'이라는 잣대로 판단하고, 학습에 방해가 된다면 제한해도 된다는 식의 관점이 반복되었다. 이는 학생의 권리를 부차적인 것으로, 혹은 교육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시각이다. 그러나 인권은 특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로 보장되어야 할 기본 조건이다.

앞으로 학생인권 실태조사나 제도 논의가 지속된다면, 학생을 온전한 주체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학생인권은 단지 학습권과의 균형 속에서 조율되어야 할 대상이 아니라, 학교라는 공간이 어떻게 구성되어야 하는지를 결정짓는 핵심적인 기준이 되어야 한다. 특히, 다수의 규범에 맞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소수 학생들이 배제되지 않도록, 학교는 다양한 존재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학생인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학생인권법'의 제정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학생인권법 제정은 단지 선언적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당연히 인권을 누릴 수 있는 학교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다. 학생의 삶이 교육보다 앞설 수 있는 학교,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교육의 모습이다.

▲성미산학교 학생들이 14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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