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에너지부가 지난 1월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국가로 지정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국민의힘 지도부가 "친중·반미 노선의 이재명과 민주당이 국정을 장악한 것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 "(민주당은) 미국과 서방세계가 경악할 만한 사유를 들어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했다"는 등 '야당·탄핵' 책임론을 제기했다. 윤석열 정부의 핵무장론 및 12.3 비상계엄 사태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야권 측 주장에 대한 반발이지만, 무리한 해석이라는 지적이 예상된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오전 국회 비상대책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월 미국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국가로 지정한 것을 두고 정부·여당을 공격하고 있는데 참으로 적반하장"이라며 "대통령이 탄핵된 상황에서 권한대행까지 탄핵하고, 친중·반미노선의 이재명과 민주당이 국정을 장악한 것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 "북한은 미국 안보에 직접적인 위협을 주는 테러지원국이어서 위험국가로 지정돼 있다"며 "이 대표는 그런 북한에 돈을 건넨 혐의가 재판에서 입증됐다. 유엔(UN)의 대북제재 결의안까지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대표는) 입만 열면 반미정서를 드러내고 한미일 군사협력을 비난하며, 북한지령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민노총(민주노총)과 함께 거리로 나서고 있다"며 "이런 인물이 유력 대권 후보라 하니 민감국가로 지정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권 위원장은 지난 2월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선 민주당을 향해 "민노총(민주노총) 극렬 간첩 세력에 끌려다니는 비굴한 연대"라고 맹비난하는 등 북풍(北風) 공세를 펼친 바 있는데, 외교논쟁을 계기로 이 같은 '종북 논란'을 다시 꺼낸 것이다. (☞ 관련기사 : 권영세, 이번엔 '헌재 음모론'…"재판관은 꼭두각시, 헌재TF가 흑막")
권 위원장은 "혹시라도 이 대표가 정권을 잡으면 한미동맹에 금이 가면서 대한민국의 외교적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우리나라의 경제·안보적 위상이 급격하게 추락할 수밖에 없다"며 "대한민국이 민감국가가 아니라 위험국가로 지정될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 또한 이날 회의석상에서 최근 미국과의 외교위기 국면을 두고 "거대야당이 가져온 정치적 혼란이 외교·안보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며 "민주당은 '북한·중국·러시아를 적대시했다'는 미국과 서방세계가 경악할 만한 사유를 들어 윤 대통령을 탄핵했다"고 말해 '야당·탄핵 책임론'을 내세웠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윤 대통령 탄핵 이후) 곧이어 주미대사 출신의 대통령 권한대행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탄핵했다"며 "이러한 대혼돈 속에서 미국을 비롯한 우방 국가들이 대한민국의 누구와 함께 민감한 문제를 다뤄야 할지 가늠이나 하겠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급한 불부터 끄는 방법은 먼저 헌법재판소가 한덕수 총리에 대한 탄핵을 하루 빨리 기각하는 것"이라고 말해 돌연 헌재를 겨냥하기도 했다. 민주당을 향해선 "언제 탄핵 당할지도 모르는 대한민국 정부인사에게 (타 국가들이) 진지한 태도로 협상에 임하겠나"라며 "민주당은 국민 앞에서 '더 이상 탄핵 발의는 없다'고 천명해야 한다"고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앞서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이 알려지기 전인 지난 14일에도 "(한국은) 대통령과 국무총리 동시 탄핵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대미외교 컨트롤타워의 부재를 겪고 있다"며 최근 한국정부가 처한 외교 난맥상의 근본 원인으로 대통령 탄핵을 비롯한 야당의 연쇄탄핵을 꼽은 바 있다. 다만 여당 지도부의 이 같은 기조는 해당 탄핵의 원인이 권 원내대표 본인조차 "위헌 소지가 있다"고 인정한 바 있는 12.3 비상계엄 사태라는 점, 또한 계엄 선포 이후 국제사회 내 한국의 위상이 실제로 크게 흔들렸다는 점에서 야권 및 시민사회의 비판을 받아왔다.
한편 국민의힘 지도부는 이날도 지난 13일 헌재의 감사원장·검사 탄핵소추안 기각 결정을 중심으로 민주당에 대한 공세를 이어나갔다.
권 위원장은 "민주당의 탄핵성적표는 현재까지 8연패, 8전 전패"라며 "(그런데도 민주당은) 국정마비의 혼란을 불러온 것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긴커녕 정부·여당 공격에만 열을 올린다. 도둑이 몽둥이 들고 주인에게 으름장 놓는 격"이라고 공격 수위를 높였다.
그는 "탄핵소추 시 즉각 직무가 정지되는 일부터 재검토해야 하고, 탄핵사유에 중대한 하자가 있어 기각이나 각하가 됐을 경우엔 무리하게 탄핵을 주도한 의원과 정당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 있다"며 탄핵소추안에 대한 제도적 수정을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윤 대통령 탄핵안 가결 시엔,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한동훈 전 대표도 가장 큰 명분으로 2차 계엄 방지를 위한 대통령 '직무정지'를 꼽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지금까지 8전 8패 탄핵선고 결과에 대해서조차 승복하거나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대통령 탄핵선고에 대해선 과연 승복할지 의문"이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그는 이 대표가 공식석상에서 '승복' 선언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두고는 "이 대표의 '절친'인 문형배 헌재소장 대행이나 어떤 루트를 통해 헌법재판관 개개인의 의견을 전달받아서 그런 건가"라고 비꼬기도 했다.
권 원내대표는 그러면서 "지금 대한민국의 최대 리스크는 단연 민주당 이재명 세력"이라며 "이재명 단 한 사람의 정치적 안위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맞바꾸려 하는 민주당의 방탄 정치는 그 자체로 국민적 탄핵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탄핵심판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일 돌연 비상계엄을 선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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