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자리 많아요. 들어와서 앉으세요", "하나님, 우리 대통령 어찌합니까"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불복하며 광화문으로 모인 극우세력들에게서 좌절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집회 곳곳에 빈자리가 보였고 주최 측의 폭력 선동에 호응하는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주최 측은 "헌법 위에 국민저항권"이라며 폭력행위를 선동하다가도 "우리 대통령 어찌하느냐"며 눈물을 보였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중심으로 한 자유통일당은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국민저항권 광화문 국민대회'를 열고 "사기탄핵 저주한다", "정형식 때려잡자"며 윤 대통령에게 탄핵을 선고한 헌법재판관들에게 폭언을 퍼부었다. 한 발언자는 좀비가 인간들을 공격하는 영화 <부산행>을 언급하며 "헌법재판관들은 대한민국을 망치는 좀비들"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헌법 위에 있는 게 국민저항권"이라며 탄핵에 관여한 국회와 헌법재판소, 고위공직자수사처를 해체해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조기대선을 해서는 안 된다"며 "윤석열 대통령 되찾아오자, 빨갱이 때려부수자, 이재명 죽이자"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윤석열 전 대통령 나와야 한다. 같이 대한민국을 깨우자"며 집회에 윤 전 대통령 참여를 요청하기도 했다. 국민저항권을 부르짖던 자유통일당 사회자는 노래를 부르던 중 "하나님, 우리 대통령 어찌합니까"라며 통곡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전 목사는 "한 주 안에 끝장 내자"며 지지자들에게 즉각적인 행동을 요구했다. 그는 "윤 대통령 지지율이 지금 70퍼센트를 넘어섰다. 한 명 당 열 명씩 설득해 4.19 혁명 5.16 혁명을 완성하자"며 헌법재판소 결정에 불복하자고 했다.
내란 혐의로 수감 중인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도 옥중 서신을 통해 탄핵 불복의 뜻을 밝혔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단 이하성 변호사는 집회에서 김 전 장관 서신을 대독하며 "다시 윤석열! 다시 대통령!", "법의 심판보다 더 강력한 국민의 심판이 남았다" 등 윤 전 대통령의 복귀와 이를 위한 지지자들의 적극적인 행동을 강조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탄핵 결과에 승복한 여권 인사들에 대해선 "배신자들"이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한 참가자는 조기 대선을 준비하기로 한 국민의힘에 "이혼 도장 찍은 다음날 바로 예식장 잡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또한 발언대에 올라 국민의힘에 "정말로 배은망덕한 패륜 정당이 됐다. 대한민국 사상 최악의 과오 정당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주최 측의 격렬한 폭력 선동과 달리, 집회에 참여한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좌절한 기색이 역력했다. 오후 1시 기준 광화문역에서 시청역까지 늘어진 집회 현장 곳곳에서는 빈자리가 보였으며, 탄핵 전과 비교해 폭력 선동에 호응하는 외침도 크게 줄었다. 오후 3시 20분경 전광훈 목사가 자리에 오른 뒤에도 빈자리는 메워지지 않았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지인들이 밥을 못 먹겠다고 한다", "탄핵이란 말을 듣고 병원에 실려 간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빈자리를 의식한 듯 주최 측은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빈자리 많다. 들어와서 앉으라"고 집회 참여를 격려했다.
경찰은 이날 집회 참가자 수를 오후 2시 기준 1만8000명으로 비공식 추산했다. 전날 자유통일당은 "집회에 3000만 명이 모여달라"고 한 바 있다.
집회장 밖 극우세력들도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좌절하며 동력을 잃는 모양새다. 전국에서 탄핵 반대 집회를 열어온 세이브코리아는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예고했던 집회를 취소했다. 역사 강사 전한길, 극우 유튜버 안정권은 전날 생방송 도중 전날 탄핵 선고 결과를 보고 고개를 숙였다. 극우 반여성주의 단체 '신남성연대' 배인규 대표는 온라인 여론조작을 위해 만든 텔레그램 단체채팅방에 '기죽지 말고 고개 빳빳하게 들으라'고만 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탄핵 결과를 승복한 세이브코리아, 전한길 등에 "승복충", "화합충", "북한이 침공해 오는데 평화롭게 해결하자는 셈"이라며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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