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로 세 불린 보수개신교 방치한 결과가 지금의 '극우 난동'"

무지개행동·차제연 "보수개신교, 반공주의와 성소수자 혐오 결합해 극우 핵심 세력으로"

최근 헌법재판소 인근과 대학가 등지에서 폭력행위를 벌이고 있는 극우세력을 키운 것은 '반공과 혐오 폭력을 용인한 국가권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19일 국내 극우세력의 형성 과정을 담은 '극우리포트'를 발간하고 "20여 년 전부터 이어져 온 보수개신교 세력의 정치세력화를 방치한 결과 지금의 내란옹호 세력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보고서를 통해 극우세력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주요 의제로 삼은 두 축이 '반공'과 '혐오'라고 분석했다. 2003년 효순이·미선이 사건을 계기로 끓어오른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 집회가 한창이던 때 보수 개신교인 5만여 명은 '나라와 민족을 위한 평화기도회'를 열고 '반공'과 '반북'을 '나라를 위한 길'로 규정했다. 또한 보수개신교는 2006년 '동성애 차별금지법안 저지 의회선교연합'을 만들고 반동성애 운동에 적극적으로 임하기 시작했으며, 2013년에는 '종북 게이'라는 신조어를 만드는 등 반공과 성소수자 혐오를 결합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2010년대부터는 성소수자들을 향한 보수개신교인들의 폭력행위가 만연해졌다. 이들은 2014년 서울시가 개최한 서울인권헌장 공청회는 "성적 지향 차별을 금지하는 인권헌장 제정에 반대한다"며 난동을 부린 보수 개신교인들에 의해 아수라장이 됐으며, 2018년 인천시 동구 동인천 북광장에서 열리기로 한 제1회 인천퀴어문화축제는 보수개신교인 1500여 명의 난입으로 무산되기까지 했다. 이들은 성소수자뿐 아니라 무슬림, 여성, 이주민 등 한국사회 소수자들을 향해 혐오 폭력을 이어갔다.

▲극우세력의 형성과정을 추적해 온 '극우추적단'이 제작한 극우조직도ⓒ극우추적단

현재 극우집회를 이끌고 있는 전광훈·손현보 목사가 혐오를 무기로 세력을 불린 대표적 사례다. 2007년 "이명박 안 찍는 사람은 생명책에서 지워버릴 것"이라며 본격적인 정치세력화를 시작한 전광훈은 2017년 "인류를 황폐하게 하는 동성애와 차별금지가 대한민국을 몰락으로 몰고 간다"며 홍준표 당시 대선후보를 지지했다. 손현보는 지난해 10월 보수개신교인 23만 명(경찰 추산)이 참여한 차별금지법 반대 집회를 주도해 교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현재는 극우단체 '세이브코리아'를 이끌며 전국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인권활동가들은 공권력과 언론이 이들의 폭력행위를 용인해왔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집필에 참여한 박한희 차별금지법제정연대 집행위원은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 앞에서 설명회를 열고 "인천퀴어문화축제 무산 당시 경찰은 폭력행위에 대한 수사를 거의 하지 않고 검찰도 기소하지 않았다. 이에 혐오세력이 세만 모으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무너뜨려도 괜찮다고 학습한 것"이라며 "언론은 이런 상황을 '대립'이라고 표현하고 국가는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는 상황이 이어져 지금의 사태들을 만들었다"고 했다.

극우세력의 득세를 막기 위해서는 민주주의와 소수자들을 배제하려는 그들의 행동을 단호히 막아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박 집행위원은 "무슬림, 페미니스트, 성소수자, 이주민 등을 혐오하는 사람들이 끝없이 세력을 불리면서 국가도 통제하지 어려운 집단이 됐다"며 "국가는 모든 혐오와 차별에 대해서 단호하게 대처하고 더 이상 소수자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당장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사랑제일교회 연합 예배에서 설교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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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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