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중국 동북공정, 백두산까지 가져가려 하나

[원광대 '한중관계 브리핑'] 중화민족 다원일체를 강조하는 중국, 백두산 귀속화 움직임

중화민족 다원일체론에 담긴 중국의 속내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이다. 그러나 중국은 여타 다민족국가와 달리 개별 민족의 다양성을 중하기보다는 56개 민족이 본래 하나의 정체성을 함양하고 있다는 중화민족 다원일체(多元一體)를 강조하고 있다. 즉, 표면적으로는 여러 민족이 독자성과 평등권을 가지면서 중국을 구성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한족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 문화적 일체화에 방점을 둔 것이다.

이러한 중화민족 다원일체론은 정부의 정책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미래세대에 대한 교육을 통해 영향력을 확대해 가고 있다. 가령 중국은 초중고 역사 교육에서 단일한 국정교과서를 채택해 교육한다. 따라서 역사 교과서의 내용이 정부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교과서에 반영되는 내용이 학계의 충분한 의견수렴과 새로운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개정되는 것이 아닌, 후대 역사가들이 판단해야 할 현대사의 내용마저 교과서에 시시각각 반영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교육적 배경을 거친 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애국주의에 빠져든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2022년 말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던 중국 정부에 9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주도로한 백지혁명이 일어나자 중국은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민족교육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그 결과가 2023년 편찬된 <중화민족공동체개론>이다.

<중화민족공동체개론>은 현재 대학의 공통 교재로 활용되어 학생들에게 통일화된 역사 인식을 교육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은 더욱 심화되어 중화민족공동체를 주제로 한 대학 학과개설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동북공정 속에 가려진 백두산 귀속화 움직임

중국의 민족주의 강화 움직임은 우리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근래 표면적으로 드러난 현상은 한복공정과 같은 문화충돌이다. 그러나 중화민족 다원일체론이 갖는 근본적인 문제는 이 이론이 지금의 동북지역(요녕, 길림, 흑룡강성 일대) 역사 인식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2년 한·중 역사 갈등을 촉발한 동북공정이다.

2002년 시작된 중국의 동북공정은 2007년 한중정상회담을 통해 일단락된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국은 암암리에 때로는 공개적으로 우리 민족의 기원에서 미래의 통일 한반도 시대까지 다각적이며 통시적인 제2 제3의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있다.

가령 '중화문명탐원공정(中華文明探源工程)'은 중국 문명의 기원을 밝히기 위해 시작된 국책사업이었다. 본 공정은 '중화문명 다원론'을 바탕으로 중국 내에서 발견된 신석기 문명을 모두 황하문명의 일부로 예속화하였다. 이는 요하문명을 바탕으로 태동한 고조선, 부여 그리고 고구려로 이어지는 우리의 고대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향후 귀추를 주목해야 한다.

다음으로 1994년 이래 추진해 온 '장백산문화론'은 청대 만주족의 장백산(중국은 백두산을 장백산으로 지칭한다.) 발상지 인식을 확대 해석해 백두산을 만주족만의 성산으로 규정한다. 이들은 만주족이 고대 숙신부터 만주족에 이르기까지 숙신계민족이(숙신-읍루-물길-말갈-여진-만주) 오랜 기간 백두산을 발생지로 인식해 왔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백두산은 만주족(숙신계)의 성산이었고 만주족은 중화민족 공동체의 일원임으로 백두산은 중화민족만의 성산이라는 주장으로 이어진 것이다.

중국은 '장백산문화론'의 논리를 바탕으로 2010년부터 백두산 일대를 개발하는 장백산문화건설공정(백두산공정)을 실시했다. 가령 길림성 돈화시에 청대 장백산에 대산 숭배의식을 복원한 장백산신사를 건립했다. 신사에는 만주족의 백두산 성산화 역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해 관광객들에게 알리고 있다. 그리고 국내에는 발해의 역참으로 알려진 보마성 유적지를 개발해 관광 자원화하는 한편, 이곳을 금대 여진족이 백두산에 제사를 지낸 장소로 상정한다.

중국의 백두산 귀속화 움직임은 중국 내 유적 및 관광자원 개발에 그치는 것이 아닌, 국제적 공인화도 동시에 이뤄졌다. 2020년 중국은 장백산이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단독으로 등재 신청했다. 그리고 2024년 9월 중국의 단독 등재 신청이 최종적으로 승인됐다.

▲ 지난 3월 27일(현지시각) 제219차 유네스코 집행이사회에서 중국명 창바이산이 세계지질공원으로 새로 인증됐다. 유네스코 누리집에 나와있는 창바이산 설명. ⓒ유네스코 누리집 갈무리.

위기의 백두산, 우리는 무엇을 준비하는가?

우리나라 애국가의 첫 소절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이라는 구절로 시작된다. 즉 백두산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단순한 산에 그치는 것이 아닌, 민족의 시원 인식이 담긴 상징적인 공간이었다.

그런데 불행히도 대중의 인식 속에서 백두산에 대한 관심은 점차 멀어지고 있다. 특히 사드사태와 코로나를 계기로 대중관계가 악화 되면서 백두산을 찾는 여행객도 급감했다. 따라서 올해 9월 백두산이 중국에 의해 장백산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지질공원 단독 등재됐다는 소식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사실 민간뿐만 아니라 정부도 백두산에 대한 무관심이라는 문제에 자유롭지 않다. 중국은 1994년부터 백두산에 대한 인문 지리적 연구와 귀속화 논리를 구축해 왔다면, 우리는 백두산을 연구하는 전문기관을 두지 않을 정도로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남북분단이라는 현실적인 장벽이 가로막고 있어 정부가 주도적으로 대응해 나가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피레네산맥처럼 여러 국가의 국경에 걸쳐있는 산지를 공동으로 관리하는 사례가 있는 것처럼, 이제는 남북분단을 이유로 수수방관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중국이 백두산을 장백산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단독 등재했지만, 이제라도 정부 차원에서 백두산에 대한 연구를 총괄하는 기관을 설립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예견하고 대응해 나가야 한다.

한편, 국내 백두산 연구는 지질학 등 자연과학 분야에 쏠려있는 게 현실이다. 향후 중국의 백두산공정에 대한 민·관·학 협력을 확대해 나가기 위해서는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백두산 관련 연구를 지속할 수 있도록 연구 저변을 확대하는 노력 또한 겸비해야 한다. 그리고 독도 체험관처럼 백두산 체험관을 건립해 백두산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노력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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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

'중국문제특성화' 대학을 지향하면서 2013년 3월 설립된 원광대학교 한중관계연구원은 중국의 부상에 따른 국내외 정세 변화에 대처하고, 바람직한 한중관계와 양국의 공동발전을 위한 실질적 방안의 연구를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하에 한중법률, 한중역사문화, 한중정치외교, 한중통상산업 분야의 전문연구소를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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