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나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후 <서울신문>의 시사만화가로 일하셨다. 하지만 자유가 없는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 하에서 아버지는 시사만화가로서 정치풍자, 사회풍자에 많은 한계를 느끼셨고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으셨다. 그래서 아버지는 나중에 스트레스가 덜하고 독재정권의 감시와 압박이 덜한 아동만화로 직종(?)을 바꾸셨다.
아버지는 주로 집에서 만화를 그리셨다. 창작이 필수인 만화가라는 직업은 발랄한 생각과 신선한 아이디어가 생명이다. 그래서 아버지(1922-2012)는 동시대 세대들과 달리 아들인 나에게도 권위적인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으셨다. 항상 친구처럼 다정다감하게 대해주셨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를 무서워하거나 어려워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내가 지금도 목에 힘주는 권위주의자들을 싫어하거나 '천방지축 버릇없는' 사람이 된 것도 다 아버지의 덕인 것 같다. 직업이 아동만화가였던 아버지는 아마도 아이들의 동심을 몹시 좋아하셨던 것 같다. 오죽하면 내 딸도 어렸을 때 친할아버지를 '늙은 오빠'라고 격의 없이 부를 정도였다.
북한 북청이 고향인 아버지는 동시대 월남한 다수 실향민과 달리 <조선일보>를 싫어하시고 <한겨레>를 구독하셨다. 더구나 박정희, 전두환, 이명박 전 대통령을 싫어하고 권위의식이 없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무척 좋아한 '친노파'였다. 내가 박정희 독재정권 시절 '재야인사' 함석헌 선생을 알게 된 것도 다 아버지 덕분이었다(관련 기사 : 어느 '대박' 만화가의 말 못할 고민).
지난 2019년부터 이문도 박사가 페이스북에 'Chic Ryan'이라는 필명으로 올리는 정치 풍자 작품을 볼 때면 돌아가신 아버지 생각이 났다. 이문도 박사가 지난 2019년부터 현재까지 만든 정치풍자 작품들은 1만 장이 넘는다.
이 박사의 작품을 보면서 용감하고(?) 해학이 넘치는 작품을 만드는 그와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동갑내기' 윤석열이 행여나 그를 다치게 할까 봐 우려되어 자제했다. 하지만 이제 윤석열이 탄핵된 터라 마음 놓고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다음은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이문도 박사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 필명이 Chic Ryan인데 무슨 뜻인지 독자들에게 설명하면?
"시크 라이언으로 발음이 된다. 아래와 같은 뜻이 있지만 내 경우 카카오톡 이모티콘 중에 라이언을 아주 좋아한다. 뜻은 정치풍자를 세련되고, 때론 차갑고 도도하게 하는 사자라는 의미다."
- 작품을 통해 정치풍자를 하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지난 2019년 일본 아베 수상의 한국에 대한 규제를 규탄하기 위해서 시작을 했다. NO JAPAN운동을 온라인에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풍자를 열심히 했다. 페이스북과 내 블로그에서 열심히 올렸다."
- 작품의 영감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얻나?
"작품의 영감을 얻기 위해서 유튜브, 핀터레스트, 페이스북, Sora AI 등을 이용한다. 대부분의 자료는 파워 포인트로 작성한다. 그림은 주로 Sora AI나 ChatGPT를 이용해서 그린다."
- 정치풍자를 많이 하는데 한국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나?
"한국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일제 잔재 청산을 하지 못한 것에 기인한다고 본다. 여기서부터 지역감정이 시작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일제시대의 앞잡이들이 그들만이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하여 온갖 비정상적이고 비상식적인 일들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 작품창작 외에 생업을 위해 하는 일은? 아니면 순전히 작품창작으로 생활이 되는지?
"현재 나는 주식회사 주진기술(https://joojin.autos)의 대표이사다. 지난 2023년 5월 22일에 창업했다. 작품 창작은 오로지 취미로 이걸로 들어오는 돈은 한 푼도 없다. 온라인상으로 여론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 국민들이 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나?
"'결국 정치는 국민이 하는 것이다' 라는 말을 믿는다.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이 없어지는 순간, 국민들은 많은 것들을 빼앗기거나 잃어버리게 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빈부격차가 커지고 양극화가 심하게 된다."
- 예술이 왜 인생, 인간의 삶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사람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만의 정신세계를 표현하면서 살고 있다. 예술이야말로 각자의 인간이 가지고 있는 관념, 가치관, 개념 등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가장 좋은 분야라고 생각을 한다."
- 풍자, 특별히 정치풍자가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풍자는 문학이나 예술, 언어 등을 통해 사람이나 사회의 결점, 모순, 부조리 등을 비판하거나 조롱하는 표현방식을 의미한다. 풍자는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청결하게 만드는 역할과 함께 교훈을 준다. 청결하지 못하고 교훈이 없는 세상이 지속된다면 그 종착역은 바로 무간도일 것이다."
- 작품 발표를 페북에만 하나 아니면 다른 곳에서도 독자들이 볼 수 있나?
"지금은 페북에서만 활동을 하고 있다. 아래가 URL이다. https://www.facebook.com/alanchicryan"

* 이문도(1966- ) 박사는
개선된 렌즈 어셈블리 조립 방안 및 ±1pixel 정밀도를 가지는 카메라 광축 조정 방안 개발 등 10여 건 특허 보유.
연세대 기계공학 박사(학위논문: 근접장 이론을 이용한 초고해상도 기록용 고체잠입 렌즈 설계). 포항공대 기계공학 석사. 현) 주진기술(자율주행 자동차용 카메라 센서 개발 컨설팅)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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