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익산시대를 열어갈 전북특별자치도 익산시 신청사의 컨셉은 '검이불루((儉而不陋)', 즉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은 청사이다.
정헌율 익산시장은 신청사를 두고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를 언급했다.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다'는 뜻이다. 백제의 아름다움을 상징할 때 쓰는 고사성어를 신청사로 표현한 셈이다.
백제의 왕도(王都) 익산과 궤를 같이 하는 절묘한 표현이다. 아울러 찬란한 과거와 새로운 미래를 모두 품은 신청사는 전면부에 미륵사지 석탑을 연출해 시민들의 자긍심을 고취한다는 방침이다.
익산시는 신청사를 '한(韓) 문화 발상지 익산'의 역사적 정통성을 재정립하는 계기로 삼을 전망이다.
'단군-기자-마한-통일신라-고려-조선'으로 이어지는 우리나라 역사의 중심에 익산이 있는 만큼 고조선 준왕의 남천지이자 마한의 발상지라는 역사적 정체성을 기반으로 시민 자긍심을 고취하고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겠다는 복안이다.
건물의 전체적 디자인은 공모를 통해 지역의 대표 역사문화 유산인 미륵사지 석탑을 형상화한 모형으로 최종 설계됐다.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무채색 건물 전면부 중앙에 웅장한 미륵사지 석탑의 형태가 포인트를 주며 지역 특색과 멋을 입힌 건물이 됐다.
밝은 회색이 주를 이루는 건물 외벽으로 주황색 야간 조명을 설치해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미륵사지 석탑 부분은 돌이 층층이 쌓이는 세세한 느낌을 조명으로 살려냈다.
익산시의 신청사는 54년 만에 건립된 새 출발의 상징이다.
그동안 익산시가 본관으로 사용해온 남중동 옛 시청사는 1970년 '이리시청'으로 지어졌다. 1995년 이리시와 익산군이 통합을 이루며 '익산시청' 간판을 달았고 지금까지 반세기가 넘는 역사 동안 제 역할을 묵묵히 해냈다.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청사는 대형 지진 같은 재난 발생 시 안전 문제 발생의 우려를 낳았다. 급기야 20년 전인 2003년 청사가 정밀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았다.
D등급은 건물 주요부재에 결함이 발생해 긴급한 보수·보강이 필요하며 사용 제한 여부까지 결정해야 하는 상태를 뜻한다. 시민에게 가장 안전해야 할 공간의 안전 실태는 그야말로 충격을 안겼다.
그 뒤 익산시는 건물의 크고 작은 균열과 하자를 고쳐 안전 등급을 C등급으로 올렸고 이를 유지하며 지금까지 사용해왔다. 시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상황에서 기존 청사 부지에 신청사를 건립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정헌율 익산시장의 결단과 여러 난제를 극복하고 2021년 첫 삽을 뜬 신청사 공사가 3년 만에 마무리됐다. 비로소 흩어졌던 부서들이 다시 모여 차례로 입주를 마치고 새집에서 본격 운영에 돌입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신청사는 백제 역사, 문화, 여가 기능이 어우러진 열린 청사로 건립된다. 연면적 4만 234㎡에 지하 2층, 지상 10층 규모로 야외에는 어울림마당, 솔숲공원, 시민정원, 사계 정원, 가족마당 등 도심 속 푸른 쉼터가 조성된다.
시청을 이용하는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차장 규모도 확대했다. 신청사 부지 내에 지상 52면, 지하 431면 등 총 483면의 주차공간이 조성됐고, 신청사 인근에 265면 규모의 주차타워를 추가로 건립했다.
익산시는 기획 단계부터 안전성과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합리적인 건물 구조계획을 세우는 데 집중했다.
구조적 안전성을 위해 건물골조에 횡력 저항 시스템을 적용했고, 내진과 내풍에 대한 안전성을 검토해 적합한 하중을 산정했다.
화재를 초기에 효과적으로 진압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됐고 대피 시 안전한 피난을 위해 고휘도 LED 유도등과 완강기, 비상 방송 연동시스템, 시각 경보기 등이 적재적소에 설치됐다.
환경오염을 방지하고 공사비를 절감하기 위해 재생순환 골재를 사용했고 내구성과 내마모성, 방수성능이 우수한 무기질계 콘크리트로 바닥을 마감했다. 벽면에는 방수와 차음, 방화, 방균이 우수한 친환경 석고보드가 사용됐다.
익산시는 신청사 건립의 1단계가 대미를 장식한 만큼 기존 건물을 철거하는 2단계에 착수할 예정이다. 철거된 공간은 푸른 숲을 이루는 시민 공원과 다목적 공간 등 광장으로 탈바꿈한다. 광장에 위치한 다양한 부대시설은 시민들이 한데 모여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될 전망이다.
'검이불루' 신청사는 이제 시민들과 함께 부대끼고 호흡마저 같이 할 광장 조성을 향해 새로운 출발의 스타트 라인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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