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측 "'의원' 아니라 '요원'" 주장에 김용현 "그렇다"… 또 대국민 말장난?

尹, 4차 변론서 '최상목 입법기구 쪽지'도 전면 부인… "국보위 설치? 넌센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헌법재판소 탄핵재판에서 만났다. 윤 대통령이 '유도성' 질문을 하자 김 전 장관은 이에 호응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김 전 장관은 12.3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회의원을 다 끌어내라'는 윤 대통령 발언이 나왔다는 지적에 관해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끌어내라는 것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좌중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사실상 '바이든 날리면' 논란 당시처럼 다시금 이들이 말장난에 가까운 모습을 연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국회 독재가 망국적 위기 상황의 주범"이라며 계엄 사태 이후 혼란의 책임을 재차 더불어민주당에 돌렸다. 국가입법기구가 군사독재시절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에 비견되는 데 대해서는 "넌센스"라고 일축했다.

탄핵심판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은 23일 오후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4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 측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장관과 마주했다. 그는 김 전 장관에 대한 청구인 측과 피청구인 측의 신문이 진행될 때 김 전 장관을 주시한 채 답변 내용을 집중해 들었다. 김 전 장관에게 직접 질문할 때는 양손을 모두 써가며 답변을 적극 유도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당일 계엄군의 국회 투입과 관련해 김 전 장관에게 "특전사 요원들이 (국회) 본관 건물 안으로 한 20여 명이 들어가는 사진을 어제 봤다. 그런데 거기서(국회 직원 등이) 제지를 하고 소화기를 쏘니까 (특전사 요원들이) 다들 나오던데"라면서 소수의 병력이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는 취지의 질문을 했다. 이른바 '계엄이라기보다 '계몽'을 위해 최소한의 병력만 투입한 것'이라는 윤 대통령 측 주장에 힘을 싣는 발언이다.

김 전 장관이 "280명이 (국회) 본관 안쪽에, 하여간 복도든 어디든 곳곳에 가 있었다"고 답하자 윤 대통령은 "장관은 구체적으로 병령의 위치 사항을 자세히 파악한 것 없지 않느냐"라고 다시 질문했다. 이에 김 전 장관은 "네, 저는 그렇게 알고 있다"며 윤 대통령의 질문 취지에 동의한다는 식으로 답변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이 직접 썼다고 진술한 포고령 1호 '정치활동 금지' 논란을 두고는 "계엄 선포는 상징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포고령 또한 실행 가능성이 없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김 전 장관에게 "12월 1일 또는 2일 밤에 우리 장관이 관저에 그걸(계엄 선포 담화문과 포고령) 가지고 온 것 기억하느냐"라며 "계엄이 길어야 하루 이상 유지되기도 어렵고, 국가 비상 상황 위기 상황이 국회 독재에 의해서 초래됐으니 포고령이 좀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상징적이라는 측면에서 집행 가능성이 없"으므로 "상위 법규에 위배되고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도 "'그냥 놔두자'라고 말하고 그냥 놔뒀던 기억이 혹시 나느냐"라고 유도성 질문을 했다.

이에 김 전 장관이 호응했다.

김 전 장관은 "대통령이 평상시보다 좀 꼼꼼하게 안 보는 것을 제가 느꼈다. 대통령 업무 스타일이 항상 법전을 먼저 찾는다"라며 질문의 취지를 이해 못한 듯 발언하자, 윤 대통령은 "하여튼"이라며 "'이거는(포고령은) 실현 가능성 집행 가능성이 없는데 상징성이 있으니까 놔둡시다' 이렇게 얘기한 걸로 기억한다. '계고(戒告)한다'는 측면에서 그냥 뒀다. 해서 저도 웃으면서 그냥 놔뒀는데 그 상황을 기억(이 나느냐)"라고 재차 답변을 유도했다.

윤 대통령의 거듭된 유도 질문에 김 전 장관은 "네. 기억한다"라며 "지금 말하니까 기억난다"고 떠밀리듯 답했다.

자신이 원한 답변이 나오자 윤 대통령은 "국회 독재가 이런 망국적 위기 상황의 주범이라는 차원에서 질서 유지와 상징적 측면에서 국회에 군을 투입했다"며 국회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나타냈다. 이어 그는 "그렇기 때문에 그(국회 독재)와 연관해서 더불어민주당을 생각했던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여론조사기관 '꽃' 병력 투입은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여론조사의 문제점 때문이었다고 하자, 김 전 장관은 "네. 맞다"라고 동의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사와 '꽃'에 병력을 투입하자는 의견은 자신이 아니라 김 전 장관이 냈으며, 자신은 이에 반대했다고도 주장했다. 김 전 장관은 역시 대통령 주장이 맞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김 전 장관에게 "제가 '절대 (병력 투입) 하지 마라. 민주당에 (병력을) 보낼 거면 국민의힘도 보내야 되고 그건 안 된다'고 하고 '꽃'도 제가 자른 것 이야기 들었느냐"라고 확인성 질문을 했고, 김 전 장관은 "나중에"라며 얼버무렸다.

