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등에 업은 네타냐후, 팔레스타인 400명 죽였는데 "시작에 불과"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비판…"생존을 위한 정치, 다른 곳으로 주의 돌리기 위한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지를 얻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400여 명이 사망한 공습을 두고 시작에 불과하다며, 협상은 공격하는 상황 속에서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같은 강경한 태도를 두고 내부 문제에서 외부로 시선을 돌리기 위한 것이라는 이스라엘 내의 비판이 나온다.

18일(이하 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는 하마스와 "전면적인 전투를 재개"했다면서 "(하마스와) 협상은 공격 하에서만 계속될 것이다. 이는 시작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억류되어 있는 인질을 석방하기 위해 하마스와 협상을 시도했지만, 하마스가 그 제안을 매번 거부했다면서 공습 공격의 배경을 설명하기도 했다.

지난 1월 19일 휴전 이후 다시 전쟁이 시작되면서 이스라엘의 극우세력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극우 민족주의자로 분류되는 이타마르 벤 그비르가 국가안보 장관으로 재임명됐다고 밝혔다.

2019년부터 극우 정당인 오츠마 예후디트(유대인의 힘)의 지도자였던 벤-그비르는 지난 1월 휴전에 항의하며 사임한 바 있다.

또 다른 극우적 성향의 베찰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이번 공격을 환영하면서 이전에 가자지구에 벌였던 작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가 전했다.

방송에 따르면 스모트리히 장관은 전투가 재개된 데 대해 하나님께 감사를 표했으며,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도움으로 승리할 때까지 힘, 믿음, 결단력을 가지고 재안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 18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영상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월 19일 휴전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이뤄진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인해 가자지구에서 400명 이상이 사망했고 수백 명이 부상당했다고 하마스 보건부가 밝혔다. 영국 방송 BBC는 가자지구 남부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사브리나 다스 산부인과 의사가 "모든 것이 갑작스러웠다. 다시 대량 사상사가 발생했기 때문에 밤새도록 수술을 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지금까지는 불안정한 휴전이 유지됐지만, 이 새로운 공격은 전쟁을 종식시키려는 계획이 무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휴전이 어려워질 정도로 이스라엘이 강한 공습을 벌인 배경을 두고 알자지라 방송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정치적인 문제가 연관돼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방송은 "그의 부패 재판에 대한 추가적인 법정 소송,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신베트(Shin Bet)의 수장을 해임하려는 시도에 대한 대중의 분노, 가자에서의 휴전을 끝내려는 그의 정부 외부와 내부에서의 압박"등이 전쟁 재개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방송은 이스라엘의 전쟁 재개 이후 "그(네타냐후)의 법정 출두는 연기됐고, 신베트 수장의 해임에 반대하는 시위는 가려졌으며 전쟁을 추진하는 정치인들은 만족했다"고 전했다.

주 뉴욕 이스라엘 총영사를 지냈던 전 외교관인 아론 핀카스는 알자지라와 인터뷰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명령한 공격은 총리의 "생존을 위한 정치"에 불과하다며, "샤박(신 베트) 수장의 해임으로부터 주의를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습이 "군사적 의미가 전혀 없고 정치적 목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방송은 "네타냐후는 가자 전쟁을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지속적으로 만들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며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네타냐후 총리가 정치적 이유로 전쟁을 연장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방송은 네타냐후 총리가 휴전을 종식시키고 전쟁을 재개한 데 대해 "중요한 유권자 집단, 즉 가자에서 억류된 이스라엘 포로들의 가족과 갈등하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송에 따르면 인질 및 실종자 가족들은 18일 성명에서 정부가 인질을 "희생"하기로 결정했으며 폭격이 재개되면 가자지구에 그들을 "매장"할 것이라고 비난했다.

방송은 "인질 가족들은 오늘 총리, 국방부 장관, 협상팀 책임자와 회동할 것을 요구했다"며 정부가 인질들의 안전을 어떻게 보장할 것이며, 이들을 어떻게 귀국시킬지 계획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점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왜 협상에서 싸우지 않나? 모든 인질을 귀환시킬 수 있는 협정에서 왜 물러났나?"라고 이스라엘 정부에 따지기도 했다.

방송은 "여전히 많은 이스라엘인들의 지지를 받는 (인질 및 실종자) 가족들은 네타냐후와 그의 극우 정부가 긴장을 고조시켜 사랑하는 사람들을 희생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가자지구에는 하마스와 합의한 원래 휴전 조건에 따라 풀려날 예정이었던 사망자 또는 생존자 59명의 인질이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인과 이스라엘 내 팔레스타인 시민으로 구성된 진보적 단체인 '스탠딩 투게더'의 앨런 리 그린 공동 책임자는 "우리는 인질을 방치하고 죽이는 전쟁에 참여하는 것을 거부한다"며 "우리는 대부분 사람들이 원하는 것과는 달리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이 불법적인 정부를 위해 싸우는 것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으로 이날까지 최소 4만 8577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고 11만 2041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습니다. 가자지구 정부 공보실은 사망자 수를 6만 1700명 이상으로 집계했는데, 잔해 아래에서 실종된 수천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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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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