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간 쿠팡, '노동자 사망'에 "죄송하다"면서 '원인 제거'에는 미적지근

환노위 국정감사…의원들 "고정적 야간노동, 다회전 배송 등 '쿠팡식 노동' 바꿔야"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대표가 과로사 산재 인정을 받은 고 정슬기 쿠팡 택배기사와 유족 등에게 사과했다. 다만 쿠팡 측은 고정적 야간노동, 다회전 배송 등 과로사망의 구조적 원인을 제거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지적에는 미적지근한 태도를 보였다.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대표는 "이 자리를 빌려 쿠팡과 관련된 업무를 하시다 돌아가신 고인과 유가족분께 진심으로 애도의 말씀과 함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해철 의원이 "오늘 고 정슬기 쿠팡 남양주 캠프 택배노동자의 과로사가 산재로 인정됐다"며 "고인에게 사과할 용의가 있나"라고 물은 데 대한 답이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현장 노동자들에 의해 과로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요소들을 바꿔야 한다'는 의원들의 질의가 쏟아졌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일관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의 평균 재해율이 5.9%"라며"건설업 재해율이 1.45%고, 산업 전체 재해율이 0.66%인데 굉장히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쿠팡의 심각한 재해율은 고정적이고 연속적인 야간노동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 산업에서 이런 식으로 근무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홍 대표는 "그 부분은 제가 정확한…(사실을 알지 못 한다)"며 "타 업체에서도 야간배송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이 의원은 "고정적으로 야간근무만 장시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야간근무를 하더라도 보통 교대근무를 한다"며 "쿠팡도 '격주 주5일 야간근무'를 하겠다고 했다. 야간노동의 위험을 쿠팡도 인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의원은 또 '쿠팡 택배 노동자 사이에서 과로를 유발하는 다회전 배송을 폐지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는 내용의 언론보도를 인용한 뒤 "현장의 입장이 반영될 수 있나"라고 물었다. 홍 대표는 "다회전 배송 시스템 자체는 조금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답했다.

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쿠팡 택배기사들이 하루 3시간 정도 롤테이너(바퀴가 부착된 물품 적재용 판)에 담긴 물품을 분류하는 작업에 노동시간을 뺏기면서 그에 대한 임금도 못 받고 있다고 한다"며 "동의 안 하시나"라고 물었다.

홍 대표는 "그 부분은 좀 동의하기 어렵다"며 "사회적 합의에 참여한 택배사의 택배기사들도 분류된 상품을 본인 차량에 싣는 시간이 있다. 그 시간과 롤테이너에서 기사들이 자신의 물건을 싣는 시간이 거의 동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여야 양편에서 '쿠팡의 야간노동 대응을 위한 사회적 합의체 구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지만, 이에 대해서도 쿠팡 측은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이용우 의원은 "고정적이고 연속적인 심야노동에 대한 공적 규제 방안을 도출했으면 좋겠다"며 노사정 형태의 "사회적 논의 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쿠팡에 참여 의사를 물었다. 국민의힘 김형동 의원도 쿠팡의 산재 대응과 관련해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면 참여하시라"고 말했다.

홍 대표는 "확답을 드리기 어렵다"며 "참여 주체와 논의 대상에 따라 참여를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2024년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용준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대표가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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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내 집은 아니어도 되니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집, 잘릴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충분한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과 여가를 보장하는 직장,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에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나, 모든 사람이 이 정도쯤이야 쉽게 이루고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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