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강제노동 확인" 국가유산 등록된 한국 최대 염전 소금 수입 금지

미 관세국경보호청, 태평소금에 인도보류명령…한국상품 최초

국내 단일 최대 규모의 염전이 임금 체불과 과도한 초과 근무 등 강제 노동을 통해 소금을 생산했다는 이유로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금지당했다. 한국 기업 상품이 강제 노동을 이유로 미국에 수입 금지를 당한 첫 사례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지난 3일(현지시각) "태평염전이 제품 생산과정에서 강제 노동을 벌였다는 사실을 합리적으로 나타내는 정보를 바탕으로 전날 '인도보류명령(Withhold Release Order)'을 내렸다"며 "즉시 모든 미국 입국항의 CBP 직원은 한국의 태평염전 양식장에서 공급된 천일염 제품을 억류한다"고 밝혔다.

CBP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태평염전 조사 결과를 수입 금지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ILO는 태평염전에서 취약성남용, 기만, 이동 제한, 신분증 보유, 생활 및 노동 조건 학대, 협박 및 위협, 신체적 폭력, 채무 노예, 임금 체불, 과도한 초과 근무 등의 강제 노동 지표를 확인했다.

미국의 통합국경관리기관인 CBP는 미 법령에 따라 "죄수 노동 또는 강제 노동 등 인권침해적으로 생산한 외국 생산품에 대한 수입을 금지한다. 인도보류명령으로 압류된 태평염전 천일염은 강제 노동과 무관하다는 것이 입증되기 전까지 미국 내에서 유통되지 못한다.

피트 플로레스 CBP 국장 대행은 "강제 노동에 맞서 싸우는 것은 CBP의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으며, 수잔 토마스 부국장 대행은 "우리 공급망에서 강제 노동과 싸우는 것은 법을 준수하는 미국 기업을 위한 공평한 경쟁의 장을 보장하기 위해 우리가 노력하는 많은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전남 신안군 증도면 태평염전. ⓒ연합뉴스

전남 신안군 증도에 위치한 태평염전은 매년 국내 천일염의 약 6%를 생산하는 국내 단일 최대 규모의 염전으로 2007년 국가등록유산으로 지정됐다. 태평염전은 염전 부지 대부분을 여러 임차인들에게 임대해 이들에게 천일염을 생산을 위탁하고 있는데, 이들 위탁 사업장에서 지적장애인 강제 노동이 반복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염전 노예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2014년 이후 지금까지 근로기준법의 강제근로금지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가해자는 단 한 명에 불과하며, 그것도 1년 2월의 징역형에 그쳤다. 또한 지적장애를 가진 피해자들은 염전에서 구출된 후에도 피해자 지원 체계의 부재로 다시 염전으로 되돌아가곤 했다.

이에 미국의 태평염전 수입 금지 조치는 지난 십수 년 동안 한국 정부와 기업이 염전 노예 문제를 방치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공익법센터 어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법무법인 원곡은 공동성명을 내고 "한국산 천일염이 강제 노동으로 생산되었다는 것을 인정한 미 관세국경보호청의 결정을 환영한다"며 염전 노예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를 비판했다. 이들은 2022년 11월 CBP에 한국산 천일염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인도보류명령을 청원한 바 있다.

단체들은 "정부의 지원을 기다리던 피해자들은 하나둘씩 세상을 떠나고 있다. 반면 강제 노동으로 소금을 생산하고 그 소금을 판매하는 기업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채 이익을 보고 있다"며 한국 정부에 인신매매방지법 개편, 강제 노동 피해자들을 위한 일자리·주거 지원 등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했다. 또한 기업들에는 천일염 생산 과정에 대한 인권 실 태조사를 이행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당부했다.

한편, 외교부 당국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외교부는 지난주 공관 보고를 통해 미 관세국경보호청이 태평염전 소금 수입 금지 조치를 파악하고 관계부처 및 기관에 바로 전파했다"고 밝혔다.

그는 "해양수산부는 2021년 태평염전 강제노동 사건 이후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개선 조치를 취해왔다"며 "현재 미국으로 수출되는 염전 소금은 모두 강제노동과 무관하게 생산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유관부처 간 협의를 바탕으로 같은 사안 해결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서 미국 측과 적극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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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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