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사태 이후…'반동' 무시할 수 없지만, 역사적 국면은 바뀌었다

[시민건강논평] 새해에 열리는 절반의 공간

예상한 그대로 '반동'이 지속한다. 앞으로도 적어도 반년은 계속 이런 '꼴'을 봐야 할지도 모른다. 반동과 그 주체의 가장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역사적 기여는 자신을 스스로 폭로함으로써 모든 인민에게 계몽과 교육의 계기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다만, 보통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반동의 기운이 무시할 수 없다고 하나, 이미 역사적 국면은 바뀌었다. 이번 내란 사태를 무엇으로 규정하든,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불안정한 국면에 있든, 새로운 정치적 공간, 그리고 이에 따른 새로운 사회적 공간이 열리고 더 넓어질 것이라는 데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우리와 그들, 모두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하지만 미래는 확정되지 않았고 예비되지도 않았다. 어쩌면 필연적으로 열린 그 공간(들)이 어떻게 변화할지 그리고 어떤 '경로'로 진입하여 안정화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그 경로가 서로 다른 힘들이 경쟁하고 각축하는 그 '관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사실, 그 한 가지다.

또한, 누구나 역사적 경험을 통해 잘 안다.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고 새로운 대통령을 뽑는 것만으로, 또는 여러 국회의원을 바꾸는 것만으로, 나아가 무슨 선거제도나 헌법 구조 일부를 바꾼다고 끝이 아니라는 것을. 그것이 새로운 사회적 권력을 만들고 강화하는 정치적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현실 정치의 표면에서 유동하는 '개혁'과 '진보'는 그저 말로 끝날 뿐이다. 이번에는 반드시 달라야 한다.

새해 아침을 맞아 특별히 역사적 시간을 생각하고자 한다. 우리 자신이 이미 들어선 새로운 역사적 국면, 그것은 과거를 토대로 삼아 미래를 실천한다는 점에서 과거-현재-미래가 공존하는 중첩과 축적의 시간대이다. 지금 우리가 같이 '만들어가고(making)' 또한 '실천하는(doing)' 역사적 사건이자 과정이라는 점에서도 시간은 겹치고 쌓인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역사적 시간에서는 현재와 미래가 구분되지 않는다. 민주주의적 가치, 불평등과 억압, 차별과 혐오 모두 마찬가지다. 지금 만들고, 실천하고, 확장하는 것이 곧 미래이다. 이미 여의도, 남태령, 광화문, 한남동에서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무슨 준비라거나 토대 만들기가 아니라, 만들고 쌓아가는 그 과정이 바로 현재와 미래를 연결한다.

다만, 당분간은 탄핵을 둘러싼, 현실 정치의 압도적 힘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딜레마다. 이 또한 열려 있기는 하나, 여러 층위, 차원, 부문에서 진보적, 변혁적 의제는 대부분 주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개혁이니 농촌 경제, 성차별, 또는 플랫폼 노동이나 재해와 안전 문제가 이 '변혁기'의 주요 의제가 될 수 있을까?

먼저, 예측과 전망보다는 주체의 의지와 개입을 생각하자고 제안한다. 과학이라는 외양의 객관과 예측은 그것이 정확한 경우에도 주체의 생각과 의지, 실천, 그리고 그 방법의 맥락에 지나지 않는다. 새삼스럽지만, 미래는 주체의 의지와 실천적 개입에 열려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고 싶다.

2025년 전반기는 이 문제를 함께 붙들고 공부하고 실천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오래 두고 고민하고 찬찬히 만들어가야 하는 일들과 함께, 크게 요동하는 정치·사회 공간에서 전체와 구체를 어떻게 정렬해야 할까. '전체'가 '부분'을 북돋우고, '부분'이 깨지고 움직여 '전체'가 변화하는 역동적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가령, 이 국면에서 지역의료의 붕괴와 돌봄 재난에 대해, 또는 전혀 진전이 없는 임신 중지의 권리에 관해 우리는 무엇을 말하고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가? 탄핵이 완성될 때까지는 무엇을 목표로 어떻게 실천하고, 또 그 후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부분을 실천하되 전체를 생각하고 그 긴장 관계를 놓지 않는 것, 2025년을 시작하는 우리의 화두이자 연장으로 삼고자 한다.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개최한 5차 시민대행진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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