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내 "내란특검 통과 노력 부족했다" 자성론

'제3자 추천' 등 대여설득·양보 필요성 제기…정성호 "유연함 보여야"

12.3 비상계엄 사태 진상을 규명할 내란특검(일반특검)법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 재의결에서 부결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특검 추천 방식을 '제3자 추천'으로 변경하거나 여당 의원들을 개별 설득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서라도 특검 출범을 우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은 9일 실제로 야6당 공동으로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2명을 모두 추천하고 △국회(야당)에 후보자 재추천 요구 권한을 주지 않으며 △수사 인력은 기존 205명에서 155명으로 줄이고 △수사기간도 준비기간 포함 170일에서 150일로 단축하는 한편 △수사 내용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허용하지 않는 내용의 새로운 특검법을 발의했는데, 이같은 당내 분위기가 물밑에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은 이날 아침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본회의 재의결 결과에 대해 "저는 부결될 거라고 봤었고, 또 한편에서는 과연 우리 민주당이 통과를 위해서 어느 정도 노력했는지, 저는 약간 부족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여당 의원들을 다양한 형태로 접촉하고 대화하고 설득하려는 노력도 있었어야 된다고 보고, 저 개인적으로는 어제 바로 표결하는 것보다는 이 법안에 대한 수정안 협의를 우리 당이 적극적으로 제시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정 의원은 "개인적으로 여당이 주장하는 사항들, 위헌요소가 있다고 하는 부분들을 다 수용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상황에서 제3자 특검을 임명한다고 해서 어떻게 이 사건을 덮을 수 있겠나? 저는 그런 면에서 우리가 조금 더 유연함을 보였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랬다면 이탈표가 조금 더 늘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정 의원은 "여당에서 야당 추천 특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언론브리핑에 대해서도 피의사실 공표 문제가 있다(는 등) 여러 가지 주장을 한다"며 "그거 수용한다고 뭐가 문제가 되겠나? 이미 국민들이 윤 대통령의 행태에 대해서 내란행위라고 판단을 하고 있다. 언론 브리핑도 기자들에게 물어보면 '그거 별 필요 없다, 브리핑을 안 한다고 취재 안 하겠나' 이렇게 얘기한다. 다 수용해서 통과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어쨌든 국회에서는 민주당이 다수당 아니냐"며 "지금 여당 안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국민들이 보기에도 좋지, 민주당이 국회 다수당으로서 독주한다는 이미지는 좋지 않다"며 "대통령께서 체포에 불응하고 관저에 속된 말로 처박혀서 일체 수사에 응하고 있지 않는 상황을 빨리 종식시키려면 특검이 임명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건희 특검법 등 여타 문제에 비해 내란특검법 통과를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물론 중요한 문제이고, 명태균 씨 녹취록이라든가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 그걸 다시 내는 게 필요한가 개인적으로 의문"이라며 "내란특검에 집중하는 게 맞다. 지금 이 상황에서 (김건희) 특검을 임명해서 여러 전선을 새로 만들고 국민들 관심을 분산시키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1기 지도부 최고위원 출신인 친문계 고민정 의원도 같은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제3자 추천 특검'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 의원은 "국민의힘이나 최상목 대행이 그것(특검 추천방식)을 근거로 거부를 계속했기 때문에, 지금은 어떻게 됐든 특검이 출발하게 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의원은 "헌법재판관 구성도, 국민의힘 추천 몫들도 있으시지만 그분들조차도 내란·계엄에 대해서는 완강한 모습들을 우리가 계속 확인하고 있지 않느냐"며 "특검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어떤 인물들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이 거대한 물결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자신했다.

고 의원은 "그러니 어느 정도 우리가 국민의힘한테 양보하더라도 (일단 특검을) 출발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재강조했다.

앞서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의원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시급한 것은 내란특검"이라며 "김건희 여사 특검에 대해서는 사실 민주당도 신경을 별로 크게 안 쓴다. 이미 검찰이 발톱을 드러냈으니 꼭 특검이 아니라도 어차피 다 드러나게 돼 있으니까 그렇게 시급한 문제는 아니라고 보는 것"이라고 한 바 있다.

홍익표 전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은 민주당도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며 "다소 불만족스럽지만 헌법재판관은 8명으로 구성되면서 최소한의 법적 문제는 해소가 됐고 탄핵 문제는 헌법재판소를 중심으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남은 건 내란수사"라고 했다.

홍 전 원내대표는 "김건희 특검은 나중에 탄핵 문제가 해소되고 나면 자연스럽게 해소된다. 증거라는 게 분명히 있기 때문에 진행이 될 것"이라며 "그래서 현재로서는 그것(김건희 특검)은 2차적으로 하더라도 내란특검 하나라도 확실하게 통과시킬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자료사진). ⓒ연합뉴스

한편 정 의원은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에 대해 "늘 차분하게 해야 된다. 국민들 보기에 '민주당이 과하다, 도가 넘친다'라는 느낌을 주게 되면 민주당은 신뢰가 높아지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그는 "지금 내란상황에서 국정과 민생이 얼마나 혼란스러운가. 민주당이 책임 있는 대안정당으로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이 상황을 빨리 종식시키려고 한다고 하는 신뢰를 국민들에게 줘야 한다"며 "그러려면 결국 여당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 일각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탄핵론이 나오는 것과 관련 "나라가 혼란스럽지 않나. 대통령 권한이 정지됐는데 총리도 탄핵됐다. 이 상황에서 부총리가 권한대행을 하고 있는데, 좀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총리까지 다시 탄핵한다면 국정은 어떻게 되겠나"라며 "저는 그런 면에서 탄핵은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고 못박아 말했다.

그는 당에서 최 부총리가 체포영장 집행을 막아선 경호처에 대해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았다며 직무유기 등으로 고발한 데 대해 "형사고발하는 게 적절한지 좀 의문"이라며 "민주당에서는 '부총리께서 이런 국정 혼란상황을 빨리 수습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는 취지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는 최 권한대행을 향해 "경호처에 대한 최종적 지휘책임, 또 경호처장을 비롯한 경호처 간부에 대한 인사권자가 대통령 아니냐"며 "현재는 대통령 권한이 정지됐기 때문에 권한대행이 해야 되는데, 최 대행께서 경호처에 대해 '합법적인 절차에 응하라'라고 하는 게 도리 아니겠나"라고 촉구하고는 "그 점을 민주당에서는 지적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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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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