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남았으나 알수없는 미 대선, 이번엔 경합주에서 트럼프 우세

애리조나주 등 '선벨트' 경합주에서 해리스에 근소한 우위…경제·이민 문제 등 영향 미친듯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뒤쳐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요 경합주인 이른바 '선벨트'에 포함된 세 지역에서는 근소하게 앞서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22일(이하 현지시각)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와 시에나 대학이 지난 17~21일 애리조나주, 조지아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이하 직함 생략)에 비해 2~5% 앞섰다.

우선 등록유권자 713명을 대상으로 애리조나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4.4%) 결과 트럼프는 50%의 지지를 받아 45% 지지를 받은 해리스를 5% 포인트 차로 앞섰다.

이곳은 지난 2020년 대통령 선거 당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1만 400표 차로 어렵게 승리한 지역이다. 신문은 이번 조사에서 라틴계 유권자들의 10% 정도가 '해리스 지지'에서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았다'로 옮겨간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전했다.

등록유권자 6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지아주의 여론조사(오차범위 ±4.6%) 결과 트럼프가 49%의 지지를 받아 45% 지지를 받은 해리스에 여전히 우세를 보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지역 역시 2020년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가 1만 1800표 앞섰던 곳이다.

등록유권자 68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여론조사(오차범위 ±4.2%)의 경우 트럼프가 49% 지지를 받아 47% 지지를 받은 해리스를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섰다. 이곳은 2020년 선거에서 트럼프가 7만 5000표 차로 바이든에 승리를 거뒀던 지역이다.

신문은 이러한 조사 결과에 대해 "유권자들은 트럼프가 재임 시절 자신들의 삶을 개선했다고 말하고 있다"며 "해리스가 이 지역에서 경쟁이 되지 않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리스의 정책이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37%, 힘들게 한다는 응답은 42%로 나타난 반면 트럼프의 정책이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45%, 힘들게 한다는 응답은 34%로 집계됐다. 신문은 이민과 관련한 주민들의 반감이 드러나는 여러 건의 인터뷰를 함께 소개했는데, 이들 지역에서 이민과 관련한 트럼프의 강경한 정책이 주민들의 호응을 받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는 이민 문제가 경제 다음으로 이번 대선에서 중요한 이슈로 꼽혔다. 오는 11월 대선에서 이민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응답은 16%로 집계됐고, 이 사안에 어느 후보가 대처를 더 잘할 것 같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4%가 트럼프를, 43%가 해리스를 꼽았다.

임신 중단 문제도 16%로 이민 만큼 주요한 이슈로 거론됐다. 이 문제를 더 잘 다룰 것 같은 후보가 누구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3%가 해리스를, 41%가 트럼프를 선택했다.

신문은 "트럼프는 임신 중단 문제와 관련해 입장을 약간 바꿨다. (10일) 해리스와 TV 토론에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전국적인 임신 중단 금지에 서명할지 여부에 대한 언급을 거부했다"며 "이는 트럼프가 서명할 것이라고 말한 러닝메이트인 JD 밴스 상원의원의 발언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세 지역이 상대적으로 트럼프에 우세한 곳임에도 사회적 이슈에 대한 유권자 성향은 상당히 진보적이었다. 3분의 2 이상의 유권자들은 임신 중단이 언제나 또는 대부분 합법이 돼야 한다고 답했고 56%의 유권자들은 트랜스젠더를 인정해야 하며 62%의 유권자들은 동성 결혼을 보장한 2015년 연방대법원 결정에 찬성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와 동시에 다수의 유권자들이 트럼프의 "미국 우선"에 동의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50%가 넘는 유권자들은 미국이 외국과 무역에서 손해를 보고 있고 일자리를 잃고 있다고 생각하며, 응답자의 대다수는 미국이 해외 문제에 덜 개입하고 국내 문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 31%의 유권자들이 인플레이션 또는 경제를 투표에 있어 가장 주요한 이슈로 꼽았는데 응답자의 55%는 트럼프가 이를 더 잘 관리할 것이라고 답했다. 해리스가 더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42%로 나타났다.

▲ 23일(현지시각) 펜실베이니아주에 위치한 인디애나 대학교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유세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애리조나주와 조지아주, 노스캐롤라이나주는 대선에서 주요 경합주로 분류되는데, 일조량이 풍부한 지역이라 이른바 '선벨트'로 불린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주의 승리가 필수적이다. 반면 해리스의 경우 이 세 지역에서 모두 패배해도, 쉽지는 않겠지만 최종 승리가 가능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지역의 승리는 트럼프가 훨씬 절실한 상황인데,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않은 유권자의 약 3분의 1은 트럼프의 성격과 행동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9%는 트럼프의 정직함과 윤리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7%는 트럼프가 민주주의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해리스에 대한 우려는 트럼프에 비해 높지 않았다. 유권자의 16%가 그의 인성과 판단에, 12%가 정직함과 이후 조치들에 대해 우려했다. 신문은 "주목할만한 것은 12%의 유권자들이 경제와 관련된 영역에서 해리스를 우려하고 있다"며 선거에서 경제 사안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유권자가 많지만, 그렇다고 해리스가 상대적으로 더 긍정적 이미지를 구축한 것은 아니었다. 두 후보 모두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보다 높았는데, 해리스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8월 조사의 49%에서 이번에 46%로 하락했고 부정적 평가는 51%로 집계됐다. 트럼프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47%, 부정적 평가는 50% 였다.

다수의 유권자들이 국가와 본인의 삶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트럼프에 유리할 수 있다고 신문은 전망했다. 신문은 "이번 조사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국가의 문제가 너무 심각해서 실패할 위험에 처해 있다고 봤는데, 트럼프가 토론에서 '실패한 국가'라고 말한 것이 일부 유권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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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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