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인하 예정' 기준금리 동결…"계엄, 환율 펀더멘털 대비 30원 더 올려"

새해 첫 금통위서 동결 결정… 이창용 "금통위원 전부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생각"

한국은행이 새해 첫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한은은 12.3 비상계엄 이후 이어진 정치 불확실성을 "경제 하방 요인"으로 곱았다.

16일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종전 3.0%로 유지하기로 했다며 이 같이 이유를 밝혔다.

한은은 이후 배포한 통화정책방향문에서 "물가상승률 안정세와 가계부채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예상치 못한 정치적 리스크 확대로 성장의 하방위험이 커지고 환율 변동성이 증대했다"고 금리 동결 배경을 밝혔다.

한은은 "향후 국내 정치 상황과 주요국 경제정책의 변화에 따라 경제전망 및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여건 변화를 좀 더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관련해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금통위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작년 4분기는 (경제가) 계엄 사태의 영향을 받았다"며 "지난해 4분기 경제성장률이 0.2%나 더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환율은 기준금리 동결의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비상계엄 사태 역시 환율 인상 요인으로 지목됐다.

이 총재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계엄 등의 정치적 이유로 인해 환율이 저희 펀더멘털에 비해 30원 정도 더 오른 걸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총재는 "계엄 전 1400원에서 1470원으로 환율이 올랐는데 이 중 50원은 세계 공통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고, 정치적 이유로 인한 상승이 20원"이라고 밝혔다.

즉 이 총재 말을 정리하면 비상계엄으로 인해 정치적 위험이 커졌고, 이를 반영해 안 그래도 달러화 대비 가치가 떨어지는 원화 가치가 추가 하락(환율 인상)했다. 그 결과 현 경기 상황만으로는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한은은 환율을 고려해 동결을 택하게 됐다.

환율이 지금처럼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이는 소비자물가 상승세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시됐다. 이 총재는 "만일 원·달러 환율이 1470원대로 오른 후 유지된다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초 저희가 예상한 1.9%보다 0.15%포인트 더 올라 2.05%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정권 교체는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혔다.

한은은 "세계경제는 국가별로 경기 흐름이 차별화되는 가운데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향방 및 연준의 금리인하 속도, 주요국의 정치 상황 등에 따른 성장 및 물가 전망의 불확실성이 증대했다"며 "이에 영향받아 국제금융시장에서는 미 달러화가 강세 흐름을 지속하고 장기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등 주요 가격변수의 변동성이 확대했다"고 진단했다.

국내 내수 요인에 관한 한은의 평가는 더 비관적으로 변했다.

한은은 "국내경제는 12월중 수출 증가율이 다소 높아졌으나 소비 회복세가 약화하고 건설투자 부진이 이어졌"고 "고용은 취업자수 증가규모가 줄어드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고 짚었다.

이어 한은은 "앞으로 국내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내수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는 "소비가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점친 지난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의 진단 결과(11월 28일)에 비해 비관적인 진단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올해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1.9%)를 밑돌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주요 모든 기관이 기존 예상치보다 낮춰 잡는 방향으로 수정하는 모습이다.

결국 한은은 현 경제 상황만을 보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지만, 환율 등의 요인을 고려해 이번에는 동결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한은은 앞으로 조만간 기준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 총재는 보다 구체적으로 한은이 3개월 내에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 6명 모두 3개월 이내에 현재 연 3.0%보다 낮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은은 이번 회의 총평으로 "향후 성장경로에는 국내 정치 상황 변화, 정부의 경기대응책, 미 신정부의 정책방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올해 한국 경제가 마주한 변수의 어려움을 표했다.

물가 수준은 당분간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원화 가치 약세로 인해 올라간 환율이 물가 인상 압력 요인이 될 것이라고 한은은 밝혔다.

한은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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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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