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은 북한군 러시아 파병했다는데…미국 "정확한지 확인할 수 없어"

美 국무부 "파병 보도 사실 확인할 입장 아냐…신중하게 행동하려 노력"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을 둘러싸고 한미가 또 다시 온도차를 드러냈다. 미국은 여전히 북한군 파병을 우려하면서도 사실관계를 아직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21일(이하 현지시각)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로버트 우드 유엔주재 미국 부대사는 "북한이 군대를 파견했으며 러시아와 함께 싸우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추가 군인을 파견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를 봤다"며 "사실이라면 이는 위험하고 매우 우려스러운 국면이며 북러 군사 관계를 명백히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이러한 극적인 움직임의 의미에 대해 동맹국 및 파트너와 협의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실제로 인력 문제로 북한에 눈을 돌리고 있다면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의 절박함을 보여주는 신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 21일(현지시각)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참석한 로버트 우드 유엔주재 미국 부대사가 발언하고 있다. ⓒ미 유엔대표부

앞서 19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이탈리아 나폴리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국방장관 회의에 참석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보도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힌 이후 미국의 이러한 입장은 계속 유지되고 있다.

21일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수석부대변인 역시 정례 기자회견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에 대한 보도가 "정확한지 확인할 수 없으나 사실이라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쟁이 위험하고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으로 전개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8일 한국 국가정보원의 발표로 본격화된 북한군 파병 보도와 관련, 미국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데 대해 "우리는 이런 보도가 사실인지 확인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며 "신속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지만, 우리는 신중하게 행동하려 노력한다"고 답했다.

유엔 주재 영국 대사도 북한의 러시아 파병에 대해 사실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바바라 우드워드 유엔주재 영국대사는 북한이 러시아에 군대를 파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이 불법적인 전쟁에서 푸틴의 대포 역할을 할 러시아인을 모집하기 어려워질수록 북한에 더 의존하게 될 것"이며 "북한 지도부가 그 대가로 러시아에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파병 문제가 불거진 이후 최초로 입장을 밝혔다. 이날 유엔총회에 참석한 주유엔 북한 대표부는 "주권 국가 간 합법적이고 우호적인 협력 관계를 훼손하고 우리의 국가 이미지를 더럽히려는 근거 없는 뻔한 소문에 대해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며 "주권 국가 간 이르나 무기 이전은 (군축과 국제 안보 관련한) 토론 주제에 배치된다"고 말했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주재 러시아 대사는 서방 국가들이 "이란, 중국, 북한을 부기맨(벽장 속 괴물)으로 취급하며 겁을 주고 돌아다닌다고 주장하는 데 정신이 혼미해졌다"며 이러한 전략이 과거에 썼던 것보다 "훨씬 터무니 없는 이야기"라고 관련 사진을 부인했다.

하지만 한국은 북한군의 파병에 대해 확신하면서 조속한 중단을 요구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북한이 그간 국제 규범과 안보리 결의를 상습적으로 위반해왔지만, 군대 파견은 우리마저도 놀라게 했다"며 북러 간 군사협력 중단을 촉구했다.

니콜라 드 리비에르 프랑스 유엔 대사는 북한 군인의 러시아 배치가 확대될 수 있다면서 "러시아가 벌인 전쟁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것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고 <프랑스24> 방송이 전했다.

한편 정부가 북한군 파병을 기정사실로 보고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거나 참관단을 보내는 등 추가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는 가운데, 김수경 통일부 차관은 신중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1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한 김 차관은 우크라이나 지원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와 공조할 수는 있지만 우리가 독자적으로 판단할 문제까지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지원에 대해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며 "하나의 카드로 살려 놓을 수는 있지만 결정은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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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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