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병 사망 후 중대장·부중대장 웃으며 'PTSD' 말해"

'얼차려 사망' 박 훈련병 동료, 법정서 "쓰러지기 전 '엄마' 세 번 외쳤다" 증언

규정에 어긋난 군기훈련으로 훈련병이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사건 후 가혹행위를 지시한 간부들이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고 떠들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춘천지법 형사2부(김성래 부장판사)는 학대치사와 직권남용 가혹행위 혐의로 기소된 중대장 강모 씨와 부중대장 남모 씨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을 지난 13일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 검찰 측 증인으로 나선 당시 훈련 조교 A씨는 사망 사건 이후 간부들의 태도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대대장실에서 중대장과 부중대장을 만났는데 (이들은) 농담을 하고 웃으면서 '어제 뭘 만들어 먹었는데 맛있었다'는 등 일상적인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대장이 중대장에게 PTSD(외상후 스트레스장애) 검사지 가져다주고 체크하라 하자 중대장이 '이거 다 위험 높음으로 해야 하는 거 아냐?'라고 하며 웃으며 얘기했다"라고 주장했다. 이같은 증언에 법정에서는 탄식이 흘러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법정에는 박 훈련병의 유족도 자리했다.

이날 법정에선 박 훈련병의 동료 훈련병이었던 B씨가 박 훈련병이 쓰러지기 직전 상황에 대해 진술하기도 했다. B씨는 "군장을 함께 들어준 동료 훈련병에게 (박 훈련병의) 입술이 시퍼렇다고 들었고, 쓰러지기 전 '엄마'를 세 번 외쳤다"며 "쓰러진 박 훈련병에게 중대장은 일어나라고 했고 박 훈련병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라고 했다.

강 씨와 남 씨는 지난 5월 23일 오후 4시 30분쯤 육군 제12보병사단 신병교육대 연병장에서 박 훈련병 등 6명에게 완전군장 상태의 보행·뜀걸음·선착순 1바퀴·팔굽혀펴기 등 규정을 넘어선 군기 훈련을 지시해 직권을 남용해 학대·가혹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특히 군기 훈련을 받다 쓰러진 박 훈련병은 위급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응급처치를 지체해 박 훈련병은 의무대를 거쳐 민간병원으로 후송된 지 이틀 만에 숨졌다.

두 사람은 박 훈련병의 사망에 대한 책임 소재를 두고 첫 재판부터 서로 '떠넘기기 식'의 주장을 펴 지탄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요청에 따라 다음 기일 쌍방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으며 다음달 11일 네 번째 공판에서 변론을 종결할 계획이다.

▲21일 오전 세종에 위치한 육군 제32보병사단 정문 모습. 이날 육군 제32보병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 도중 수류탄이 터져 훈련병 1명이 숨지고, 부사관 1명이 중상을 입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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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어리

매일 어리버리, 좌충우돌 성장기를 쓰는 씩씩한 기자입니다. 간첩 조작 사건의 유우성, 일본군 ‘위안부’ 여성, 외주 업체 PD, 소방 공무원, 세월호 유가족 등 다양한 취재원들과의 만남 속에서 저는 오늘도 좋은 기자, 좋은 어른이 되는 법을 배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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