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개월만의 美 기준금리 완화…한국 금융시장 불확실성 커지나

연은, 한번에 0.5%p 인하 '빅컷' 단행…美 경기침체 우려도 커져

미국 연방준비은행(Fed·연은)이 30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앞으로 미국의 기준금리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장기간 세계를 누른 고금리 압박이 완화하리라는 기대감이 크지만, 그만큼 미국 경기 침체 우려 또한 커지게 됐다.

미국 금융정책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 한국은행에는 더 거센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파급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게 됐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연은은 지난 17~18일(현지시간) 가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로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한번에 0.5%p를 끌어내리는 '빅컷'이 이뤄졌다.

이로써 장기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던 연은의 통화정책이 30개월 만에 하락 전환하는 반전(pivot)이 이뤄지게 됐다. 연은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 고물가 기조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2022년 3월부터 작년 5월까지 10회 연속 기준금리를 끌어올렸다. 이어 같은 해 7월에 다시 0.25%p를 추가 인상해 기준금리를 2001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이제 연은은 공개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으로 정책 방향을 전환했음을 알렸다. FOMC 후 배포한 성명에서 연은은 "물가상승률이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2%대로 이동한다는 추가적 확신을 얻었다"며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2%대) 달성을 위한 위험이 대략 균형 수준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연은은 이번 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물가상승률이 "위원회의 2% 목표에 더 가까워졌지만 여전히 다소 높다"며 "적절한 통화 정책 평가를 위해 위원회는 유입되는 경제 전망 정보의 의미를 계속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기준금리 인하를 대대적인 방향 전환으로 읽기에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부연이다. 하지만 한번에 끌어내린 기준금리 폭이 큰 데다, 이미 연은이 앞으로 목표 기준금리 수준을 지금보다 2%p가량 낮게 제시한 바 있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은 큰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은행 의장이 이틀간의 FOMC 후 18일(현지시간) 워싱턴 연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기준금리 인하에 관한 설명을 하고 있다. ⓒReuters=연합뉴스

관련해 연은은 이번에 함께 발표한 점도표에서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중간값)를 종전 5.1%에서 4.4%로 낮췄다. 연내에 기준금리 0.5%p 추가 인하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아울러 점도표에서 연은은 내년 이후 기준금리 중간값을 내년 말 3.4%로 제시했다. 이는 종전 6월 예측치 4.1%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내년 말에는 현 기준금리 수준에서 2%p가량 낮게 유지하겠다는 선언이다.

연은의 이번 '빅컷'으로 금융권은 기다리던 것이 왔다며 환호하는 분위기다. 낮은 기준금리는 더 낮은 금융 조달 비용으로, 이어 더 큰 투자자 모집으로의 문을 여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시장에 더 큰 규모의 자금이 돌게 되리라는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다른 한편으로 연은의 기준금리 정책 전환은 그만큼 새로운 불확실성을 예고하는 신호로도 읽힌다. 미 경기가 대선을 전후해 추락할 수 있다는 'R의 공포'를 연은이 받아들였다는 해석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련해 제롬 파월 연은 의장은 FOMC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에 관한 질문을 받고 "현재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질 것을 보여주는 지표는 없다"며 "경제성장률은 견조하고 노동시장도 견고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선이 임박했다는 점, 그간 미 재무부의 경기 부양 정책으로 미 경기가 호조를 보였으나 그 영향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해석이 지속적으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 경기 침체 우려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로 더 힘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게 됐다.

실제 이날 환호를 보여야 할 미국 뉴욕 증시는 약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3.08(-0.25%) 하락한 4만1503.10으로 장을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전일 대비 16.32(-0.29%) 내린 5618.26으로, 나스닥지수는 전장 대비 54.76(-0.31%) 하락한 1만7573.30으로 각각 거래를 마쳤다.

연은이 한번에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떨어뜨려야 할 만큼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다는 해석이 내려진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별관에서 열린 미국 FOMC 주요 결과 및 국제금융시장 동향 관련 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 부총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연합뉴스

당장 한국 금융당국도 새로운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분위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연은의 기준금리 인하 소식이 알려진 후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과거 미국 금리 인하 사례를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하 1년 이내에 미국 경기가 연착륙한 사례가 4회 있지만, 경기 침체로 이어진 경우도 3회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원장은 엔 캐리 트레이드의 추가 청산 등 급격한 국제 투자자금의 이동 가능성이 있는 만큼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함께 당장 한국이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한은의 기준금리 정책이다. 정부까지 나서 한은의 현 기준금리 수준이 높다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한미 기준금리 격차가 줄어든 만큼, 한은을 향한 기준금리 인하 공세는 더 거세지게 됐다.

그러나 한국이 미국과 달리 코로나19 이후 풀린 유동성을 그간 제대로 흡수하지 못했다는 점, 최근의 수도권 부동산 시장 상승세로 가계대출이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한국 금융시장에 더 큰 위험을 불러올 수도 있다.

관련해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주재한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미국 연은의 기준금리 인하를 두고 "정부는 높은 경계심을 갖고 관계기관과 긴밀히 공조해 대내외 상황 변화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가계대출 증가 우려에 관해 최 부총리는 "가계대출은 9월부터 시행된 정책효과 등이 가시화하면서 증가폭이 둔화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주택시장이 과열되거나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경우 추가 관리수단을 적기에 과감히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 정부 정책 기조가 그간 대출 완화적인 방향을 줄곧 유지한 점, 역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의 시행 시기와 방법이 대체로 적시에 이뤄지지 못하고 약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미국으로부터 일어난 방향 전환에 따른 한국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얼마나 될지, 그에 대한 정책당국의 대응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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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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