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우두머리 혐의와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에 경호처를 앞세워 결국 불응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 헌정사상 최초로 체포될 궁지에 몰린 그의 태도는 "탄핵이든 수사든 당당하게 임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던 대국민담화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임기 내내 강조했던 '법치'에 등을 돌리고 법원의 명령에 따른 수사기관의 사법 절차를 무시한 행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오전 8시 경 이대환 부장검사를 비롯한 공수처 수사관 30여 명과 경찰 120명은 관저에 진입해 경호처의 1·2차 저지선을 뚫고 관저 문앞까지 도착했다.
그러나 박종준 경호처장은 수색영장을 제시한 공수처의 협조 요청에 '경호 구역'을 이유로 수색을 불허한다는 입장으로 강경하게 맞섰다. 오후 12시경 윤 대통령 변호인단인 김홍일, 윤갑근 변호사가 관저에 들어가기도 했다.
5시간 30분 가량 대치를 이어간 뒤 공조수사본부는 "계속된 대치 상황으로 사실상 체포영장 집행이 불가능하다"며 철수했다.
경호처장의 지시에 따라 영장 집행을 막아선 경호처 직원들은 직권남용 및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될 가능성도 있다.
윤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는 동안 관저 인근에선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태극기과 성조기를 흔들며 "불법 체포", "합법 계엄", "탄핵 무효"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앞서 관저 앞 체포 저지 시위대에 자필 서명 편지를 보내 "나라 안팎의 주권침탈세력과 반국가세력의 준동으로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면서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선동한 바 있다.
외신들은 이날 관저 주변 대치 상황을 속보로 비중 있게 다루며 한국의 정치적 위기 심화를 우려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1980년대 후반 민주화된 이래 가장 큰 한국의 헌법적 위기"라고 규정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유효기간은 오는 6일까지다. 공수처는 "향후 조치는 검토 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자진 출두 의사를 보이지 않은 만큼 또 다시 격렬한 대치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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