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텔레그램방 130배…딥페이크 처벌법 비웃는 '제N의 소라넷'

월 이용자 52만 명, 동시 접속자만 4400명…IP삭제·가상화폐로 수사망 피하는데 경찰 수사기법 발달은 '미진'

불법 촬영 영상을 공유하고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연구하는' 불법 음란물 사이트의 월 이용자 수가 52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성착취 범죄의 온상으로 지적되고 있는 텔레그램 성착취방 이용자 수의 130배로, 국내 최대 불법 음란물 사이트였던 성착취 사이트 '소라넷'에 비견될 만한 규모다. 지난 2016년 소라넷 폐쇄 후 새로운 기술로 무장한 '제N의 소라넷'이 계속 생성되고 있는 만큼 디지털 성범죄 대응을 위한 수사기관의 수사 기법 강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불법 사이트 '놀X'의 '직찍' 채널에서는 배우자나 애인, 지인 등 여성을 불법 촬영하고 '인증샷'을 찍는 성착취 영상이 하루에도 수십 개씩 올라온다. 또한 배우자와의 성행위를 시킬 외부 남성을 구하는 '초대남'을 구하는 글이 올라온다. 과거 '소라넷'에서 벌어진 성착취가 그대로 재현되는 셈이다.

이용자들은 직찍 채널에 피해자의 사진과 영상 등을 올리고 성적인 모욕을 가하며, 피해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서 유명한 사람인 경우 신상을 유추할 만한 단서를 유포해 피해자의 SNS를 찾아가게 만들기도 한다.

이런 식으로 게시물을 올리거나 유료 결제 등 사이트 활성화에 기여하면 포인트와 경험치를 얻고 더 다양한 성착취물을 소비할 수 있다. 이용자들은 성착취물을 소비하기 위해 계속해서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하며 그 과정에서 서로 유대감을 공고히 다진다.

▲놀X가 운영하는 채널 중에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을 모의하는 'AI&딥페이크 연구실'이 있다. 현재는 'AI Art 연구소'로 이름을 바꾸고 가입자 제한을 강화했다. ⓒ놀X 캡처

놀X는 '일반인 AI(딥페이크) 합성 및 지인 능욕 금지'를 공지하면서도 'AI&딥페이크 연구실'을 차리고 딥페이크 성착취물 제작을 모의해왔다. 지난 26일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소지·시청하는 것만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딥페이크 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된 후 이 사이트 운영진들은 'AI Art 연구소'로 이름을 바꾸고 가입자 제한을 올려 보안을 강화했을 뿐 운영을 계속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현존하는 성착취 커뮤니티 중 가장 많은 수의 이용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놀X가 외부광고를 독려하기 위해 직접 공개한 구글 애널리틱스 데이터 영상을 보면, 올해 4~5월 놀X에 접속한 월 이용자 수는 52만여 명, 월 조회수는 4600여 만 회에 달한다. 불법 성착취물 공유가 목적인 이 사이트는 지난달 30일 기준 동시 접속자 4400명, 일일 접속자 수 6~7만 명을 기록하고 있다.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공유하며 사망한 성착취 피해자를 조롱했던 텔레그램 채팅방 '곳간'의 참가자 수가 4000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이 사이트의 이용자 규모는 그보다 130배에 달하는 것이다.

▲불법사이트 놀X의 2024년 4~5월 이용자 수(위)와 9월 30일 동시접속자 수(아래). ⓒ놀X 갈무리

운영진은 처벌을 피하고 이용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금전거래로 추적당하지 않도록 가상화폐를 이용하며, 실상은 성착취물 대다수를 방치하면서도 공지사항에는 딥페이크·지인능욕, 아동성착취물 등을 금지한다고 적어 문제의 책임을 이용자에게 돌렸다. 그러면서도 이용자의 아이피 주소를 자동으로 삭제해 모든 회원을 보호하고 회원정보를 넘기지 않을 것을 "굳게 맹세"한다.

이처럼 가해자들이 기술 발달을 활용해 처벌을 피하는 동안 수사 당국은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놀X는 만 18세 이상이라는 답변만 하면 별다른 제한 없이 접속할 수 있다. 네이버 등 검색엔진들도 사이트 접속을 돕는 텔레그램 채널이 최상단에 나오며 청소년에게 검색 제한을 적용하지도 않았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가해자들의 기술이 나날로 발전해 가는데 경찰은 추적이 어렵단 이유로 장기간 수사를 미온적으로 해왔을뿐더러 수사 기법을 발달시키려는 노력 자체가 부족하다"며 "텔레그램에 협조요청을 하는 것만으로는 계속되는 디지털 성범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디지털 성범죄를 줄이려면 수사 인력 강화, 기술 고도화 등을 통해 가해자들에게 '우리는 가해자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꿰뚫어 보고 있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며 "경찰이 디지털 성범죄 관련 기관들과 협조해 가해자들의 기술을 따라잡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사이트 놀X가 올린 공지사항. ⓒ놀X 갈무리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 3,000원
  • 5,000원
  • 10,000원
  • 30,000원
  • 50,000원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 : 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