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여 남원시 민·관·군은 420년 전 왜군에 맞서 분연히 일어났다"

[제2중앙경찰학교 최적지 남원] ⑧ '호국의 땅' 역사적 접근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는 '호국'의 땅이다. 향교동에는 조선 선조 30년 정유재란 때 남원성을 끝까지 지키다가 순절한 민·관·군을 합장유적한 '남원 만인의총(南原 萬人義塚)'이 있다.

100명도 1000명도 아닌 1만명의 합장유적이라니…. 선조 30년인 1597년 8월에 고니시 유키나카 휘하 왜군 10만이 남원성을 에워싸고 공격해 점령하였다. 이에 맞서 싸운 관군 4000명과 주민 1만명이 장렬히 전사해 후일 한 곳에 묻히게 되었다.

남원성 전투에서 순절한 민·관·군 1만여 의사들의 호국의 얼이 서려있는 성스러운 곳, 이것이 만인의총 유래이다.

▲만인의총은 정유재란(1597년)때 남원성 전투에서 순절한 민·관·군 1만여 의사들의 호국의 얼이 서려있는 성스러운 곳이다. ⓒ남원시

1981년 4월 1일 대한민국의 사적 제272호 만인의총으로 지정되었으며 30년 후인 2011년 7월 '남원 만인의총'으로 문화재 명칭이 변경되었다.

420여 년 전 1만여 민·관·군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났던 남원시의 향교동에서 운봉읍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이번에 '황산대첩비지(荒山大捷碑址)'를 만날 수 있다.

고려 후기에는 왜구가 국경과 변방을 침범해 노략질을 일삼았다. 왜구가 지리산 방면을 집중적으로 공격해 들어오자 조정에서는 삼도통사 이성계를 보내어 왜구를 토벌케 하였다.

이성계는 의제(義弟) 이두란과 함께 1380년(우왕 6년) 운봉읍 화수리의 황산 일대에서도 노략질을 일삼는 왜구들을 완전히 소탕하여 섬멸했다. 바로 '황산대첩'이었다.

▲이성계는 의제(義弟) 이두란과 함께 1380년(우왕 6년) 운봉읍 화수리의 황산 일대에서도 노략질을 일삼는 왜구들을 완전히 소탕하여 섬멸했다. 바로 '황산대첩'이었다. ⓒ남원시

국난의 위기 때마다 나라를 지킨 호국의 땅에 제2중앙경찰학교를 설립해 국민의 경찰이 호연지기를 키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

연간 5000명 이상이 호국의 땅에서 교육을 받을 경우 국가적 중대사인 균형발전은 물론이고 책임을 다하고 국민의 든든한 경찰로 우뚝 서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찰청의 제2중앙경찰학교 후보지 공모를 앞두고 전국 10개 시·도에서 48개 기초단체가 주창하며 신청서를 제출한 제1 목적은 수도권 중심의 일극체제에서 벗어나 국토의 균형발전을 통해 전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다.

그래서 신청 대상부터 '수도권 제외'를 내걸었고 비수도권 지자체의 경쟁으로 제한했다. 하지만 3대 후보지로 충남 아산시와 충남 예산군, 전북 남원시 등 3곳이 압축됨에 따라 사실상 '준(準)수도권과 낙후지역'의 싸움으로 전이됐다.

호국의 땅 남원은 서남대 폐교 이후 급속도로 침체일로를 걸어왔다. 지역의 경제와 사회·문화 등 각 분야를 견인해온 대학이 문을 닫았으니 그 일대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충격에 휩싸여 짐을 쌀 수밖에 없었다.

남원시 주민들이 "충청권은 경찰기관의 집적화를 주장하지만 우리는 주민 생존권을 외칠 정도로 지역위기가 심각하고 절박하게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를 염원하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이다.

운봉읍 출신의 40대 후반인 K씨는 "경찰청이 제2중앙경찰학교 신청대상에 '수도권'을 제외한 이유를 잘 살펴봐야 한다"며 "이는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을 막는 등 안전하고 평온한 국가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경찰의 지향점도 포함돼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K씨는 "이런 점에서 볼 때 수도권과의 접근성을 강조하기보다 낙후지역에 기회를 더 줘서 불균형을 해소하는 지렛대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2중앙경찰학교 설립과 관련한 평가항목은 △기본여건 △접근성과 교통여건 △자연과 환경영향 △부지개발 가능성과 연계성 △경제성 등이다.

남원시 후보지는 100% 국유지인 까닭에 별도의 매입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수백억 원에 달할 부지매입 예산 또한 절감할 수 있다. 더욱이 부지를 관리하는 중앙부처도 개발하는 것에 긍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른 수건도 쥐어 짜야 하는 긴축재정 기조는 정부의 2025년도 주요 신규사업마저 대거 칼질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청 입장에서 보면 남원시 후보지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한 마디로 평가항목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경제성도 뛰어나다는 주장이다. 호국의 땅에서 예산을 절감하면서 균형발전을 추구하고 경찰의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다는 이보다 더 좋은 곳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최경식 남원시장은 "남원 후보지는 모든 시설을 설치할 수 있고 확장까지 가능한 부지규모인 데다 개발이 완료되어 막대한 추가 개발비용이 수반되지 않는다"며 "시의원 전원이 170억원 규모의 기반시설 지원 승인까지 해 주는 등 경제성 측면에서 결코 다른 후보지에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경식 남원시장은 지역민들에게 보내는 유치 기원 서한문을 통해 "이제는 수도권 집중발전이 아닌 모든 국민이 어느 지역에서나 삶의 권리를 공정하게 누려야 한다"며 "이런 면에서 남원시의 제2중앙경찰학교 유치는 한 도시의 절실한 생존 문제를 넘어서 영호남의 진정한 균형발전을 이루고 지역소멸 위기극복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남원 1경인 광한루의 모습 ⓒ남원시

남원은 MZ세대에게 인기르를 끄는 광한루원이 있다. 시인묵객들은 궁궐에는 경회루가 있고 지방에는 광한루와 진주의 촉석루 등 국내 4대 누각이 있다고 한다.

이 중에서도 으뜸은 광한루라 했다. 1419년에 지어 1597년 정유재란 때 불탔으나 1626년에 복원한 건물로 복원 역사 면에서도 단연 으뜸이다.

광한루는 조선 후기의 소설 '춘향전'의 무대이다. 이몽룡과 성춘향이 처음 만난 곳이 광한루이다.

과거에 급제한 후 암행어사가 되어 변학도를 응징하여 봉고파직을 하는 등 정의를 실현한 소설의 내용도 법 집행에 있어 누구에게나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 '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경찰의 이념과 일맥상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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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전북취재본부 박기홍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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