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기 정부에 이어 이번에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탈퇴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 탈퇴에 이어 유엔 인권이사회도 끊어내면서 미국이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방기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4일(이하 현지시각)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에 대한 미국의 자금 지원 및 참여에 대해 전반적인 검토를 촉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인권이사회 탈퇴와 팔레스타인을 지원하는 유엔 기구인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대한 자금 지원 중단도 실시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탈퇴 배경에 대해 유엔이 전 세계적으로 격화하는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공정해야 할 나라에 대해 공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군사 충돌에서 유엔이 이스라엘 편을 들지 않은 것을 문제 삼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 인권이사회 탈퇴는 2018년 6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에도 트럼프 정부는 유엔 인권이사회가 "이스라엘에 고질적 편견"을 가지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유엔이 방향을 바꾸지 않으면 많은 국가가 유엔을 떠날 것이라고 말했는데, 신문은 이에 대해 "증거 없이 추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유엔의 가장 많은 재정을 지원하는 국가로, 돈을 빼앗으려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더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대해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유엔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세계 안보를 진전시켰다며 트럼프 '달래기'에 나섰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오늘날 격동의 세계에서 트럼프 대통령 및 미국 정부와 생산적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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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에 대해 "첫 임기 당시 두 기관 모두에서 미국의 개입을 철회했기 때문에 예상된 일이었다"면서도 "미국이 글로벌 기구의 가장 많이 기부한 국가로 수행해 온 리더십 역할에 불확실성을 제기했다"고 평가했다.
국제 위기 그룹의 리처드 고완 유엔 국장은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조치는 "예상된 일"이었다면서도 미국 정부의 탈퇴로 인한 연쇄효과를 고려했을 때 유엔을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실질적인 측면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즉각적인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을 수 있다. (지난해) 이스라엘이 UNRWA가 하마스에 의해 광범위하게 침투했다고 비난한 후 바이든 행정부는 UNRWA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며 이미 미국이 UNRAW에 기여하는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인권이사회 역시 미국이 지난 2018년 탈퇴 및 2021년 재복귀 이후 현재는 투표 회원국에 포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신문은 "유엔 인권이사회의 대변인은 현재 미국이 이사회의 47개 투표 회원국에 포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탈퇴 결정이 이사회 업무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미국은 이사회의 옵서버 국가로 심의에 참여할 수 있으며, 토론에서 발언하고 결의안 작성 등의 활동은 가능한 상태다.
신문은 "올해 말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미국은 모든 유엔 회원국이 참여한 인권 기록에 대한 이사회 검토를 받을 것이다. 올해 11월로 예정된 다음 검토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하면 이사회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독재 국가들에게도 조사를 피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국제앰네스티의 아만다 클라싱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미국이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인권 침해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다른 국가에 완전하고 기꺼이 양도한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린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은 뉴욕에 유엔 본부를 유지하고 있는 것 외에도 전체 예산의 약 22%인 36억 달러를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국에 이어 중국(15%)과 일본(8%) 등이 유엔에 대한 기여 비중이 높은 국가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인 1월 20일 WHO와 기후변화협약에서 탈퇴한 것을 시작으로 주요 국제기구에서 발을 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네스코에 대한 가입도 재검토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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