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수정안 내면 협의" vs 한동훈 "'삼겹살 좋아하는 채식주의자' 같아"

예산안 법정시한 D-1, 민주 "정부·여당 태도 보겠다"…국힘 "감액안 철회부터 하라"

국회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지만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간 강대강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정부·여당의 전향적인 태도가 있다고 하면 추가적인 협상 여지가 분명히 있다"고 하자, 국민의힘은 "감액 예산안 철회가 선행되지 않으면 예산안에 대한 그 어떤 추가 협상에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맞받아치는 형국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일 오전 경북 안동 경북도청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난 자리에서 APEC 지원예산 증액에 동의해 달라는 이 지사의 요청에 "(정부가) 수정안을 내면 협의해보겠다"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677조4000억 원 규모의 정부 예산안에서 4조1000억 원이 삭감된 내년도 예산안을 단독 처리했는데, 예산안 처리 시한을 하루 앞두고 이에 대한 협의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다.

다만 이 대표는 국민의힘 소속인 이 지사가 "민주당이 의회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국회에서 감액안만 반영한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은 처음 본다"고 지적하자 "APEC 사업의 경우 우리도 현실적으로 공감을 하는 사안"이라면서도 감액안에 대해서는 "쓸데없는 것만 잘라낸 것", "증액이 필요하면 (정부가) 수정안을 내면 된다"고 강경기조를 유지했다. 감액안의 수정은 불가능하며, 정부의 수정안이 선결 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지사가 처리 시한이 촉박하다는 취지로 반발하자 "정말로 진지한 협상이 가능하다면 그거야 길이 없겠나"라고도 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여당의 전향적인 태도가 있다고 하면 추가적인 협상 여지가 분명히 있다"며 같은 기조를 내비쳤다. 그는 "오늘 오후부터 내일 오전까지 (예산안 협의를 할 수 있는) 24시간이 있다"면서 "정부·여당이 어떤 자세와 태도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고) 저희도 전향적 자세로 임하겠다"고 했다. 역시 정부·여당의 태도변화를 선결 조건으로 강조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일 오전 경북도청을 찾아 이철우 경북도지사에게 2025년 APEC 정상회의 성공개최 지원 건의안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감액안에 강력하게 반발, 민주당의 예결위 감액안 일방 처리 사과와 감액안 철회를 주장하며 맞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본인의 페이스북에서 "민생 위해 추경하자던 민주당이 민생예산 단독으로 삭감한 건 '삼겹살 좋아하는 채식주의자' 같이 앞뒤 안 맞는 말"이라며 "민주당은 국민들 상대로 '인질극'하자는 것"이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또한 이날 오후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은 예결위 날치기 처리에 대해 국민과 정부·여당에 사과하고 즉각 감액 예산안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민주당의 선(先)사과와 감액 예산안 철회가 선행되지 않으면 예산안에 대한 그 어떤 추가 협상에도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예결위 강행처리 후 이를 지렛대 삼아 야당의 무리한 예산 증액요구 수용을 (여당에) 겁박할 의도라면 그런 꼼수는 아예 접길 바란다"고도 했다.

추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정부 수정안 제출 시 협상 가능' 입장을 밝힌 데 대해서도 "(민주당은) 헌정사상 초유의 야당의 감액 예산안을 단독처리 강행한 거다. 날치기 예산처리를 한 거다"라며 "자기네들이 감액안을 단독처리해 놓고 갑자기 증액을 협상하겠다는 건 무슨 얘기인가. 그러면 감액 처리를 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반발했다. 그는 "(야당의) 꼼수 겁박에 정부·여당이 휘둘리지 않는다"며 "단호하게 원칙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경기조를 고수했다.

앞서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예산안 처리 협의를 위한 여야 원내대표 만찬을 제안한 바 있다. 추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민주당의 사과와 (감액안) 철회가 없으면 어떤 대화도 무의미하다. 여당 원내대표가 협상과정에 들러리를 서는 행태는 없을 것"이라며 "만찬은 어렵다 하는 얘기를 어제 밤에 (우 의장에게) 제가 말씀드렸다"고 거절 의사를 표했다. 앞서 박 원내대표는 같은 사안과 관련 "우 의장 중재 하에 필요하다면 여야 원내대표가 만나서 논의할 부분이 있는지 말씀을 나눠보겠다"고 한 바 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이날 박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2일 본회의에 올라올 예산부수안 중 5개 쟁점법안과 관련,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에 이어 가상자산 과세유예 방침에 대해서도 정부·여당 측 안에 동의하겠다고 밝혔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조세특례제한법법)와 상속·증여세법에 대해서는 반대입장을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가상자산 과세유예 동의 방침에 대해 "큰 한 가지 쟁점이 해소된 것"이라며 "나머지 부분에 대해서도 남은 기간에, 오늘 내일을 걸쳐서 막판 대화가 계속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상속세 및 배당소득 과세 등 민주당이 반대입장을 표명한 법안들에 대해서는 "협상과정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한 대표는 본인 페이스북 게시 글을 통해 "우리 국민의힘이 국민들과 함께 집중해서 주장해 온 가상자산 과세 유예가 결국 결정되었다"며 "국민을 이겨먹는 정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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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예섭

몰랐던 말들을 듣고 싶어 기자가 됐습니다. 조금이라도 덜 비겁하고, 조금이라도 더 늠름한 글을 써보고자 합니다. 현상을 넘어 맥락을 찾겠습니다. 자세히 보고 오래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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