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협상 임박? '트럼프 취임 전 타결' 압박 통할까

밴스 "바이든 임기 마지막 날이나 전날 타결 희망"…네타냐후, 협상단 파견 호응하고 극우 설득 시도 보도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취임을 일주일가량 앞두고 가자지구 전쟁 휴전 협상이 빠르게 마무리될 가능성이 대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트럼프 당선자 쪽이 동시에 새 정부 취임 전 협상 타결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어느 정도 호응하는 모양새다.

12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해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인 가지지구 휴전 및 인질 협상안을 논의하고 "가자지구에서의 휴전과 인질 귀환의 즉각적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통화에서 "해당 협상에 따른 전투 중단에 의한 인도적 지원 급증" 필요성 또한 언급했다.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레바논 휴전 협정, 시리아 아사드 정권 몰락, 역내에서 이란 세력 약화에 따른 지역의 근본적 변화"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이 통화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이스라엘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평생에 걸친 지지와 이스라엘의 안보와 국방을 위한 미국의 특별한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습격 뒤 벌어진 가자지구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너무 많은 민간인을 죽이고 인도적 지원을 방해하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지원을 계속해 왔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12일 미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자 취임 전 가자지구 휴전 협상 타결에 신중한 낙관론을 표명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방송에 협상 타결이 "매우, 매우 가까워졌다"면서도 "그러나 매우 가까워졌다는 것은 여전히 멀리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실제로 결승선을 통과할 때까진 거기 도달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일인 오는 20일까지 휴전 협상 타결이 "가능하다"면서도 "어떤 예단도 할 수 없다"고도 했다.

트럼프 당선자 쪽도 취임 전 가자지구 휴전 협상 타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JD 밴스 미 부통령 당선자는 전날 녹화돼 12일 방송된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 임기 종료 직전 협상아 타결될 것으로 희망하고 있다"며 타결 시점을 "아마도 (임기) 마지막날이나 그 전날"로 예상했다. 그는 "협상이 언제 타결되든 이는 하마스가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라며 트럼프 당선자의 하마스에 대한 위협이 협상 성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취임 전 가자지구에 억류된 인질이 풀려나지 않으면 "중동에서 모든 지옥이 터질 것"이라며 "이는 하마스에도 좋지 않고 솔직히 누구에게도 좋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트럼프 2기 정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마이크 왈츠 공화당 하원의원도 12일 미 ABC 방송에 "인질이 풀려나도록 두자. 트럼프 당선자가 진지하기 때문에 취임식 전에 인질이 활주로로 걸어 나오는 것을 보거나 최소한 어떤 형태의 합의라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의 압박이 커지며 정치적 이득을 위해 협상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의혹을 받아 온 네타냐후 총리도 어느 정도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12일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 뒤 보도자료에서 네타냐후 총리가 "도하에 있는 협상팀에 인질 석방을 진전시키기 위한 지시"를 내렸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협상 관련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자" 양쪽에 감사를 표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전날 저녁 고위급 협상 대표단을 도하에 파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가 같은 날 앞서 트럼프 당선자가 차기 정부 중동 특사로 지명한 스티브 위트코프를 만난 뒤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위트코프가 11일 만남에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식 전 협상 타결을 원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 타결에 반대하는 극우 정당 지도자들과 회동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극우 정당은 협상 타결 땐 연정에서 탈퇴해 네타냐후 정부를 무너뜨리겠다고 위협 중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복수의 현지 매체를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12일 극우 정당 독실한 시오니즘을 이끄는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과 극우 정당 오츠마 예후디트(이스라엘의 힘)을 이끄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가안보장관을 만났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현지 방송 <칸>을 인용, 네타냐후 총리가 두 장관에게 협상에 반대하면 트럼프 정부와 첫 단추를 잘못 끼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두 장관은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사임해 정부를 무너뜨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그런데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또 다른 현지 매체 <왈라뉴스>가 정치 소식통을 인용, 벤그비르 장관을 만난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 타결 땐 벤그비르 장관이 사임할 가능성을 높게 봐 스모트리히 장관 또한 사임할지를 가늠하고 설득하기 위해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 붕괴를 감수하고 협상을 서두를지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지난주 가자지구 땅굴에서 이스라엘 인질 유세프 지야드네(53)와 아들 함자(22)의 주검이 발견되며 주말 이스라엘 내 인질 협상 촉구 시위엔 분노가 만연했다.

11일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인질 가족인 시리 알바그가 텔아비브 집회에서 지야드네 부자가 "지옥 밑바닥에서 살아 남았지만 (정부가) 제때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않아 살해 당했다"며 네타냐후 총리와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을 비판했다고 전했다. 다른 인질 가족 요람 메츠거도 "인질들이 살아서 귀환하는 대신 주검 가방에 담긴 채 돌아오고 있다"며 "이스라엘에서만 총체적 실패가 '영웅적 작전'으로 포장된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한편 또 다른 전쟁 지역인 러시아-우크라이나와 관련,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 뒤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했지만 구체적 방안은 밝히지 않은 상황에서 마이크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가 "최전선 안정"이라는 조건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왈츠 내정자는 12일 미국 방송 ABC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징집 연령을 낮춰 "병력 부족"을 해소해야 한다며 "이는 단순히 군수품, 탄약, 수표를 더 쓰는 것에 대한 게 아니다. 최전선이 안정화돼 어떤 종류의 거래를 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왈츠 내정자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트럼프 당선자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동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당선자 관점에서 보면 "상대방과의 어떤 유형의 관계와 대화가 없으면 협상에 들어갈 수 없다"며 "향후 몇 달 안에 이를 확실히 확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중부 데이르알발라에서 전날 이스라엘 공습으로 숨진 5살 디마 에이드와 그의 삼촌 및 할아버지 주검 앞에서 디마의 아버지 모하마드가 애도하고 있는 모습을 한 어린이가 지켜보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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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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