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를 해외로 표기한 외교부에 문제제기 했더니 장관 "질문 의도가 뭐냐"

국정감사 도중 갑자기 자리 뜬 외교부 장관…"대통령 또 '격노'해서 장관 불려갔나"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외교부의 독도 표기 오류에 대해 질문하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그러한 질문을 하는 의도가 뭐냐고 되물었다.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외교부 종합감사에 출석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올해 1월 외교부가 해외여행안전사이트에 독도를 해외 공관으로, 즉 한국의 영토가 아닌 것으로 표기한 데 대해 경위를 조사했냐는 이재명 의원의 질문에 "사실을 확인할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이 사안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냐는 이 의원 질문에 조 장관은 "독도가 재외공관이라는 것이 무슨 말인지?"라며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후 그는 "실수로 잘못했겠죠"라며 대수롭지 않은 일인 것이라는 뉘앙스를 보이기도 했다.

이 의원이 이런 실수는 그냥 넘어가는 거냐, 중요한 것이 아니냐고 따지자 조 장관은 "중요한 실수죠"라면서도 "아마 실무자가 자료를 만들다가 단순 실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의원이 "단순 실수로 독도에 재외 공관 표기를 하냐"고 지적했고 조 장관은 "말도 안되는 일인데 이걸 의도적으로, 일부러 했을 리가 있나, 제정신인 사람이"라고 대응했다. 그러자 이 의원은 "정부가 하는 일이 제정신이 아닌 일이 많다"고 쏘아 붙였다.

그러자 조 장관은 "이 질문을 쭉 하는 의도가 뭔지 모르겠다. 독도 문제에 대해 이 정부가 소홀히 하고 있다는 의도를 갖고 물어보는 거냐"고 말했고 이 의원은 "정부 기관들이 (독도와 관련해) 온갖 이상한 행동을 했는데 이거 다시 말해야 하나"라고 받아쳤다.

이 의원은 질문에 앞서 윤석열 정부 내에서 이뤄졌던 독도와 관련한 행태들을 열거했다. 그는 "국방부 군 정신교재에서 독도를 분쟁지역으로 표시, 전쟁기념관에 있는 독도 기념물 철거, 행정안전부 민방위 교육영상에서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 독도 방어훈련 규모 축소, 해수부 업무보고 발표 자료에서 독도 관련 보고나 정책 제외, 국가보훈부 독도 의용수비대 관련 2025년 행사 예산 전액 삭감"등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이 해외여행안전사이트 문제에 대해 공식적으로 보고 받았냐, 조사한 결과 문서가 있냐는 질문에 조 장관은 "문서로 보고 받은 기억은 없다"며 "기술적 오류였고 시정조치를 취했다고 방금 보고 받았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지난 10월 초 서울 코엑스에서 개최된 여행박람회 '트래블쇼 2024'에서 일본정부관광국이 제작한 지도에 독도가 '다케시마'로 표기되고 일본 영토로 분류한 데 대해 일본에 항의했냐고 물었으나, 조 장관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주한 일본대사관에 구두로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우리의 영토라고 이야기했다며 구체적 항의 방식을 설명했다.

조 장관은 "영토문제, 독도문제에 대한 우리의 단호한 입장은 변함 없고, 매뉴얼(규범)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 특별히 보고할 필요 없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르겠다"라며 본인이 이 사실을 보고받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게 독도 문제에 대한 이 정부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일본이 한국 땅에 와서 독도를 다케시마로 분류해서 (책자를) 배포했다는 것도 문제고 실무 부서가 항의했다는데 장관이 보고했다는 것도 모르고 있다. (독도 문제를) 경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 종합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오른쪽) 의원이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다. ⓒ국회방송 갈무리.

한편 조 장관은 사전 고지 없이 이날 오전 감사가 종료된 이후 한-폴란드 정상회담 수행 차 국정감사에서 이석했다. 이에 김홍균 제1차관이 조 장관 대신 피감기관의 장으로서 의원들의 질문을 받았다.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의 즉흥적인 외교 관행이 또 나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2022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조문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실행되지 않고 올해 2월 예정됐던 독일과 덴마크 순방이 출발 닷새를 앞두고 취소되는 등 정부 출범 이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외교 행태가 반복적으로 등장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은 "국정감사 기관증인 불출석 이석 현황 자료를 보면 (제1)차관은 폴란드 대통령 국빈방한 일정으로 불참하는 걸로 돼 있다"며 차관이 아닌 장관이 갑자기 정상회담에 참석하게 된 것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무슨 이유인지 대통령이 외교 장관을 불러서 급하게 간 거 같은데 시스템으로 일을 하지 않고 대통령 기분에 따라, 말에 따라 일을 하니까 나라가 이렇게 엉망진창이 되는 것 아닌가"라며 "어떻게 정상회담 참석자가 한 두 시간 앞두고 바뀔 수 있나?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차지호 의원은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이 (갑작스러운 만남을 일컫는 말인) 소위 '번개'도 아니고 갑자기 이렇게 참석자가 바뀌나"라며 "대한민국 외교 수준이 이거밖에 안되나? 안타깝다"고 평했다.

같은 당의 이재정 의원 역시 "대통령 또 격노한 것인가? 왜 갑자기 장관이 가게 됐는지 차관은 알고 있나?"라고 물었고 조 장관 대신 자리를 지키게 된 김홍균 차관은 "외교부의 전적인 불찰"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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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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