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14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고등학교 무상교육에 정부가 비용을 분담토록 하는 특례조항 연장안을 국회로 돌려보낸 것이다. 내란특검, 김건희특검에 이어 최 대행의 세 번째 거부권 행사다.
최 대행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대규모 재정이 소요되는 정책의 경우 국고 지원을 입법적으로 강제하기보다는 국회에서 충분한 정치적, 정책적 협의 과정을 거쳐 사회적 수용성이 높은 대안을 도출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할 것"이라고 했다.
또 "한정된 재원 여건 하에서 국가 전체의 효율적 재정 운용을 위해서는 지방교육재정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국가가 과도하게 추가 비용을 지원하게 된다면, 국가 전체의 효율적 재정 운용을 어렵게 해 궁극적으로 국민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했다.
재방교육교부금법 개정안은 고등학교 전 학년 무상교육에 들어가는 예산을 중앙정부와 교육청이 47.5%씩 분담토록 한 기한을 3년 연장하는 내용이 골자다. 나머지 5%는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한다. 기한이 연장되지 않아 지난해 연말 시점으로 일몰될 경우 무상교육 관련 비용은 전액 교육청으로 넘어가게 된다.
최 대행은 "정부는 무상교육에 대한 지원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정부는 올해 지난해보다 3조4000억 원 증가한 72조3000억 원을 교부할 계획이다. 이 재원을 포함해 지방교육재정을 내실 있게 사용한다면 고교 무상교육 경비는 지방에서 부담할 여력이 충분히 있다"고 했다. 그는 "국가의 재정 상황이 매우 어렵다"며 "국민 혈세를 아끼고 또 아껴가며 민생 경제 회복에 재정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했다.
최 대행은 또 "법률안에 대한 재의 요구권은 정당한 사유와 필요성이 있을 때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면서도 "집행이 현실적으로 어렵거나 현저하게 불합리한 경우 불가피하게 재의요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헌법과 국익을 수호할 책무가 있는 권한대행으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했다.
그는 "국회·정부 국정협의회 출범을 앞두고 재의요구권을 행사하게 되어 매우 송구스럽다"면서도 "국가의 추가적인 재정 투입에 대해서는 여야가 정부와 함께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대고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날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입장문을 통해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정부의 비용 분담은 고교 교육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상징성을 지닌다"며 "고교 무상교육 비용을 온전히 지방 교육재정에 전가한다면, 이는 정부의 교육에 대한 책임 방기"라고 반박했다.
정 교육감은 "국가와 지자체에서 고교 무상교육 경비로 부담하던 연간 약 1850억 원을 매년 추가 부담하게 돼 서울교육 재정의 어려움이 더 가중될 것"이라며 "서울교육 재정 악화는 교육환경개선 시설비, 학생안전예산 등의 감축으로 이어져 서울 학생의 교육 여건이 악화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일몰 연장이 무산되면 무상교육 예산은 고스란히 시도 교육청이 부담해야 하고, 고교입학금, 수업료, 교과서대금, 학교운영지원비 등 모든 학생에게 적용되던 무상교육이 중단될지도 모르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진성준 정책위의장)라고 반발했다.
진 의장은 이날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다"라며 "국비지원마저 일몰되면 연 1조 원이 추가로 부담돼야 한다. 연간 2000억에 이르는 학교용지부담금도 폐지됐고 올해 경제전망이 좋지 않아 추가 세수 감소까지 겹치면 시도 교육청이 어떻게 감당하느냐"고 지적했다.
진 의장은 그러면서 "최 권한대행은 국민의힘의 '거부권 대행'이라도 될 작정인가"라며 "최 대행에게 경고한다. 국정협의회는 상호 존중과 이해가 전제돼야 성사될 수 있다. 입법부를 존중하지 않는 정부와 어떻게 협상을 하느냐? 맹성을 촉구한다"고 했다.
한편 최 대행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날 오전 있었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며 "정부는 굳건한 안보태세와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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