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선거 공천개입 의혹 관련자인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김영선 전 의원에 대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가운데, 야당에서는 검찰이 '꼬리 자르기'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2일 브리핑에서 "검찰이 명씨와 김 전 의원 등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검찰의 수사 의지를 기대하는 것은 사막에서 물을 찾는 격"이라며 "공천개입, 여론조작, 창원산단 개입 등 국정농단 관련 혐의는 배제하고 정치자금법 혐의만 적용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김영선 의원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 공천을 해줘라 그랬는데 당에서 말이 많다', (이것이)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윤석열 대통령이 명 씨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라며 "있는 죄는 덮고, 없는 죄도 만드는 검찰이라도 대통령의 육성을 숨길 수는 없다"고 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대통령 부부의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막기 위한 꼬리 자르기 수사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어렵다"며 "(이는) 특검의 당위성을 부각시킬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입틀막 수사"라며 "정치검찰이 명 씨의 입을 틀어막는다고 끝없이 쏟아지는 명 씨의 녹취들을 막을 수도 없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정무수석을 지낸 최재성 전 의원도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미 끝났다. 축소 수사 가닥이 잡힌 것 같다"며 "정치자금법 위반만 건드리는 것 아니냐"고 했다. "수사 방향이 정치자금법 정도로만 축소가 된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최 전 정무수석은 "진짜 스모킹 건은 달리 있다. 선거법이라든가 정당법, 뇌물 이런 것들"이라며 "다른 걸로 확산되는 그런 수사를 할 수 있는 조짐들이 안 보인다"고 했다.
검찰의 구속영장에 빠진 것…명태균은 김영선 공천에 '어떻게' 관여했나
전날 검찰은 명 씨와 김 전 의원, 그리고 2022년 6.1 지방선거 경북지역 기초단체장·광역의원 출마자 각 1명 등 총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창원지법에 청구했다. 김 전 의원은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경남 창원성산 지역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동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명 씨에게 세비 중 절반에 해당하는 9000만 원을 줬고, 지방선거 출마자 2명은 명 씨 측에 2억4000만 원을 줬다.
명 씨 측은 자신이 공천에 도움을 주겠다는 말을 한 적 없고, 김 전 의원과 관련해서는 '유권자 누구나 공직후보자를 정당에 추천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검찰은 명 씨가 공천에 도움을 주겠다며 이들로부터 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 씨는 윤 대통령 및 그 영부인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공천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방선거 출마자 한 명으로부터 ''공천을 대가로 돈을 건넸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실제로 공천-당선된 김 전 의원과는 달리, 지방선거 출마자 2명은 모두 공천 과정에서 탈락했고 돈 일부를 돌려받았다고 한다.
다만 검찰이 청구한 영장에 따르더라도, 명 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느냐는 부분은 '빈칸'으로 남게 된다. 만약 명 씨가 그럴 능력이 없이 돈만을 받아 챙겼다면 이는 정치자금법이나 공직선거법 위반이라기보다는 이른바 공천사기, 즉 형법상 사기죄가 되겠지만 김 의원은 실제로 공천을 받았고 검찰이 명 씨에 대해 현재 적용하고 있는 혐의도 정치자금법 위반이다.
이와 관련, 12일자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명 씨는 윤 대통령 취임식 하루 전날인 2022년 5월 9일 윤 대통령(당시 당선인)에게 "김영선 의원 공천을 부탁한다", "우리 김영선 의원을 잘 부탁한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수 차례 보냈다. 이날은 윤 대통령이 명 씨와 통화하며 "김영선이를 좀 해주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한 그날이다.
또 전날 11일 문화방송(MBC) <뉴스데스크>는 명 씨가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에게 "윤석열 대통령 전화가 왔다", "김영선을 전략공천 주겠다고 말씀하셨다"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고 검찰은 이 메시지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논리적인 흐름으로 보면, 명 씨가 윤 대통령에게 '김영선 공천을 부탁한다'는 카카오특 메시지를 보내 윤 대통령과 명 씨가 통화를 하고, 명 씨가 그 결과를 다시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에게 전하며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하려 한 것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
명 씨는 이 메시지에 대해 검찰 조사에서 "과장해서 말했다"고, 메시지를 받은 당시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방송사 취재에 응해 "그 뒤로 휴대폰을 두 번 바꿔 남아있는 게 없다. 명 씨가 이것저것 많이 보냈지만 (나는) 토를 달지 않았고, 공천 관련 얘기한 적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고 MBC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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