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 주장하던 與 "딥페이크 해결, 여가부가 주도하라"

국회 여가위 현안질의…野 "尹 '여가부 폐지' 공약으로 디지털성폭력 피해 지원 예산 감소"

정치권이 여야 할 것 없이 딥페이크(이미지 합성) 성범죄 해결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여성가족부 폐지'를 당론으로 내세웠던 국민의힘이 이번 사태의 해결을 여가부가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김상욱 의원은 4일 서울 영등포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현안질의에서 "여가부가 어젠다를 먼저 발굴하고 유관 부처를 설득해 (대책을) 만들어가는 역할을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며 "가치를 추구하는 기획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인공지능(AI)이 발전함으로 인해 성착취물 또는 딥페이크 피해자가 양산되는 것을 먼저 연구해 유관기관들에게 적극적으로 함께하도록 권하고 연구했어야 되는데 많이 아쉽다"며 "정부 기관들이 지금 논란(딥페이크 성범죄)들을 해명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더 적극적으로 맡은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바라기센터 등 여가부가 수행하는 피해자 지원기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며 "국민들께서 어려울 때 제일 먼저 찾아갈 수 있는 곳을 홍보해야 하고 쉽게 찾아갈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여가부에 타 부처를 이끄는 주도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모습은 '여가부 폐지'라는 당의 기조와 배치된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022년 여가부 폐지 조항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발의하며 복지부 산하에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설치해 여가부가 담당하는 가족·청소년·폭력피해자 지원·양성평등 정책 분야를 이관하자고 주장한 바 있다.

정부 여당의 여가부 폐지 주장 이후 여가부는 부처로서 위상이 크게 약화돼왔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나 여가부는 지난 2월 김현숙 전 장관 퇴임 후 현재까지 장관직이 반 년 넘게 공석 상태로 적극 행정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럼에도 "먼저 연구해 유관기관들에게 적극적으로 함께하도록 권하고 연구했어야 된다"며 회초리를 든 셈이다.

한편, 이날 현안질의에서는 법무부가 윤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인 2022년 6월 '디지털성범죄 등 대응 TF'를 해산해 지금의 사태를 야기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해당 TF팀은 여성 미성년자들을 집단 성착취한 'N번방 사건'을 계기로 2021년 출범해 60여 개 법률 개정안을 담은 11개 권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은 "법무부는 당시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이유로 TF를 해산했다. 그렇다면 성과가 결과로 남아야 하는데 이런(딥페이크) 범죄가 나타났고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이 대한민국 정부"라며 "어떻게 소기의 목적이 달성됐다고 볼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TF 해산 당시 팀장이었던 서지현 검사는 지난 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60여 개 관련 법률조항을 제안했던 TF를 법무부는 임기 도중 강제 해산시켰다"며 "'디지털 성범죄의 지옥문이 열려있다'며 대책 시행을 촉구한 지 2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국가는 무엇을 했나"라고 써 정부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의 여가부 폐지 기조가 디지털성폭력 피해 지원 예산 감소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2000여 명 증가했고, 딥페이크 피해도 2.4배 늘어났다. 그런데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업무를 담당하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지원 예산은 2022년 148억 원에서 2023년 142억 원으로 6억 원 감소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2022년 들어선 윤석열 정부가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그 영향으로 예산이 감소한 것"이라며 "디지털 성범죄 확산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않고 오히려 삭감한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신영숙 여성가족부 차관(장관 직무대행)이 4일 오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딥페이크 성범죄' 대응과 관련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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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

프레시안 박상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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