그가 거듭 "여론조사 '꽃' 하고 여기(민주당사에 병력을) 들여보내면 안 된다(라고 했다)"고 하자, 김 전 장관은 "네. 나중에 지시했다고 (들었다)"라고 동조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한 사람은 대통령 저 자신"이라며 계엄 선포 이유와 김 전 장관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줬다는 쪽지 및 의원들의 국회 출입 봉쇄 논란 등에 대해 3분 가까이 발언하기도 했다.

그는 김 전 장관이 계엄 선포 이유가 "야당에 대한 경고"라고 한 데 대해 "계엄 선포의 이유는 야당에 대한 경고가 아니다. 주권자인 국민에게 호소해서 (국회 독재에 대한) 엄정한 감시와 비판을 해달라는 것"이라고 정정했다. 그러면서 "야당에 경고는 아무리 해봐야 소용이 없다. 야당에 경고가 먹힐 거면(통했다면), 계엄 선포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변명했다. 이른바 '계엄이 아닌 대국민 계몽'이라는 극우 유튜브와 극우 커뮤니티 주장의 반복이다.

윤 대통령은 특히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을 내용으로 하는 쪽지 논란이 박정희·전두환 쿠데타 세력이 국회를 장악하기 위해 설치한 국보위와 비견되자 이를 강하게 부정했다. '비상입법기구 관련으로 추정되는 내용의 쪽지를 받았다'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및 부총리 주장을 정면 반박하기도 했다. 둘 중 하나는 새빨간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그는 "(비상입법기구를 두고) 국보위라는 말을 자꾸 하는데 '최 장관한테 (설치하라고)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완전히 넌센스"라면서 "예산을 집행하는 기재부 장관에게 이걸(쪽지를) 줄 이유는 저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걸 반대하는 기재부 장관이라는 예산 실무 장관에게 (쪽지를) 준다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한가)"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여러 차례에 걸쳐 국회에 대한 불신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사실상 민주당을 겨냥해 "입법을 하려면 지금 몇 년을 했는데도 안 됐고, 또 입법하는 데는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린다. 자기들이 필요하면 며칠 만에 (법안을) 통과시키지만 반대하면 입법이 거의 봉쇄가 되기 때문에 시간을 아무리 가져도 (입법을) 할 수 없다"며 "선제적으로 긴급 재정경제 명령을 발동했을 때 만약에 거대 야당이 반대해서 불승인을 하게 되면 또 이게 전부 사상누각이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계엄 상황에 국민들의 여론이라든가 이런 게 좀 바뀐다면 이런 걸(입법을) 한번 검토해 볼 수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국회 봉쇄 논란에 대해서도 "일부 못 들어갔다고 얘기를 하지만 그럴 수 없다. 서울경찰청에서도 입구에서 전부 다 들여보냈다"면서 "어디 통제한다니까 먼저 들어가려고 담을 넘어가는 분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의원) 190명이 빠른 시일 내에 (본회의장에) 들어와 계엄 해제 요구 논의를 해서 계엄 포고령 효력 발생이 오후 11시인데 (다음날 오전) 1시에 결의안이 통과됐다는 사실 자체만 보더라도 통제하고 막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 전 장관은 '의원 끌어내' 발언 논란과 관련해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 측 대리인이 "곽종근 특전사령관이 민주당 김병주 의원 유튜브 채널에서 김 의원이 (곽 사령관에게)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건 맞죠?'라고 하면서 유도 질문을 해 마치 증인이 '의원을 끌어내라'고 곽 사령관에게 지시한 것처럼 (말)하는데"라며 "사실은 증인이 곽 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내 상황을 듣고서 너무 혼잡하다는 보고를 받고 사상자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하에 '의원'이 아니라 '요원'을 빼내려고 한 것을 김 의원이 '의원'들 빼내라고 하는 것으로 둔갑시킨 것이냐"라고 질문하자, 김 전 장관은 "네. 그렇다"고 답변했다.

민주당 의원의 유도 질문으로, 윤 대통령이 '의원을 끌어내라'라고 지시한 것처럼 '잘못된' 인식이 생겼다는 논리다.

국회 측 대리인은 김 전 장관의 '의원' 아닌 '요원' 발언을 되짚으며 "의원들 아니고 요원들일 것 같으면 군인들이라는 이야기인데, 그러면 '철수하라'고 말로 지시하면 되지 뭘 '끌어내라'고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김 전 장관은 이에 대해 "군 병력들, 요원들하고 국회에 있는 직원들하고 밀고 당기고 하면서 굉장히 혼잡한 상황을, 제가 그 상황을 보고받는 순간 '야, 이것은 잘못하다가 압사 사고가 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서 '이렇게 되면 국민의 피해도 생기지만 우리 장병들도(군인들도) 피해가 생기니까 '일단 빼라'(고 한 것이다). 그래야만 충격이 완화될 수 있지 않느냐. 그 얘기다(그런 의도였다)"고 부연했다.

곽 전 사령관은 전날 국회 비상계엄 청문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에게 '의원들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곽 전 사령관은 "12월 9일 검찰 조사 과정에서 그와 같은 내용을 검사한테 얘기하고 자술서를 작성했고, 12월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그 내용을 얘기"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월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증인신문을 하자(사진 왼쪽), 김 전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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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선

프레시안 이명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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