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등 6개 '거부권 법안' 재표결 부결…자동 폐기

국회, 민생법안 70여 건도 처리…'딥페이크 처벌법' 통과, 성착취물 소지만 해도 징역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노란봉투법'과 '방송 4법', '민생회복지원금법' 등 6개 법안이 재표결 끝에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야당 주도로 쟁점법안이 입법이 된 뒤 대통령의 거부권이 행사되고, 국회로 돌아와 재표결 끝에 폐기가 되는 수순이 다시 되풀이된 것이다.

국회는 26일 본회의를 열고 앞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6개 법안에 대한 재표결을 진행했으나 모두 부결됐다.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법안이 국회에서 재의결되려면 본회의에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해,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이미 폐기됐던 노란봉투법은 찬성 183표, 반대 113표, 무효 2표, 기권 1표로 부결되며 또다시 폐기 수순을 밟았다.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린다. 노조법 2조 개정안은 간접고용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까지 노조법 보호 대상에 포함하자는 내용, 노조법 3조 개정안은 기업의 노조 대상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내용이다.

'2인 방통위'를 막는 방통위법 개정안은 찬성 189표, 반대 108표, 무효 2표로 부결됐다. 방송법 개정안은 찬성 189표, 반대 107표, 무효 3표,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은 찬성 188표, 반대 109표, 무효 1표, 기권 1표, 교육방송법 개정안은 찬성 188표, 반대 108표, 무효 3표로 각각 부결됐다. 이들 법안은 각각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교육 방송(EBS)의 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 추천 권한을 국회에서 미디어 관련 학회, 시청자위원회 등으로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민생회복지원금법'도 표결에 부쳐졌지만 찬성 184표, 반대 111표, 무효 4표로 부결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대표 발의한 해당 법안은 국민 1인당 25만~35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반대 111표는 국민의힘 의석 108석에 개혁신당 3석 등 보수진영 의석 수를 모두 더한 숫자와 같다.

대통령실은 국회 재의결 부결에 대해 "사필귀정"이라며 "민주당은 당리당략을 위한 '쳇바퀴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법안 처리에 집중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들 법안은 여야의 충분한 협의와 사회적 공감대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법안"이라며 "야당은 반복되는 위헌·위법적인 법안 강행 처리를 이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방송4법',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등 재표결 안건이 부결되자 야5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나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뉴스

거부권 법안 6건이 모두 부결되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본회의 진행 도중 국회 로텐더홀에서 긴급 규탄대회를 열고 "국민의힘이 국민의 삶을 책임져야 할 집권여당이 맞는지, 최소한의 책임감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도대체 언제까지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놀아나는 꼭두각시 용산의 거수기 노릇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채해병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은 윤 대통령이 아직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며 본회의에 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소시효가 내달 10일인 만큼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정감사 시작일인 10월 7일 전 본회의를 열고 재의결 할 전망이다.

한편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딥페이크(인공지능을 이용한 이미지·음성 합성) 처벌법', '모성보호 3법' 등 민생 법안 70여 건을 합의 처리했다.

'딥페이크 처벌법'은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소지만해도 징역형에 처할 수 있게 했다. 영상물의 소지·구입·저장·시청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유포 목적이 입증되지 않더라도 제작자를 처벌할 수 있게 했다.

다만 딥페이크 성착취물의 신속한 삭제를 위해 수사기관이 선제적으로 디지털 성범죄물을 채증·차단·삭제토록 하는 이른바 '응급조치' 법 제정은 불발됐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업무 부담이 늘어난다는 경찰과 방심위 등 유관부처의 반대 입장을 수용한 결과다.

모성보호 3법은 배우자 출산휴가를 현행 10일에서 20일로 확대하고 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대상 자녀의 연령을 현행 8세에서 12세로 확대하도록 했다. 또한 육아휴직 기간도 현행 2년에서 부모별 1년 6개월, 부부 총 3년으로 확대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사용기간 분할 횟수도 현행 2회에서 3회로 확대할 수 있게 규정했다.

한편 여당이 추천한 한석훈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고, 반면 야당이 추천한 이숙진 인권위원 선출안은 통과되면서 여당 의원들이 강력 항의하며 본회의장에서 소란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사전 합의를 뒤집었다며 "사기 범죄", "사기당했다"(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라고 언성을 높이며 반발했다. 민주당은 위원 선출에 대해 찬반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의원 개인의 자율 의사에 맡겨 투표하도록 했다는 입장이다.

본회의장에서 서로를 향해 "사기꾼"이라고 언성을 높여 비난하는 소란 끝에 본회의는 15분간 정회됐다 재개됐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한 후보자 선출안 부결에 대해 "역대 어느 국회에서도 없었던,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앞으로 여야 간 대화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26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딥페이크 성폭력 방지법'(성폭력범죄처벌특례법)이 통과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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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프레시안 박정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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