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살아도, 자녀 있어도 부부 아니다? 11쌍, 동성혼 법제화 소송 나섰다

11일 '커밍아웃의 날' 맞아 혼인신고 불수리 불복 신청

대법원이 동성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한 가운데, 동성결혼 법제화를 위해 동성부부 11쌍이 소송에 나선다.

시민단체 모두의결혼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및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혼인평등소송의 대리인단인 백소운 변호사는 "혼인의 본질이 두 사람의 합의에 따른 상호 책임과 의무를 다함에 있음을 고려하면, 동성혼을 불인정하는 것은 이성혼과 동성혼이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성부부를 배제함으로써 평등권을 침해하는 상황"이라고 소송의 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자리에는 지난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해 동성부부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을 이끌어낸 김용민·소성욱 부부, 정자기증을 통해 지난해 딸을 출산한 정자기증을 통해 지난해 딸을 출산한 김세연·김규진 부부 등 장기간 동거한 사실혼 관계에도 불구하고 구청에 의해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을 받은 부부 11쌍이 모였다.

김세연 씨는 "배우자 규진의 출산일에 제출한 배우자 출산휴가가 법적 부부가 아니라는 이유로 법원행정처에 의해 단칼에 거절당했다"며 "동성부부를 법적인 부부로 인정하지 않는 한국에서 저와 배우자는 여러 현실적인 걱정과 두려움을 갖고 있다. 우리 아이가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할 때에는 이런 걱정과 두려움 없이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처럼 뛰어놀 수 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2003년부터 20년 넘게 배우자와 동거를 하고 있는 50대 천정남 씨도 "제 배우자는 4년 뒤, 저는 6년 뒤 환갑이 된다. 환갑잔치 때에는 우리가 법적으로 인정받는 부부가 돼서 신나는 잔치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10년 전 동성 배우자와 혼인신고서를 구청에 제출했으나 불수리 처분을 받아 법원에 불복신청을 냈던 김조광수·김승환 부부도 자리에 참석해 소송을 지지했다. 김조광수 영화감독은 "2019년 대만은 아시아에서 최초로 동성결혼을 법제화했고 태국에서도 성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법적 보호를 확대했다. 한국도 더 이상 이런 흐름을 외면할 수 없다"며 "혼인 평등은 모든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과 법적으로 인정받는 관계를 맺을 권리를 보장받는 기본권이다. 비록 그 길이 험난할지라도 우리는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소송인단은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드러내는 이들을 축하하는 '커밍아웃의 날'인 11일 서울가정법원 및 4개 재경지법, 인천가정법원 부천지원에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에 대해 불복신청을 낸다. 또한 각 법원에 이성 부부의 혼인만 허용하는 현행 민법의 위헌성을 심사해달라는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할 예정이다.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성부부 혼인평등소송 시작 기자회견에서 황윤하 씨의 어머니 한은정 씨가 편지 낭독을 마친 뒤 황윤하-박이영글 동성부부를 안아주고 있다. 이날 동성부부 11쌍은 한국의 동성혼 법제화 실현을 위해 동성부부의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않는 행정처분에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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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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