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약자' 지원하는 이들이 오세훈 서울시에서 겪은 모욕과 불안

[서울노동권익센터 노동자들의 첫 파업 ①] 파업의 이유

서울시에는 취약 노동자 지원 기능을 수행하는 시 민간위탁기관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있습니다. 이 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섭니다. 오세훈 서울시가 들어선 뒤 일어난 센터 예산 삭감, 수탁기관 변경 이후 발생한 노동조건 후퇴, 단체협약 해지 등이 원인입니다. '약자와의 동행'을 내건 오세훈 서울시에서 취약 노동자를 지원하는 일을 하는 노동자들이 겪은 일과 그들이 싸움에 나서는 이유를 당사자들의 글을 통해 전합니다. 편집자

나는 약 4년째 서울시 산하 민간위탁기관인 '서울노동권익센터'에서 일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기한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서를 썼지만, 실제로는 3년이라는 분명한 '정함이 있는' 기간제 노동자이다. 2021년 3월, 입사 후에야 이를 알게 되었고, 동료와 "이거 취업 사기 아니야?"라며 웃픈 농담을 나눴던 기억이 선명하다.

'중규직'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겉으론 정규직 같지만 실상은 비정규직인 노동자로, 임금과 처우에서 차별받는 이들을 말한다. 나 역시 "우리는 중규직이야"라는 말로 내 일터의 아이러니를 자조하곤 한다.

그러나 동료와의 농담이 현실이 되는 순간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2024년 1월 1일부로 서울노동권익센터 운영사업의 수탁기관이 한국노총 서울본부로 변경'되면서 나를 비롯한 센터 노동자들은 대혼란을 맞이했다. 그 첫 번째 혼란은, 3년 동안 일해 온 일터에서 '강제 퇴사' 절차를 밟고, 재 채용을 위한 과정에 서게 된 것이다. 센터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고용을 위한 인사평가를 실시'한다는 한국노총의 공문이 전달되었고, '회사에 계속 다니고 싶다면' 직무기술서를 새롭게 제출하고 면접을 보라는 지침이 내려졌다. 이는 크리스마스 연휴 바로 전날 일어난 일이었다. 당시 노동자 전원의 고용 승계가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혹여 채용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현장에 엄습했고, 부서의 존속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상태, 센터의 조직도와 사업의 내용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우리는 그저 사측이 깔아놓은 면접장에 들어가야만 했다. 이 기이한 절차에서 모욕감을 느끼지 않은 노동자는 드물었다.

서울시 민간위탁기관의 운영은 노동자들의 모욕과 불안을 딛고 이루어진다. 3년마다 서울시는 수탁업체를 심사하는데, 업체가 변경되면 기존 수탁업체와의 근로계약은 형식적으로 단절되고 완전히 초기화된다. 하지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수탁업체만 바뀌었을 뿐, 일터와 근로시간, 업무는 그대로인데도 근로조건만 불리하게 바뀌는 아이러니를 겪어야 한다.

한국노총 서울본부가 수탁을 맡자마자, 센터 노동조합에 보낸 첫 번째 공문은 이 기이한 상황에 정점을 찍는 것이었다. 이른바 '단체협약을 전면 해지하겠다'고 통보한 것인데, 서울노동권익센터 설립 이래 수년간 보장받던 단체협약상의 권리가 종이 한 장으로 백지화되는 순간을 경험했다. 단체협약의 일방 해지를 시작으로, 그 손에 쥔 운영권은 임금과 근로조건을 개악하는 방식으로 남용되었다. 근속을 포함한 모든 근로조건이 초기화되었고, 길게는 9년 동안 센터에서 일해 온 동료의 연차휴가가 '0일'이 되었다. 당해 연도 임금 기준을 버리고 전년도 임금을 지급해 버렸고, 매년 공무원 수준으로 적용되던 임금 인상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단체협약 전면해지의 효과는 각종 휴가와 복리후생 제도의 폐지 수순으로 이어졌으며, 심지어 생리휴가조차 무급으로 전환되었다. 한 장 종이의 효력이 노동환경 전반을 뒤흔드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많은 동료가 일터를 떠났고, 지금도 떠나고 있다.

한국노총 사용자들은 자신들이 몰고 온 이 거대한 해일이 노동자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심지어 자신들만을 위한 임금테이블을 만들어, 자기들 호봉만 올리는 교활한 수를 썼다.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일한다는 '노동조합총연맹'이,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를 외면한 채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을 주도하는 모양새는 그야말로 모순적이다.

이에 서울노동권익센터 노동조합은 총파업에 돌입한다. 이는 전국적으로 설치된 지자체 산하 노동센터 중 최초의 파업이기도 하다. 노동조합은 9차례에 걸쳐 한국노총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3월부터 시작된 교섭은 끝내 결렬됐다. 원청인 서울시에도 10여 차례 면담을 요청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그러나 과거부터 지금까지, 권리를 빼앗긴 사람들, 이로 인해 묶이고 감금당한 사람들은 언제나 저항해 왔다.

포털 검색창에 '노조하는 이유'를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이미지가 하나 있다. 고등학생 교실에서 에어컨이 풀가동되고 있는 장면이다. 혹독한 여름날 학교 측이 에어컨을 켜주지 않자, 10개 학급의 고3 학생 전원이 동시에 "에어컨!"을 외치며 "쿵!"하고 점프를 했고, 학교가 울리고 흔들려 각 학급의 선생님들이 일시에 올라왔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이것이 고2 학생 전원에게 이어져 똑같은 행동을 촉발했고, 결국 여름날 에어컨이 풀가동되었다는 이야기다. 일시에 '와~','쿵쾅' 이 갖는 집단적 행동의 위력, 그 변화는 대단하다. 때로는 삶의 조건과 환경을 바꾸고, 때로는 바른 방향으로 선회시킨다.

그러나 우리의 일터에서 실제 파업을 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법적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지난한 과정이 있고, 무엇보다 노동자 개개인이 자기손실을 감내해야 한다. 때로는 일터에서의 정당한 소란이 갈등의 원인으로 환원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 노조는 노동자 전체의 공동의 이익을 위해 스스로 해일이 되기로 했다.

소설가 조지 손더스(George Saunders)는 미래의 작가들에게 다음과 같은 축사를 했다. "바라건대 압박을 받더라도 가짜 자아 즉 흉내 내는 자아, 회피하는 자아는 모두 버리고 그 진짜 자아만으로 서 있기를 바랍니다." 나는 이 시기, '노동자'인 나로서의 '진짜 자아'로 디디고 서서 이 저항의 과정을 견디고자 한다. 그 어느 때보다 결속된 노동자들의 연대가 있기에, 잃은 권리를 되찾기 위한 길에서 단단히 발걸음을 내디딜 것이다.

▲ 서울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서울노동권익센터 노동자들. ⓒ서울노동권익센터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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