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벽'에 막힌 尹‧韓 '80분 회동'

尹 '김건희 리스크' 해법 거부…윤-한 정치적 결별로 가나

국정 전환의 마지막 기회로 주목됐던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의 21일 면담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김건희 리스크'에 관한 진단과 해법을 둘러싼 입장 차이를 조금도 좁히지 못한 분위기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20분 가량 진행된 면담 뒤, 한 대표는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건희 전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대외활동 중단, '김건희 의혹' 해소 노력을 건의하고 조속한 특별감찰관 임명을 윤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박정하 비서실장을 통해 전했다.

박 실장에 따르면, 한 대표는 악화되는 민심과 여론 상황을 전하며 과감한 쇄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은 대통령실도, 한 대표측도 공개하지 않았다.

언론을 통해 이미 여러 차례 제기한 한 대표의 '3대 요구사항'에 사실상 윤 대통령이 난색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건희 전 대표의 활동 자제와 제기된 의혹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수용하는 정도의 최소한의 조치도 윤 대통령이 공식화하지 않은 것이다.

이날 한 대표가 면담 결과를 직접 언론에 브리핑을 하는 방안도 거론됐으나, 면담이 끝나자 한 대표는 곧바로 귀가했다고 한다.

공개된 회동 사진도 냉랭한 분위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면담에서 밝힐 내용을 정리해온 듯한 빨간색 파일을 테이블에 올려둔 한 대표와 경직된 표정으로 응시하는 윤 대통령의 모습이 순조로운 만남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면담하고 있다. ⓒ대통령실

면담에서 외교안보 정책과 민생경제 정책, 조속한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에 대한 원론적인 당정 협력이 거론됐으나, 핵심 의제인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합의 도출에 실패함으로써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에 정치적 결별이 불가피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김건희 특검법' 처리 과정에서 국민의힘에 이탈표가 많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특검법에 대해 '반헌법적 발상'이라는 입장이 확고한 윤 대통령과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하는 한 대표의 간극이 더욱 벌어진 여파다.

면담 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국민 목소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는 대통령의 모습은 절망스럽다"고 했다. 조 대변인은 특히 한 대표를 향해 "이제 남은 판단은 윤 대통령과 공멸할 것인지 선택하는 것뿐"이라며 "한 대표가 잡아야 할 것은 대통령의 손이 아니라 국민의 목소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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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구

2001년에 입사한 첫 직장 프레시안에 뼈를 묻는 중입니다. 국회와 청와대를 전전하며 정치팀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잠시 편집국장도 했습니다. 2015년 협동조합팀에서 일했고 현재 국제한반도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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