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5일, 전국의 시민들은 부산시청과 세종시 국토부 청사 앞에 연이어 모여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백지화 촉구 전국시민행동을 펼쳤다. 4년이 넘도록 계속된 목소리다. 이날은 특별히 집회 말미에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 장관과의 면담 계획도 넣었다. 하지만 그는 두문불출했다. 대신 가덕도신공항 사업 추진단 팀장이 국토부 로비 접견실에서 우리를 맞았다.
그에게 우리는 조속한 시일 내로 국토부 장관과의 면담을 잡아달라 요구했다. 그는 확답을 피했다. 그러니 그에게만이라도 따져 물을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쏟아내다시피 물었다.
가덕도신공항을 5년 만에 짓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역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실험에 가까운 일입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도 단 몇 개월 만에 끝냈고 이에 대한 자료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어요. 무엇보다 국토부 스스로가 가덕도신공항 사업에 대한 7대 불가론을 내놓은 바 있죠. 2021년,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들에게 제출한 ‘가덕도신공항 보고서’에서 이 사업이 ‘안정성·시공성·운영성·환경성·경제성·접근성·항공수요’ 이 모든 면에서 치명적인 문제를 갖는다는 사실을 조목조목 밝힌 거예요. 그런데도 사업은 가덕도신공항 특별법(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에 의해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받았습니다. 십수 조원의 국비가 드는 사업 중에 예타 면제를 받은 사업은 지금껏 없었어요. 이것이 다가 아닙니다. 경쟁 입찰로 공사를 진행해도 모자랄 부지조성공사를, 공사 기한을 맞춰야 한다는 이유로 수의계약을 통해 감행하려 해요. 이게 도대체 말이 됩니까. 설명이라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고 한참을 침묵했다. 그러다 천천히 입을 뗐다.
어쩌겠어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있는데. 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따라 진행하는 건데요.
우리는 일제히 조용해졌다. 서로를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모두 무너지는 마음이 되어, 속으로 물었을 것이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란 무엇인가. 이 모든 절차적 부정의와 기만적 행정, 합리적 파괴의 든든한 지붕이 되어주는 동시에, 모든 이들을 일제히 입 다물게 만드는 위력.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란 대체 무엇인가.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때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목전에 둔 시기였다. 국회 최대 의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여야가 합심하여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었다. 보궐선거와 이듬해 대선에서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유권자의 득표를 겨냥한 결정이었다. 당시 김해신공항 사업이 추진되고 있었고, 여기에 이미 많은 예산이 쓰인 차였다. 그걸 뒤엎고 벼락처럼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내리꽂힌 것이다. 2011년과 2016년 두 차례나 입지평가점수에서 꼴찌를 한 가덕도신공항이 하루아침에 1등 자리에 우뚝 섰다. 비유하자면 입시 부정이자 낙하산 인사이며 사기 계약이다.
알다시피 가덕도신공항 사업은 백 프로 세금으로 진행되는 국책사업이다. 그러므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란 이 나라에 사는 모든 이들을 향해, 정치권이 법 자체를 기만과 폭력의 도구로 휘두른 하나의 사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짐작하겠지만 특별법이 발의하고 통과되는 동안 시민공청회, 주민 간담회, 혹은 이와 비슷한 형식의 자리는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대단위 토건 개발이 지역을 잘 살게 할 것이라는 국민적 환상을 정치권이 포퓰리즘 정치에 황급히 이용하는 과정만 있었을 뿐이다. 논의는 밀실에서 시작하고 밀실에서 끝났다. 이에 대해 우리가 더 깊이 들여다보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 답은 이미 펼쳐져 있다. 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며, 민주주의 파괴다.
윤석열 씨의 비상계엄 선포가 특히 나쁜 이유는, 그것이 세기에 걸친 싸움과 희생으로 시민들이 힘겹게 일궈낸 민주주의에 대한 파괴였기 때문이다. 윤석열 한 사람의 명령으로, 다시금 수많은 이들의 목소리와 질문과 자유를 빼앗으려 했기 때문이다. 제왕적 위력 아래에서 모든 입들이 틀어 막고 다양한 질문과 합의의 과정을 무력화하려 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민주주의 파괴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역시 이와 유사하다. 숱한 모순과 부정의로 점철된 가덕도신공항 사업에 대한 질문을 했을 때 사업 추진단 팀장이 내놓았던 대답을 다시 보자. "어쩌겠어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있는데. 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따라 진행하는 건데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은 이처럼 제왕적 위력의 역할을 담당한다. 그 아래에서 모든 입들이 틀어 막히고 다양한 질문과 합의의 과정은 무력화되기 십상이다.
이 때문에 우리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라는 위력 자체에 대해 질문해야 하고, 질문하려 한다. 가덕도신공항반대시민행동은 지난 3월, 1028명의 시민과 함께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 기본계획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특별법이라는 위력에 기대어 기본계획 보고서 용역이 채 완료되기도 전에 기본계획을 고시한 데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변호인단은 이 소송의 승소 가능성을 아주 낮게 점치고 있지만 괜찮다. 이 다음 단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소송이 마무리되는 즉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위헌이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 헌법재판소로 갈 것이다.
끝으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 대한 저항과 싸움이 또 있었음을 밝혀둔다. 2021년 3월 15일, 멸종반란의 활동가 6인이 민주당사로 가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통과에 항의하는 불복종 행동을 벌였다. 민주당사 캐노피에 올라 구호를 외치고, 민주당사의 출입문을 쇠사슬로 봉쇄하려 했다. 이들은 즉시 경찰에 연행되었고, 검찰 기소로 법원의 약식 판결을 통해 총 2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그러나 활동가들은 벌금을 거부하고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그렇게 지난해 6월까지 3년여 동안 재판을 이어갔다. 그 3년은 단지 재판을 이어나가기만 한 시간이 아니었다. 졸속적, 기만적, 폭압적으로 진행되는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비판하고 이에 대한 근거가 되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라는 위력과 폭력에 대해 널리 알려나가는 시간이었다.
민주당사로 간 6인 중 한 명이었던 김차랑 활동가는 재판에 대한 소회를 말하는 글에서 "데모하는 게 벌 받으면, 데모하게 만든 사람들은 무슨 벌을 받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렇다. 데모하게 만든 사람들이야말로 어떻게든 벌 받아야 한다. 활동가들을 불복종 행동으로 이끌었고, 시민들을 비바람과 혹한과 폭염 속에도 거리의 농성장에서 싸우게 만들었으며, 우리를 기나긴 법정 투쟁의 시간 속으로 내몬 이들은 반드시 벌 받아야 한다. 무엇보다 민주주의 파괴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자체에 대한 심판이 이뤄져야 하며, 특별법을 통과시킨 이들 또한 반드시 단죄받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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