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 차별교육 조장하는 과학고 설립 계획 즉각 중단해야"

경기지역 교육·시민사회단체들 "공교육 생태계 파괴하는 특권학교 부활 정책" 비판

"부모의 재력이 입시에 미치는 영향력을 확대시키고 있는 과학고등학교를 신설·확대하는 정책은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 평등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발상입니다."

경기지역 진보성향의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 경기도교육청에서 추진 중인 ‘과학고등학교 신설’ 정책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경기지역 진보성향의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 28일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학고등학교 추가 신설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프레시안(전승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와 경기교사노동조합 및 삶을 가꾸는 교육자치포럼 등 경기도내 교육·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특권교육저지경기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8일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들을 성적으로 가르고, 차별을 제도화해 공교육 생태계를 파괴하는 특권학교 부활 정책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공대위 등은 "헌법 제31조 1항은 모든 국민의 평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명시하고 있으며, 국가는 이를 보장할 책임이 있다"며 "그러나 과학고는 이미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교육의 목적을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으로 가는 지름길로 인식되고 있는 등 특권 계층의 교육을 통한 계층 대물림의 수단으로 전락한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또 "도교육청이 과학고 설립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과학인재 양성의 확대’는 그 목적을 상실했다"며 "일반학교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제대로 된 실습·실험조차 어려운 환경에서 과학고를 확대하는 것만으로 과학인재 양성이 충분할 수 없다. 특히 지금까지 과학고를 졸업한 학생들이 정작 기초과학을 연구하기보다 의대로 진학하는 등 과학고는 이미 목적과 다르게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과학고를 비롯해 영재학교와 외고 및 국제고, 전국·지역 단위 자사고, 일반고로 서열화돼 있는 고교 유형은 경쟁교육과 특권교육의 극단적 사례로, 이 같은 특권교육은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입시경쟁으로 내몰고 있다"며 "이는 결국 학생들에게 특권의식, 일반고와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심어주는 등 사회적 양극화가 교육의 양극화로 이어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경기지역 진보성향의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 28일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학고등학교 추가 신설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프레시안(전승표)

공대위 등은 "무엇보다 현재 도교육청이 추진하는 ‘경기형 과학고’는 지자체에 설립 및 운영 예산을 떠넘기고 있어 지자체의 부담이 증가할 우려가 크다"며 "결국 과학고 설립으로 지자체 예산이 편중돼 대다수 일반 학생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교육경비의 감소로 이어지면서 지금도 부족한 일반고에 대한 양질의 교육 제공을 더욱 어렵게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022년 치러진 6·1 지방선거에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과 경쟁했던 성기선 가톨릭대학교 교수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교육 환경에 매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이 정책을 주민들의 의견이나 공론화 과정 및 공청회 한 번 없이 진행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명박 정부 시절 추진된 ‘고교다양화300 정책’ 이후 발생한 교육의 불평등 및 계층의 양극화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사회적 요구에 역행하는 정책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경기지역 진보성향의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이 28일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과학고등학교 추가 신설 추진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프레시안(전승표)

공대위 등은 "임태희 교육감은 물론, 여야를 막론한 정치인과 지자체장 카르텔은 지역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 집값을 상승시키겠다는 얄팍한 생각으로 도민들을 호도하고 있다"며 "학생들은 이미 극단적인 경쟁에 내몰려 있다. 차별과 경쟁을 넘어 평등과 협력의 교육대전환을 이룰 책임이 있는 경기도교육청은 과학고 신설 ·확대 계획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이후 정진강 경기전교조 지부장은 도교육청 남부청사 정문 앞에서 과학고 신규지정 1단계 예비 지정을 위한 공모신청서 접수 마감일인 다음 달 8일까지 과학고 설립 반대를 위한 노숙농성을 펼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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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표

경기인천취재본부 전승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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