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최근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정년 연장' 문제에 대해 '퇴직 후 재고용'이 아닌 고용을 유지한 채 법정 정년 자체를 늘리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양 위원장은 19일 서울 서대문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정년 연장 문제에 대해 "그동안 민주노총은 정년 연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청년들의 일자리와 노후를 어떻게 보장할 것이냐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면서도 "더는 논의를 미룰 수 없어 조직적인 논의를 단계적으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년연장은 (법정 정년을 연장해) 계속 고용할 것이냐, (퇴직 후) 재고용 방식으로 할 것이냐에 따라 차이가 있다"며 "저는 정년이 연장되더라도 계속 고용이 유지되는 방식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다만 "정부와 사용자들은 정년 문제와 청년 일자리 문제를 대치시켜 (정년 연장 논의에서) 유리한 입지를 취하려 한다"며 "대기업과 공공기관의 신규채용을 늘리면 두 마리 토끼를 충분히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런 방향의 정책을 준비해 제출할 생각"이라고 했다.
정년 연장 문제는 지난 8월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임으로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수장으로 임명된 권기섭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2기 경사노위의 주요 의제로 삼으며 수면 위로 떠올랐고, 이후 재계의 '퇴직 후 재고용' 주장과 노동계의 '법정 정년 연장' 주장이 맞서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이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정년 연장이 논의 의제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격차해소특별위원회도 지난 5일 2034년부터 정년이 65세가 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퇴진 광장 열 것…경사노위는 참여 안 해"
이날 간담회는 향후 민주노총의 활동계획을 알리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양 위원장이 우선 강조한 것은 "윤석열 퇴진광장을 열겠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는 오는 20일 '윤석열 퇴진 2차 총궐기', 다음 달 7일 '3차 총궐기' 집회를 열고, '윤석열 퇴진 국민투표'도 최소 다음 달 6일까지는 이어갈 계획이다.
양 위원장은 "윤석열 정권에 대한 법적인 판단은 내려지지 않았다 하더라도 국민들에 의해 도덕적, 정치적 판단은 이미 완료됐다. 지지율에서 볼 수 있듯 윤석열 정권은 고쳐 쓸 수 없다는 것이 민주노총의 입장이고 국민들의 의견"이라며 "민주노총은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위해 전력을 다해 싸우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어디를 지향하고 어디를 향할 것인가를 함께 모색하는 자리가 윤석열 정권 퇴진의 광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민주노총은 '윤석열 퇴진'과 '사회 대전환'을 같은 높이로 들고 어쩌면 후자에 더 무게 중심을 두고 퇴진 투쟁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이어 '사회 대전환'의 내용으로는 △AI, 플랫폼노동, 기후위기 등에 대한 노조 차원의 대안 마련, △모든 노동자의 노조할 권리를 위한 노조법 2·3조 개정,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등을 예로 들었다.
양 위원장은 지난 9일 '윤석열 퇴진 1차 총궐기' 집회와 관련 오는 22일 경찰 출석도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 그는 "경찰 조사를 회피할 이유가 없기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경찰에 전달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변호인을 통한 일정 조율에 응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소환장을 보내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경찰에 불만을 표했다.
노정관계의 또다른 쟁점인 노사정 사회적 대화 참여와 관련 양 위원장은 "민주노총이 참여를 논의했다가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돼 참석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경사노위는 정부에 의해, 정부의 정책을 관철시키고 정부의 뜻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경사노위 참여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다만 지난해 10월 우원식 국회의장이 제안한 '국회가 허브(hub) 역할을 하는 사회적 대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응할 것인가에 대한 내부적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참여 가능성을 내비쳤다.
양 위원장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임 직후 요청한 만남을 거부했던 데 대해서는 "노동부 장관이라면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인식은 있어야 된다"며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고 판단해 노동부 장관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가졌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장관이) 임기 초에는 언론에도 많이 나오셨는데 요즘은 뭐 하시는지 알 수가 없다"며 "노동부가 일을 하려면 민주노총의 의견도 듣고, 대화도 하자고 해야 할 텐데 (현재는)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AI, 기후위기, 이주노동 등 논의할 정책대회 열 것"
양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민주노총 출범 30년을 맞이한 지금, 그리고 사회 전반적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시기에 민주노총의 변화와 전략에 대해 보다 깊이 있고 폭넓은 논의와 판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이를 위해 오는 27~29일 간부·조합원들과 함께하는 민주노총 정책대회를 열기로 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정책대회 토론·강연 주제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AI와 노동, △이주노동자 조직화 및 권리보장, △저출생과 노동조합의 대응, △기후위기, △산별교섭의 경험과 과제, △사모펀드 및 외국인투자기업, △민주노총 여성할당제 진단과 과제, △조직문화 및 투쟁·집회 문화 혁신 등이다.
이 중 이주노동과 관련 '민주노총 내부에서 일부 정주노동자들의 이주노동자 혐오가 표출되곤 하는 데 대한 대응방안을 묻는 말에 양 위원장은 "이주노동자 조합원 수용성, 동일노동 동일임금,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 등에 대해 정책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물었고, 결과를 분석하고 있다"며 "이를 정책대회에서 발표도 하고 논의도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전가되던 간접고용과 위험의 외주화가 이제 이주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어 이런 것들이 바로 잡히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양 위원장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 반대 등 특히 민주노총 내부에서 정주노동자들의 이주노동자에 대한 반감이 강하게 관측되는 건설노조에 대해서는 "좀 특화해서 볼 필요가 있다"며 "건설노조가 결성되고 건설현장에서 다단계 하도급 구조를 제한하는 등 산업 질서를 바꿔왔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노조원 고용을 거부하고 그 자리에 이주노동자를 채우면서 과거와 같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업) 이주노동자들은 (정주노동자보다) 훨씬 낮은 임금을 받고 최소한의 안전교육이나 안전장치 없이, 심지어는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는 조건에서 일에 투입되고 있다"며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 간 일자리 다툼으로 이 문제를 볼 것이 아니라 건설현장 고용구조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이냐, 정주노동자와 이주노동자가 어떻게 함께 일할 수 있는 법적, 제도적 테두리와 토대를 만들 것이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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