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부동산원이 올해 1월 도입한 개별부동산 산정시스템(KOREPS)가 운영 초기 심각한 오류로 지자체의 개별공시지가와 개별주택가격 산정에 차질이 빚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15일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익산갑)이 지자체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받은 제보에 따르면 매년 1월 1일 기준 공시가격 산정 기간이 끝날 때까지도 해당 시스템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자유토론방에는 지난 2월 중에 "검증이 3월 12일로 끝나는 데도 아직도 시스템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라며 "제대로 공시지가를 산정했다고 할 수 없는데 담당자들은 불안을 가지며 업무하고 있다" 등의 내용을 담은 게시물이 올라온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지자체 담당 공무원은 두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첫 번째는 시스템 오류로 시스템 활용 중에 오류가 생기자 담당 공무원들은 시스템 내부 게시판 등을 통해 문의 및 항의성 글을 남겼다. 지난해 310건(부동산종합공부시스템 KRAS)에 불과했던 관련 글이 올해는 2952건(KOREPS)으로 폭증했다.
게시물들에는 "이런 식으로 일도 제대로 못 하게 할 거면 결정공시 연기해 달라"거나 "어떻게 시스템을 만들면 이런 시스템을 만들 수 있냐" 등 시스템을 활용해 당장 가격을 산정해야 하는 담당 공무원들의 답답함이 표출되고 있었다.
두 번째 문제는 소통의 부재로 내부 게시판에 문의해도 답변이 안 달리고 전화도 안 받는 등 시스템 오류에 관해 소통이 전혀 안 됐다고 한다. 제보자가 보내온 캡처 화면을 보면, 1월에 문의한 글에 아직도 답변이 달리지 않았거나 7월이 돼서야 답변이 달린 것을 볼 수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제출한 KOREPS 내부 게시판 목록을 보면 답변이 완료된 2492건의 평균 답변 소요기간이 약 100일이나 됐다.
새 시스템을 도입해 지자체 업무효율과 역량을 개선하겠다더니 오히려 업무를 못 하게 방해한 꼴이 된 것이다.
이춘석 의원은 "재산세, 종부세 등 조세부터 복지에 이르기까지 총 67개 제도에서 공시가격을 활용하고 있다"며 "공시가격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깨지면 우리나라를 지탱하고 있는 여러 제도가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개별부동산 공시가격 관련 이의신청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월과 7월 개별공시지가 공시 당시 총 1만5648건의 이의신청이 있었는데 올해는 이미 1월 공시에서만 1만 827건의 이의신청이 들어온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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