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서 이재명 대표 선거법 위반 사건 1심 판결 이후 법원을 향해 "미친 정권에 미친 판결"(박찬대 원내대표), "서초동의 주인도 국민"(김민석 최고위원) 등 비난·압박이 나온 데 대해, 당 내부에서도 문제제기가 나왔다.
김대중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 문재인 정부 국가정보원장을 지낸 '정치 9단' 박지원 의원은 19일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의 주적은 윤석열, 김건희, 검찰이지 사법부는 아니다"라며 "사법부를 공격하는 당내 분위기는 좀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충고했다.
박 의원은 당내 일각에서 이 대표 1심 재판부에 대해 '서울대 나온 판사라고는 믿을 수 없다'고 하는 등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나왔다는 질문을 받고 "일부 의원들이 그렇게 얘기하는 것도 납득이 된다"면서도 "그렇지만 이성을 가지고 좀 자제하자"고 거듭 당부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 박수현 의원도 같은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원의 판단이 나오면 좀 불만이 있더라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의례적 표현이라도 하는데 이번에는 워낙 충격적이어서 그런 이야기도 민주당에서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사법 살인'이니 '엉터리 판단'이니 이런 격앙된 표현이 나오기는 했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한다. 검찰이 이 문제를 조작·왜곡해서 무리한 기소를 했다는 것에 의원들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고, 법원의 판단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공격을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엉터리 같은 검찰의 공소 내용을 법원이 거의 그대로 수용을 했다는 것에 대한(비판이다. 따라서), 검찰의 공소 내용에 대한 불만이 훨씬 더 많이 담겨 있는 표현으로 이해한다"고 같은 당 의원들을 감싸면서도 일면 비판적 인식을 시사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사법, 법원은 삼권분립의 중요한 한 축인데, 우리가 민주주의 위기를 얘기하면서 그 문제까지 근본적으로 흔들어버리면 저희도 사실은 모순인 것"이라며 "민주주의 위기를 이야기하면서 우리 스스로 삼권분립의 한 축을 흔드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봐야 된다"고 했다.
박 의원은 또 박찬대 원내대표가 '미친 정권의 미친 판결'이라고 지난 16일 장회집회에서 공개 발언을 한 데 대해 "그런 문제는 장외집회의 성격상 현장 발언을 하다 보면 그런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이 나올 수 있다"며 "현장, 집회의 발언이기 때문에 그렇게 한 번 이해를 해달라"고 했다.
그는 다만 "이재명 대표의 재판을 위해서도, 항소심에서, 또 다른 재판에서 어떻게 우리가 대응해 나가야 될 것인지 냉정하고 차분하게 (대응)해야 될 때"라며 "광장에서의 발언이라 하더라도 이렇게 격앙될 때는 말의 실수가 본질을 흔드는 경우를 많이 보지 않느냐. 때문에 차분하고 냉정하게, 그리고 아무리 현장이라 하더라도 정제된, 본질을 국민에게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발언을 해야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은 해본다"고 우회 비판했다.
민주당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도 전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판결에 대해서 비판할 수 있겠지만 판결을 한 판사에 대해서 비난하고 비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지층에 자제를 당부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아무리 국민의 눈높이나 일반 상식과 거리가 있는 판결이라고 하더라도 판결은 판결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된다"며 "일부 당원들의 과한 말들, 판사에 대한 비난, 이런 것들은 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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