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러 파병 북한군 1만2000명"…미, 신중모드 "자체 평가 중"

미, 신중론 유지…우크라 정보당국 "23일 쿠르스크서 북한군 마주할 수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위해 러시아로 파병된 북한군 규모가 1만2000명에 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북한군 파병을 기정사실화하고 철수를 촉구하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자체 평가 중이라며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미 국무부는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무기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데 대해선 환영 입장을 취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영상 연설을 통해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에게 최전선 상황에 대해 몇 가지 보고를 받았다며 "북한에서 온 2개 부대 병력이 훈련을 받고 있다는 정보가 있다. 각 6000명씩 2개 여단 규모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18일 한국 국가정보원이 예상한 파병 규모인 1만2000명과 유사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 정권은 러시아 정권과 마찬가지로 인명을 경시하는 게 분명하다"고 비난했다.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군의 즉각적 철수"를 촉구한 가운데 미국 정부는 파병 여부 확인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22일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북한군 파병 관련 "조사 중"이라며 "오늘 미국의 공식적 평가나 확인을 제공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만 했다. 그는 "북한 군인들이 푸틴(러시아 대통령)의 전쟁에 합류한 것이 사실이라면 확실히 위험하고 매우 우려스러운 전개"라고 덧붙였다.

파텔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군 파병에 관한 한국 정부의 정보에 신뢰가 없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신뢰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미국엔 자체 절차가 마련돼 있고 특정 정책 영역 관련 어떤 것을 보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기 전 수행해야 하는 자체 평가가 있다"며 그러한 평가는 "한국이든 다른 어떤 국가(의 정보분석)이든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영국 스카이뉴스 방송을 보면 22일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도 영국 의회에서 북한이 러시아의 전쟁을 돕기 위해 병력을 보내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힐리 장관은 "우려되는 새로운 전개로, 수백 명의 전투 병력이 북한에서 러시아로 이동하기 시작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이날 데이비드 라미 영국 외교부 장관이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과의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병력 파병을 "보도된" 것이라고 표현한 데 비해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한국 대통령실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경계하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용 무기 지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데 대해 파텔 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국이 우크라이나 안보 지원과 관련한 자국 문제에 대해 스스로 말하도록 할 것"이라면서 "물론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영토 보전과 주권을 계속 수호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든 국가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이르면 23일 북한군과 러시아 쿠르스크 전선에서 마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2일 미국 군사전문매체 워존(TWZ)은 우크라이나 국방부 정보총국(GUR)의 키릴로 부다노우 국장이 매체에 "우리는 내일 쿠르스크 방향에서 (북한군) 첫 번째 부대를 기다리고 있다"며 현재로선 얼마나 많은 병력이 어떤 장비를 가지고 투입될지 모르지만 "며칠 뒤면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쿠르스크는 우크라이나가 지난 8월 기습 진격해 기습 초기 이미 1000㎢ 이상을 점령했다고 주장한 러시아 영토로, 이러한 공격은 격전지인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에서 러시아군을 분산하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됐다. 그러나 러시아군은 도네츠크 포크로우스크 인근에서 계속해서 공세를 강화 중이다.

북한은 러시아 파병 관련 "근거 없다"며 일축한 상황이다.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 관계자는 21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 회의에서 "이른바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과 관련해, 우리 대표부는 그러한 근거 없는 전형적 헛소문에 대해 언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21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 언론인들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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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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